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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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은 빼어난 작품이다.

그런데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불편한 반론을 제기한 책이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라는 제목의 책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모두의 상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이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말인가?

 

저자인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는 소위 환경 낙관론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된 연구 수단은 오랜 시간동안 얼어있는 빙하를 채취하여(빙하코어) 분석하는 것이다.

동결되어 보존된 시간을 연구한 결과는 많은 이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경제활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이는 단지 태양활동의 변화에 따르는 현상이라는 것!

이 주기는 약 1,500년이고, 300여 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할애하여 이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태양의 활동에 따라 지구가 온난한 시기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이 현상을 인간의 경제활동과 연결시키는 것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고, 그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에 근거한 허구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미국보다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럽과 교토의정서의 조약들에서 비켜나 있는 저개발국가들이 그들이다.

이러한 주장을 폄으로써 더 많은 연구비와 주도권을 갖게되는 환경회의론자들도 그러한 부류이다.

미국 내에서 보자면, 환경과 효율적 에너지의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이익을 보는 부류에 가깝다.

 

이 책은 내가 읽은 환경낙관론자들의 책 중에 가장 설득력있는 책이다.

공허한 외침 밖에는 없던 다른 책들과 달리, 세심한 과학적 분석의 결과를 가지고 논리를 펴 나가며 일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정치적 입장도 강하게 깔려 있다.

이들은 여러 종류의 환경오염과 자연고갈과 같은 생태적 문제 중에 유독 지구온난화라는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과학적 근거들에 의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태도는 균형잡힌 태도는 아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지구온난화가 인간과는 상관없더라도 자원의 고갈이나 대기와 물, 토양의 오염 등과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구온난화는 거대한 음모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며, 기아와 빈곤과 같은 문제들은 과학적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가볍게 여긴다. 예를 들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기술낙관론 혹은 과학기술 만능주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마련이고, 그들은 분명 그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슈에 대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 (오바마 음모론에도 이러한 시각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생태적 이슈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경에 대해 위협적인 미국적 삶의 습관들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먼저 올라가서 사다리 걷어차려는 태도를 갖거나, 그간 앞서간 나라에서 저지른 본의아닌 과오를 애써 무시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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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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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의 저자 우석훈이 <88만원 세대>에서는 박권일과 함께 경제에 관한 세대론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알다시피 경제학에서는 희소한 자원과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고 분배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대체로 계급간의 분배 문제가 많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분석의 단위가 바로 시간에 따라 나뉘면서 나름의 동질성을 갖는 집단인 세대라는 점에서 새롭다. 구체적으로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지금의 20대가 구조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대론은 주로 정치 혹은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이러한 경제적 하부구조에 대한 세대별 분석은 또 다른 시사점을 주고있다.)  

저자에 의하면, 현재 20대들은 여러 가지 기회들을 구조적으로 갖지 못한 채 기성세대들에 의해 착취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것은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쓴 1000유로 세대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은 조어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개념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눈치다. (20대 비정규직의 한달 평균 수입에서 나온 조어이다.) 우리의 88만원 세대들은 스스로 이 냉혹한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판을 짜기에 힘이 부족하고, 지금의 구조를 만들어낸 기성세대들은 88만원 세대의 독립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는 한참 무서웠던 인신매매라는 것이 없어진 이유를 수요와 공급에서 찾는다. 이제는 인신매매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허드렛일이라도 해야하는 공급이 많아 졌다는 것. 다시 말하면, 사람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행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고, 5%정도의 안정된 정규직을 위한 <배틀로얄> 형태의 무자비한 상호경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은 88만원 세대에 속한 개개인의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88만원 세대들은 불합리하고 냉혹한 구조보다는 개개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기존 구조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책의 맨 앞머리에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이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20대 초반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데서 이 책을 시작하는데, 집값도 등록금도 생활비도 직장도 모두 젊은이들의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20대들은 일종의 사회적 약자이지만, 이들이 가질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해 주지 않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승자 독식의 잔혹한 게임은 한 세대내 경쟁이 세대간 경쟁의 모습을 띠면서 더욱 심해 졌다.

