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교수가 제안하는 주5일시대 일과 놀이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직장과 가정. 일과 여가. 긴장과 이완. 이성과 감성.

이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을 이루려면 두가지의 중요성이 비슷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우리 사회는 직장에 가정이, 일에 여가가, 긴장에 이완이, 이성에 감성이 종속되어 있는 형태였다.

주 5일제가 시행되고, 일하는 시간보다 여가 시간이 더 많아져 버린 이때...

(이론상으로...)

여가가 일만큼 혹은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책을 냈다고, 겉표지에 싸인까지 해 주며 책을 한권 줬다. 고맙게도 말이다. 물론 다 읽어야 도리를 하는 셈이고, 다 읽는데 어렵지 않았다.

다른 하나의 숙제는 나름 Feedback을 드려야 하는데...

 

1. 역작이라는데 동의한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이후 습득한 지식 중 체화된 이야기 거리를 모두 쏟아 부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다른 책을 읽는 중에 2일 만에 다 읽었는데, 쉽고 재밌게 쓰인 탓이기도 하지만... 이미 한번은 들은 이야기들이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대학원 수업 시간에 들었었던 발달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깊은 내용들이다.) 다만, 큰 줄거리에서는 다소 구성의 초점이 모호하다. 작은 이야기들은 재밌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명확한 방향성을 갖지 못한 채 다소 어색하게 나열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놀이'를 매개로 엮여 있지만, 그 연결고리는 그다지 공고하지 못하다.

   

 2. 여가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여전히 일에 종속되어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제목도 그렇다. 아직 일과 성공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우리 사회에 거의 처음으로 여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타협해야 할 필요가 있었음은 이해가 가지만... 어쨌든 제목만 보면... 아직 노는 것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다. 아울러 '성공'에 대한 일반적인 시대의 관념을 비판하는 저자는 그 관념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같다. 본문에 등장하는 저자의 무용담 중 많은 부분은 상당히 TV다큐멘터리 "성공시대"적이다.

 

3. 조직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좌절을 주는 내용이 많지만, 그것은 한편으로는 편견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돌고래가 받아먹는 썩은 생선을 탐할 것인가?" 라는 귀절이 있다. 참 그렇구나 하고 생각이 들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돌고래에게 왜 사육사가 썩은 생선을 먹일 것인가? 돌고래 가격이 얼만데...? 아마도 마르크스의 '소외된 노동' 개념을 떠올린 것 같다. 거대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소외말이다. 하지만, 소외된 노동은 일하는 형태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와 주인의식이 좌우할 뿐이다. (확률의 문제에서는 조금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사실 그것 자체가 환상일 수도 있다.) 또, 그렇다고 생각하는 가정 자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수가 된다.

 

4. 전체적인 논의가 너무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되어 있다. 이것은 심리학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분석의 단위가 개개인인 경우가 많고, 그것을 확장한다고 해도 궁극적인 관심사는 개인이기 쉽다. 심리학의 이런 접근은 분명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고, 이 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엿보인다. 예를 들면, 경제가 이런데 무슨 놀이 타령이냐고 할때... 이런 문제제기는 틀리기도 하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구조적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빈부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는 세계적인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이 책의 기본가정은 상위 몇 %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 상위 몇 %가 이 책을 구매할 구매력과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대한 관심이 있기는 하다. 유사한 의미에서 녹화사업의 녹화만 봐도 불안하다는 저자는 이미 정글처럼 우거지게 녹화된 듯도 보인다.

 

- 이상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지적들이다.

 

 사실 100가지 장점 중에서 위의 4가지만 빼면, 위의 책은 훌륭하다. (안 밝힌 몇가지 빼고 90점!)

 사회에서 필요하나, 드러나지 않은 의제를 발굴하여 화두를 던지는 점이나...

 독자들을 배려하는 글쓰기 방식이나....

 흥미로운 지적인 탐구들과 다소 독특한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것도....

 

 저자의 다음 책에는 더 새롭고, 재미나고, 멋진 이야기들이 꿈틀꿈틀 엮여 있으면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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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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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두터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책내용 때문이다.  


 하워드 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7월에 촘스키랑 같이 부산에 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대체 어떤 분위기를 풍길까 보러가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학자다.

 이 역사학자는 세상을 관통하는 지적 통찰을 가지고 있다.

 역사학이 갖는 힘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애국자다. 미국내 권력자들이 보기에는 정말 힘든 사람이겠지만....

이런 지성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다.

( 난 이 사람의 저작과 생각을 훌륭하다고 인정하고는 있지만,

이 사람의 모든 입장과 생각을 모두 지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특정 이념이나 인물에 전적으로 얽혀있지 말라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많은 지식인들은 그들이 가진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거나 권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 언론의 전횡이나, 특정 집단의 부패나, 세상에 만연한 어리석음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엉성한 틈을 파고들어 많은 것을 취할 뿐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봉건 영주와 같은 독자적인 특권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책에서 Zinn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역사학자의 저작로서 훌륭한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통해서나마, 한결같이 똑같은 일간지 헤드라인의 저편에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접하고, 이런 사실들은 우리가 세상을 좀더 균형있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보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을 통해서....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사건과 시각과 그 배후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힘의 역동을 느껴보길 권한다.

★★★★★ ! 
 

(2005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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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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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욕행 비행기 안.

