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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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의 지붕' 티베트! 2008년 올림픽으로 전세계가 서서히 달아오를때 즈음 티베트에서는 무력충돌이 벌어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에게 잊혀졌던 서해대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는 티베트의 독립을 외쳤고, 티베트인들이 흘린 피에 대한 중국정부에 대한 성을 촉구했다. 하지만...그렇게 시간은 또 티베트라는 이름을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게 만들었다. 

 

티베트는 중국의 자치구이다. 평균 해발 4000m 고원지대에 위치한 티베트는 많은 지하자원으로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또한 인도와의 국경에 인접해 있어 군사적 완충지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고원지대에 위치해 군사 전략적으로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내 수많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요구에 비추어 티베트는 앞으로도 중국에 약이 될 지, 독이될지 모를 특별함을 간직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티베트라는 이름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왜곡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 그리고 서남공정... 2006년 하늘 길로 불리는 칭장철도의 개통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중화작업으로 지금 티베트는 예전의 티베트가 아니라고 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 조차 '이제 티베트에 티베트는 없다' 라고 한탄할만큼 중국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독립과 자유, 그들이 외치던 역사,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을 잠시 뒤로하고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는 티베트의 종교와 전통, 그리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중국인의 눈으로 담아보려한다.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에서는 오래전부터 티베트와 불교에 매료되었던 저자 쑨수윈이 영국 BBC의 의뢰로 티베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게되면서 촬영한 1년간의 티베트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티베트를 사랑하지만 중국과의 역사적, 정치적인 여러가지 상처를 앞에 둔 중국인으로써 바라본 티베트와 그들의 삶이 렌즈의 눈을 통해서 비쳐진다. [A Year in Tibet]이라는 이름의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서도 [영혼의 땅 티베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꼭 한번 만나봐야할 것같은 느낌이든다.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이 아닌 무당, 마을의사, 승려 등 평범한 티벳인들을 쫓아다니며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지극히 티베트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무당을 찾아가 병을 고치고, 그들만의 독특한 혼례식을 담아내기도 하고, 삼형제의 아내공유를 관찰하기도 하고, 중국어로 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건축업자, 해고당한 우박 방지사... 등 다양한 티베트인들의 모습과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오쩌둥 어록으로 우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티베트의 개혁! 등 티베트의 과거가 묻어난 현재의 모습이 렌즈를 통해 비춰진다.

 

'책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감정과 생각, 믿음과 과거에 대한 반성을 탐구하기에 훨씬 더 유용한 수단이다. 또한 책은 너무나 풍요로우면서도 복잡한, 그래서 다른 곳과는 동떨어진 사회인 티베트를 묘사하는데 특히나 중요한 수단이다.'

 

티베트는 샹그릴라일까?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질문을 내놓는다. 하지마 그는 티베트가 낙원이 아니라고 답한다. 너무 가난하고 낙후되고 긴장과 통제가 심한곳이라 말한다. 티베트에서 보낸 일년중 무엇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까? 단연 그녀는 사람과 장소라고 답한다. 세상 어느 곳과도 다른 특별한 티베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티베트가 향후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중국의 일원이 될지, 아니면 독립국가로서 새로운 모습이 되어 태어날지... 저자의 티베트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떠나는 발걸음 속에서도 묻어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올걸 생각한다는 쑨PD의 티베트 사랑이 향기처럼 피어난다.

 

티베트인들의 삶의 모습과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미개하고 부족해도 그들의 문화는 '티베트'라는 이름과 함께 일 때 더 빛나게 될 것이다. 역사와 전통, 문화는 한 순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실패했음을 우리는 안다. 나라마다의 특별한 가치, 오래된 역사의 토대 아래 간직된 문화가 정치적, 군사적인 이유로 외면당하고 짖밟혀서는 안될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그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 변화의 압력을 그들은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티베트란 이름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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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를 리뷰해주세요
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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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회색빛 건물, 아이들의 소란스러움, 조용한 벤치, 숨막힐 듯 줄지어 있는 책들, 대출과 연체...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바로 매점! 고등학교때 주로 찾던 도서관과 대학시절 열람실 자리잡기 위해 아침부터 줄서기도 했던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와 추억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때 그 추억의 작은 도서관이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공부하고 책과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아이들과 떠들고 몰려다니며 매점을 기웃거리던 시간이 많았던 그 시절. 도서관은 그렇게 오래된 책갈피 처럼 추억속에 자리한 하나의 '공간'으로써 자리한다.