이미 상당부분 사라져버린 연공서열제도는 지금에서는 고리타분한 밥그릇 챙겨주기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제도는 사회적 초년생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셈이다. 비교적 출발선상이 비슷한 세대내 경쟁만 열심히 하면 되도록 구획을 나누어 주던 제도인 것. 권투로 말하자면 체급을 나눠주는 정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장치가 사라지면서 많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링에서 싸우는 꼴이 되었고, 20대들은 그 희생양이 되었다. 

각 나라에서는 이러한 세대별 약자들을 보호하는 여러가지 유무형의 사회적 장치를 운영하였고, 이런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문제의식조차 없이 20대들이 직장과 아르바이트 현장 등에서 착취당하고 있다. 20대들은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에 빠져 전체적인 구조를 볼만한 시간적 여유도, 지적 능력도 상실한 채 영어와 취업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성세대들은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88만원 세대들이 사회적으로 좀더 책임을 가질 나이가 되었을 때, 밀어닥칠 재앙에 가까운 상황들을 직시하고 세대간 불균형의 문제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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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글은 장하준의 글보다 논리가 부족하지만, 확신에 찬 듯한 표현 때문에 독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나중에 "아님 말고..."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가벼움이 스스로를 B급도 아닌 C급 경제학자라고 칭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을 포함한 그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이 88만원 세대라는 책은 많이 읽혀서, 경쟁은 곧 효율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실제로 제대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배려와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 필마로 전 국민에게 내던진 이 낯선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실제로 준비가 시작된다면 88만원 세대는 몇십년 후에 그의 동상이라도 세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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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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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와 상당부분 닮아 있는 책이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지닌 미덕을 새로운 생산 방식과 시장의 논리가 철저하게 파괴하고,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 배경이 라다크에서 콜로라도로 옮겨 왔고, 초점이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3년 간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탄생한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다소 비싸게 책정된 책값을 제외한다면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충실한 구성과 풍부한 내용을 지닌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이자 같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Fast Food Nation>이 최근 개봉했다.)

이 책을 읽으면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산업이 미국 사람들의 일상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미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음식의 영역에서는 패스트푸드 산업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어느 것의 원인이고 결과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상황이라고도 하겠다.


맥도널드는 먹거리에도 분업생산과 표준화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화되고 표준화된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햄버거를 만드는데 일류 요리사는 필요없어 졌고, McJob이라고 불리우는 가장 형편없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마르크스가 그랬던가? 분업화되고 단순화/표준화 된 노동에서 인간이 소외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소도 닭도 감자도 모두가 대량 생산/대량 소비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 속에서 본연의 가치에서 변형되고 소외되고 있다.

- 패스트푸드 산업이 거대한 구매력을 갖추면서 미국의 감자 재배 농부들과 목장주인들은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인정많던 이들은 지독한 욕심장이로 변해야 했다.

- 공장에서 쇠고기 살을 바르는 사람들은 멕시코나 중남미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조건에서 각종 재해를 당한다.

- 원가 압박에서 이 공장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O157은 생각보다 심각한 병균이고, 미국의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건강을 잃고 죽기도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로비로 언론을 막고 관련

  규제를 완화시킨다.

   : O157은 산과 염분, 염소에 강하고 민물과 바닷물에서 살 수 있으며, 추위에도 강하고 71도의 고온에서도 살아남는다.

    살모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음식물 관련 병균에 감염되려면 100만개 이상의 병원체가 필요하지만 O157은 다섯 개체의 병원균만으로 충분히 감염된다.

- 맥도널드의 치킨 너겟이 히트하면서 가슴부위가 기형적으로 발달한 닭 '미스터 맥도널드'가 사육되고 있다.

- 바베큐 햄버거에서 나는 냄새는 실제로 고기를 훈제한 것이 아니다. "훈제한 햄버거 향"을 화학적으로 조합하는 회사가 만든 것이다.