기내 서비스 중 책 서비스가 있다.

몇몇 책들 속에서 공지영의 신작소설을 집어든 것은 행운이었다.

예상대로 기내의 건조한 공기에 코는 마르고, 좀이 쑤셔도....

이 책을 읽는 순간은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밝힌다.

소설 속 지독한 불행을 보고 행복해야 하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었지만...

//작가 공지영에 대해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람들이 가진 편견들은 얼마나 우습게 생겨나는가? 얼마나 우연하게 생겨나는가?

한참 "무쏘의 뿔처럼...."이라는 소설이 읽혀질 무렵...

어떤 버스 안에서 한 남자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말투로 한 재주있는 인기 여성작가를 괜시리 별거 아니라고 비하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던 거다.

그게 내가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별거 아니구나 라고 편견을 가진 이유다. 멍청하게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의 모음이다.

연쇄살인범과 그에게 슬프게 죽어간 사람들에게서 이야기거리를 얻은 모양이다.

생명이라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이다.

그 생명을 둘러 싼 종교와 제도, 사람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이다.

비록 ... '누명'이라는 이야기 속 장치가 다소 냉정하게 '인간'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데 약간의 걸림돌로 작용하긴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실존의 문제들을 멋지게 풀어내고 있다고 하겠다.

2.

한 병사가 수류탄과 총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안타깝다.

그리고, 생명이 개입된 그 사건을 바라보는 매체나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보면...

역시나 안타깝다. 

3.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라는 최고의 선남선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비록한 수많은 영화들에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끔찍하다.

물론 영화 속이지만, 그들에게는 사람의 목숨은 주연배우의 스타일을 살려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목적'이어야 할 '생명'이 말이다.

4.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한 "다양성"의 한 요소로서 "다양성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생명"을 "생명" 존중의 한 대상으로서의 "생명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자 콜버그의 최고 발달 단계의 도덕관까지 고민없이 성큼 올라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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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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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한번 기막히게 잘 지었다.

내게 있어서는 정치평론가나 논쟁가로서의 진중권보다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이 더 나아 보인다.

빨주노초파남보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지적 향연.

사실 놀이와 일, 상상력에 대한 심리학적/사회학적 의미들에 대해 더 관심이 있긴 하지만, 순수한 미학과 예술의 차원에서의 이 책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기발함에 대한 인간의 도전사라고 할까? 사람들은 접고, 펴고, 들추고, 감추고, 이지러뜨리고, 뒤엎고, 왜곡하고, 순서를 바꾸고, 확대하고, 감싸고, 반사시키고, 정돈하고, 폭발시키고, 흩뜨리고....

별별 방법들을 모두 동원하여, 새롭고 다른 미적 쾌감을 주는 일들을 찾아헤맸다.

 

그런 모든 시도들이 시종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끝없는 시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아름다움이라는 영역에서는 가용한 모든 수단이 한국의 예비군처럼 끊임없이 동원되어야 하고,

그 시도는 한국의 민방위 교육처럼 내내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그 모든 시도로 부터 사람들의 知적/美적 인식의 지평은 팜파스와 같이 넓어지고, 

지렁이가 가득한 밭처럼 비옥해 질 것이다.

 

이땅의 모든 호모 루덴스 들이여... 상상력을 가득 얹어 참신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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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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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Cultural Psychology)을 다룬 책 중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역.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분자생물학적인 인간에서 시작해서 문화인류학적인 인간까지, 그 분석의 단위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론 그 분석의 단위가 어쨌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쨌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주는 것은 모두 심리학이다.

문화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문화'를 주목한다.

문화는 정말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중에 하나일 것이다. (150가지 이상의 정의가 있는 단어라고 하던가?)

문화심리학에서의 문화는 동서양의 문화라고 하는 문화인류학적 문화의 개념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생각의 지도에서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 학문은 어떻게 보면 기존 심리학의 가정과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다르다. 기존의 심리학이 전세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론과 법칙을 찾아내는데 목적이 있었다면(이 책에 따르면, 이러한 목적자체는 매우 서양적인 것이다.), 문화심리학에서는 문화적 상대성을 용인하는 제한적인 보편성을 가정한다. 물론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라는 생각의 틀이 얼마나 성긴 것이냐마는....

이러한 생각은 단지 문화라는 변인이 기존 이론에 들어간 것과는 달라보인다. (인류학에서는 이러한 통찰이 아주 오랜 전통의 하나일 뿐이지만 말이다.) 문화심리학은 본래 Cross-cultural한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심리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발견해낸 인간의 특성들을 검증해 보는 과정에서 난감한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세상의 반쪽 혹은 아주 소수들에게만 적당한 설명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많이 실망했을 법도 하다.

어쨌거나, 이제는 단순하게 Cross-cultural한 관점에서 벗어나 하위문화나 문화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의 지도'에서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미묘한 감정들은 학문적 대상이 되기 힘들기 때문일 테다.) 전통적인 실험사회심리학의 방법론을 통해 얻은 실험 결과들을 가지고, 관계/독립, 순환/직선, 복잡/단순과 같은 틀로 설명하는 동서양인의 사회인지들의 문화적 차이들은 때때로 놀랍게 느껴질 정도이다.

비록 문화를 둘러싼 궁극적인 전망과 의문에 대해서는 단 한가지도 마땅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 모로 흥미로운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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