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와 상당부분 닮아 있는 책이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지닌 미덕을 새로운 생산 방식과 시장의 논리가 철저하게 파괴하고,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 배경이 라다크에서 콜로라도로 옮겨 왔고, 초점이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3년 간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탄생한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다소 비싸게 책정된 책값을 제외한다면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충실한 구성과 풍부한 내용을 지닌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이자 같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Fast Food Nation>이 최근 개봉했다.)

이 책을 읽으면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산업이 미국 사람들의 일상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미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음식의 영역에서는 패스트푸드 산업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어느 것의 원인이고 결과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상황이라고도 하겠다.


맥도널드는 먹거리에도 분업생산과 표준화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화되고 표준화된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햄버거를 만드는데 일류 요리사는 필요없어 졌고, McJob이라고 불리우는 가장 형편없는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마르크스가 그랬던가? 분업화되고 단순화/표준화 된 노동에서 인간이 소외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뿐 아니라 소도 닭도 감자도 모두가 대량 생산/대량 소비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 속에서 본연의 가치에서 변형되고 소외되고 있다.

- 패스트푸드 산업이 거대한 구매력을 갖추면서 미국의 감자 재배 농부들과 목장주인들은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인정많던 이들은 지독한 욕심장이로 변해야 했다.

- 공장에서 쇠고기 살을 바르는 사람들은 멕시코나 중남미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조건에서 각종 재해를 당한다.

- 원가 압박에서 이 공장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O157은 생각보다 심각한 병균이고, 미국의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건강을 잃고 죽기도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로비로 언론을 막고 관련

  규제를 완화시킨다.

   : O157은 산과 염분, 염소에 강하고 민물과 바닷물에서 살 수 있으며, 추위에도 강하고 71도의 고온에서도 살아남는다.

    살모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음식물 관련 병균에 감염되려면 100만개 이상의 병원체가 필요하지만 O157은 다섯 개체의 병원균만으로 충분히 감염된다.

- 맥도널드의 치킨 너겟이 히트하면서 가슴부위가 기형적으로 발달한 닭 '미스터 맥도널드'가 사육되고 있다.

- 바베큐 햄버거에서 나는 냄새는 실제로 고기를 훈제한 것이 아니다. "훈제한 햄버거 향"을 화학적으로 조합하는 회사가 만든 것이다.

- 패스트푸드의 증가와 비만율의 증가는 거의 일치한다.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의 크기는 점점더 커져갔으며,

  지난 40년 동안 미국인 1인당 탄산음료 섭취량은 4배이상 증가했는데 이익이 많이 남는 탄산소다를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날 수 있다.

- 미국인들은 체중감량 프로그램과 다이어트 제품에 33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4년에서 1993년 사이에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두배 증가했고, 성인 비만율도 두배 증가했다. 

위의 모든 현상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패스트푸드 제국>을 읽어보면 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아래는 작가의 맺음말 중 두 패러그래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시장은 수단이다. 그것도 꽤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시장 숭배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다른 수단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 만들어내는 결과 때문이다. 아동 노동 금지, 최저 임금제 도입, 야생 보호지와 국립공원 지정, 댐과 다리, 길과 교회, 학교와 대학의 건축 등 미국이 달성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상당수는 자유 시장 체제에 대한 도전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만일 사고 파는데 있어서 아무런 구속이 없는 권리만이 가장 중요하다면 오염된 식품을 슈퍼마켓 선반에서 치울 수 없을 것이며, 초등학교 바로 옆에 독성 물질을 버려도 제지하지 못할 것이며, 모든 미국 가정이 하인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돈대신 밥을 주고 일을 시킬 것이다. (348페이지)

:
:

20세기 역사는 전제주의적 체제에 대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의문의 여지없이, 21세기는 기업의 과도한 세력을 줄이려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대면하고 있는 심각한 도전은 시장의 효율성과 비도덕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너무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 노동자와 소비자, 환경을 보호하는 규제를 약화시켜 왔다. 시장의 편협한 명령이 그보다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에 우선하자 자유를 약속하는 경제 체계는 너무 자주 그 자유를 부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349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