파우스트...
꽤나 귀에 익숙한 이름이다. 내가 파우스트를 읽은 게 언제였더라?...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고등하고 2학년 초에 적었던 자기세부사항(교사 지침용)에 나왔던 질문 중 하나인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적어 넣었던 책 제목이 바로 이 <파우스트>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파우스트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없다.ㅡㅡ;..(사실 그 당시에도 기억하고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지...)
파우스트는 저 유명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불후의 명작이다. 희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쏟아내는 말들은 상당히 난해하다. 독일어 원본으로 본다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독일어를 접해 본 경험이 없다.)
내가 이 작품을 읽었던 그 당시에(그리고 지금도) 흔히 '철학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래서 일상회화 상에서는 잘 쓰여지지 않는 말들에 대해 상당히 도취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파우스트'라는, 문법 상에서 파열음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발음이 두개나 들어가 있는 이 이름은 나를 유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나 스스로 파악할 능력이 없었던 지라 뒷장의 역자후기를 참조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알게 된 표면적인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지(知)의 탐구에 회의를 느낀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영혼을 담보로 계약을 맺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 후 구원에 이른다."라는 내용이다. 물론 이 작품을 심도있게 연구한다면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깊이가 담긴 사실들을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책 제목이나 어휘말고도 나를 끌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니었을까?...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다는 것...
자신에 대해 잘 아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야 한다.(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심오한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는 것과 파란만장한(이게 어떤 형태라고 말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노릇이지만)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많은 곳을 가고 싶다는 것 등등은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
지나친 욕심인 걸까?...
친애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야기 했고 스스로도 확신한다... 나는 모든 사람의 삶은 한 편의 소설이라고... 그리고 내 삶 역시 소설이라고...
내 바램(혹은 욕심)들은 가끔씩 나를 힘들게 한다. 지난 2년간에 대한 후회(물론 그 당시에 처한 심리적 환경으로 나를 정당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이다. 설사 내가 그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실히 파악했다 할 지라도...)와 이미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 가고 있는 몇몇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은 나를 짓누르곤 한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물론 지난 2년간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른 후에, 아니 지금도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 절대로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갈등과 그 반대의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오늘 나는 파우스트를 생각한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자신을 창조한 그를 생각하며 내 삶을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