- 패스트푸드의 증가와 비만율의 증가는 거의 일치한다.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의 크기는 점점더 커져갔으며,

  지난 40년 동안 미국인 1인당 탄산음료 섭취량은 4배이상 증가했는데 이익이 많이 남는 탄산소다를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날 수 있다.

- 미국인들은 체중감량 프로그램과 다이어트 제품에 33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4년에서 1993년 사이에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두배 증가했고, 성인 비만율도 두배 증가했다. 

위의 모든 현상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패스트푸드 제국>을 읽어보면 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아래는 작가의 맺음말 중 두 패러그래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시장은 수단이다. 그것도 꽤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시장 숭배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다른 수단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 만들어내는 결과 때문이다. 아동 노동 금지, 최저 임금제 도입, 야생 보호지와 국립공원 지정, 댐과 다리, 길과 교회, 학교와 대학의 건축 등 미국이 달성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상당수는 자유 시장 체제에 대한 도전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만일 사고 파는데 있어서 아무런 구속이 없는 권리만이 가장 중요하다면 오염된 식품을 슈퍼마켓 선반에서 치울 수 없을 것이며, 초등학교 바로 옆에 독성 물질을 버려도 제지하지 못할 것이며, 모든 미국 가정이 하인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돈대신 밥을 주고 일을 시킬 것이다. (34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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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역사는 전제주의적 체제에 대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의문의 여지없이, 21세기는 기업의 과도한 세력을 줄이려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대면하고 있는 심각한 도전은 시장의 효율성과 비도덕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너무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 노동자와 소비자, 환경을 보호하는 규제를 약화시켜 왔다. 시장의 편협한 명령이 그보다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에 우선하자 자유를 약속하는 경제 체계는 너무 자주 그 자유를 부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34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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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태학
폴 호켄 지음,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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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 10권 안에 드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뭔가 진정으로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산다면 저자와 역자, 출판사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또 다시 이런 좋은 책을 쓰고 펴 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는 사람이 최소한의 생태학적 관심과 지적 능력만 있다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당신을 다른 눈으로 볼 것이다. 자신의 지식수준과 사회적 평판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
-  양서구매 행위가 갖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의 Incentive 시스템.
 
이 책의 저자 폴 호켄은 위에서 말한 책을 구매하는 행위가 엮여있는 시스템과 같은 생태학적 시스템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산업 사회가 자연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고 있는 거대한 빚을 갚을 방책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채무 탕감의 시스템을 제시한다. 그 시스템이 우리가 딛고 있는 공고한 자본주의적 현실과 완전히 다른 망상이 아니라는데에 다시 한번 경이를 표한다.
(이 책의 원제목이 The Ecology of Commerce라는 사실에 주목할 것!)
 
다른 한편으로는 내내 안타까웠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1993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오래 전에 나온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생태학적 문제들의 인식과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경제시스템의 변화는 거의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듯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교토협정을 무시하고, 산유지를 침공하고, 거대기업의 비위 맞추기에 분주하다. 환경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진 앨 고어가 당선되었다면 정말 세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국이 가장 에너지 소모적인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조하는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점에서...)
 
요즈음의 시장과 자유,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신성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오 마이 갓!) 사회주의의 도전을 욕심에 근거한 효율성을 무기로 이겨내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사람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풍족하게 누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즐기는 것의 이면에는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 양극화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이 사실은 더할 수 없이 반가운 복음이기만 한 것일까? 수억년의 시간이 쌓여서 생성된 화석연료를 불과 백여년만에 모두 쓰는 것에서 오는 것은 번영이 아닌 환영일 뿐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10억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탄소의 '폭탄 세일' 중이다.
 
사람들의 욕심과 무한경쟁을 통해서 비롯되는 눈먼 효율성은 자원을 바닥내고 있고, 바닥나는 자원은 희소해지고, 희소한 자원의 가치는 높아지고, 높은 가치의 자원에 대한 착취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 대책없는 욕심의 물꼬를 바꿀 시스템을 과연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있단다. (게다가 설득력도 겸비하고 있다.)
 
