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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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이 만들고, 우석훈이 보충한 경제학 만화책 "어린왕자의 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다소 아쉽다. 아마도 기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이 책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나의 일상에서 일종의 '비루함'을 느낀다.
통장에는 과거보다 잔고가 늘었고, 따라서 구매력도 늘었지만 과거보다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한다.
안전망이 치워진 외줄에 구차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 정보를 수집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확실하지 않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난 나를 속박하고, 나를 비루하게 만들고,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공포경제학자라는 별명을 지닌 우석훈의 대안경제 시리즈 네권 (88만원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과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직선들의 대한민국>,불온서적을 지어낸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개혁의 덫>, 칼 폴라니를 소개하는 홍기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김규항, 박노자의 책들과 블로그들, 녹색평론사와 에코리브르에서 나온 책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인터넷 논객들의 <공황전야>,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경제독해>, 임종인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드림>,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프랭크 파트노이의 <전염성 탐욕>,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나카타니 이와오의 <왜 자본주의는 무너졌는가>, 이정전의 <우리는 행복한가>,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등 앞으로 읽을 책들도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많다.


이 책들을 읽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나름의 비판적 시각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고,
"무슨무슨 주의"라는 것이 생활인의 일상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로 인해 바빠진 사람들에게는 위에 나열한 책들을 읽을 시간과 노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독서를 통한 새로운 앎의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이다.

난 이러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의 모습이 아닌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접근하기 쉬운 형식의 읽을 거리가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김영하의 <퀴즈쇼>나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같은 책들이 눈에 띄면 재빨리 사서 읽어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만화로 된 이 책 <<어린왕자의 귀환>>의 출간 소식을 알았다. 게다가 우석훈이 책에 동참했고...
부제인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까지 완벽했기에... 나의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화라는 형식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접근성과 속도감이다.
빽빽한 글은 오직 상징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실체를 그대로 묘사한 그림과는 그 접근성에서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 김태권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이지 않고, 글도 아주 논리적이지는 않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기대어 친숙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상적인 사례에서 오는 공감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맑시즘의 용어들을 설명하는 것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출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가 나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군림하려드는지에 대한 것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좀더 목적에 가까운 차기 작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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