시스템의 간단한 진실은 실질비용과 가격의 통합에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gou)는 생산자가 자신들이 야기한 오염, 질병, 환경 파괴를 비롯한 생산의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생산자가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비용만큼 교정과세를 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생산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생산자는 되도록 역기능을 줄여 비용을 낮추려 할 것이라는 것이 피구의 이론이다. (놀라운 역발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제몫 찾아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랍다.)
 
예를 들면, 석유 등 화석에너지들의 비용은 단지 그것의 채취와 정제, 유통에 드는 직접비용만이 아니라 그것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까지 내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환경세를 매겨서 비용을 생산자가 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는 단순히 직접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것인가 하는 착취적 노력.)을 간접비용의 절감(어떻게 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것인가? 혹은 간접비용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를 대체생산하려는 보전적 노력)에도 효율의 손길을 뻗쳐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피구 조세는 벌금이 아니다. 외부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키려는 목적은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착취적 방식으로의 혁신이 아닌 보전적 방식으로의 혁신 말이다. 무엇이든 싼 가격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우리의 시장의 논리에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이 바람직하다는 단순하고도 명석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어 고용이 줄어들고, 물가는 높아지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덜 해지는 것이 아닌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저자는 친절하다. 기업이 하는 혁신의 노력을 통해 오히려 고용은 증대되고, 환경세로 들어온 세수 만큼 근로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낮출 수 있으며, 오염된 환경 속의 과잉생산이 낳는 일시적 물질적 풍요가 회복을 위한 경제체제로 인해 깨끗해진 환경 속에서 적정한 생산과 소비를 하면서 얻는 정신적 풍요로 바뀐다는 것을 말해줌으로서 말이다.
 
저자는 환경세 외에도 쓰레기를 내놓지 않는 생산시스템, 태양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기반의 경제시스템, 자원공기업 등등의 비지니스와 생태주의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실질적인 대안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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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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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이 만들고, 우석훈이 보충한 경제학 만화책 "어린왕자의 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다소 아쉽다. 아마도 기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이 책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나의 일상에서 일종의 '비루함'을 느낀다.
통장에는 과거보다 잔고가 늘었고, 따라서 구매력도 늘었지만 과거보다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한다.
안전망이 치워진 외줄에 구차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 정보를 수집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확실하지 않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난 나를 속박하고, 나를 비루하게 만들고,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공포경제학자라는 별명을 지닌 우석훈의 대안경제 시리즈 네권 (88만원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과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직선들의 대한민국>,불온서적을 지어낸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개혁의 덫>, 칼 폴라니를 소개하는 홍기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김규항, 박노자의 책들과 블로그들, 녹색평론사와 에코리브르에서 나온 책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인터넷 논객들의 <공황전야>,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경제독해>, 임종인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드림>,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프랭크 파트노이의 <전염성 탐욕>,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나카타니 이와오의 <왜 자본주의는 무너졌는가>, 이정전의 <우리는 행복한가>,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등 앞으로 읽을 책들도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많다.


이 책들을 읽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나름의 비판적 시각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고,
"무슨무슨 주의"라는 것이 생활인의 일상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로 인해 바빠진 사람들에게는 위에 나열한 책들을 읽을 시간과 노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독서를 통한 새로운 앎의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이다.

난 이러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의 모습이 아닌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접근하기 쉬운 형식의 읽을 거리가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김영하의 <퀴즈쇼>나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같은 책들이 눈에 띄면 재빨리 사서 읽어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만화로 된 이 책 <<어린왕자의 귀환>>의 출간 소식을 알았다. 게다가 우석훈이 책에 동참했고...
부제인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까지 완벽했기에... 나의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화라는 형식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접근성과 속도감이다.
빽빽한 글은 오직 상징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실체를 그대로 묘사한 그림과는 그 접근성에서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 김태권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이지 않고, 글도 아주 논리적이지는 않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기대어 친숙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상적인 사례에서 오는 공감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맑시즘의 용어들을 설명하는 것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출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가 나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군림하려드는지에 대한 것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좀더 목적에 가까운 차기 작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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