 

어린시절에 그런 꿈을 꾸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 참 좋겠다고...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쉿! 조용히' 라는 소리가 낯설지 않았던 시간이 지나고, 책과 조금은 거리를 두게 되면서 오래전 그런 꿈을 꾸었었다는 것조차 지금은 잊혀져버렸다. 도서관 사서!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까? 도서관 사서가 되어 도서관에 출근하게 되면 정말 생각했던것 만큼 행복할까? <쉿, 조용히>는 얼떨결에 도서관 사무보조 일을 맡게 된 '나'의 이야기를 통해 도서관이 갖는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 그 안에서의 '인생'을 조명해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궁금해하는 장소를 두곳만 꼽아 보라면 아마도 '출판사와 도서관'이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싶다. 책이 만들어지고 책이 사람들과 친해지는 곳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가져봤을만한 것이다. 그저 책을 좋아하던 '나'는 대학시절 구인광고를 보고 우연히 도서관 사무보조로 일하다가 대학원 문헌정보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정식 사서가 된다. 책만 정리하고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도서관이 가지는 의미를 찾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배워나가는 경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책속 가득 펼쳐진다.

 

'나는 이내 사서에 대한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되었다. 사서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책과 씨름하며 장시간 일하고 나면 근무 외 시간에는 책과 관련된 것에 관심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동사서 이디스, 도서관원 브렌다, 아트... 등 도서관에서 일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도서관 또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곳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식의 보고이자 책에 자신을 바치고 자신의 지식과 애정을 타인에게 나눠주는 사람을 만나는 곳이며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는 곳이라는 도서관의 이미지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것의 발견'이란 목표를 위해 찾는 곳이라는 또 하나의 사실을 추가하기에 이른다. 또한 저자는 그들이 그런 발견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임을 깨닫게 된다.



책속에는 다양한 도서관에 대한 역사가 살아 숨쉰다. 최초의 위대한 도서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탄생이나 세계대전을 겪으며 나치에 의해, 지금은 이슬람 급진주의자에 의해 파괴되기도 했던 도서관의 가슴 아픈 역사와도 마주한다. 팝콘과 도서관 스낵바를 통해서 지역사회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지식 이상으로 굶주려있는 봉사임을 깨닫게도 된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친한 동료를 잃기도 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다양한 도서관과 사서로서의 삶을 제대로 음미하게 된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할수록 나는 책 때문이 아니라 사람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한다. 나는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한다.'

 

도서관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다. 키큰 남자, 마약 중독자, 당돌한 십대들, 단골 어르신들, 괴짜 전도사, 노숙자...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저자는 결국 자신이 행복이라는 운명과 우연에 이끌린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쉿, 조용히>는 이렇듯 자신이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 고민하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요즘의 젊은 이들에게 던지는 즐겁고 유쾌한 성장일기이다. 또한 도서관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과 소통하고 도서관이 가져야할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는 날카로운 통찰도 담겨져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도서관은 책의 무덤이 아니라 책을 위한 궁전' 이 되어야 한다고... 책을 좋아했고 도서관과 사서라는 이름에 일정한 이미지를 부여했던 저자가 도서관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되고, 도서관과 사서가 자져야 할 자세를 일깨우는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가 너무나 즐겁다. 지역사회에의 봉사하고 책도 그렇지만 책보다는 사람과 관계에 중요성을 일깨우는 특별한 시간속 여행이 재미와 함께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고보니 도서관을 찾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직도 오래전 색바랜 도서관 도서대출증이 지갑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할 도서관에 대한 경험을 되살려준 즐거운 작품과 함께했다. 주말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가까운 도서관에 다녀와야겠다. 책도 그렇지만 그곳에서 오래전 추억도 만나고, 아이들의 떠드는 목소리도 듣고 싶다. 무엇보다 매점에서 사먹게 될 맛좋은 라면이 제일 기대된다. 그리고 책 한권을 펴놓고 소곤대는 아이들에게라도 '쉿, 조용히~' 하고 잎술에 손을 올려보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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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원고>를 리뷰해주세요
사라진 원고
트래비스 홀랜드 지음, 정병선 옮김 / 난장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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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학의 힘은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주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다. 미국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를 가르친다.' 라고 말했다. 문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엄청난 위력과 파급효과를 내는지 이 말이 잘 말해준다. 전제군주시대, 혹은 독재정권이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에 가장 먼저 처해지는 일이 바로 문학의 검열과 작가들에 대한 탄압임을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피부로 느껴오기도 했다. 1939년 스탈린 시대의 러시아, 70년을 넘어서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탄압받고 일부 문학인들이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는 2009년 대한민국! 지금을 사는 우리는 왜 그 시대를 자꾸 떠올리게 될까?

 

[사라진 원고]는 스탈린 시대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실존했던 러시아의 유대인 작가 이삭 바벨의 숙청과 그의 사라져버린 작품들을 모티브로, 악명 높았다던 루뱐카 교도소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키로프 아카데미에서 문학을 가르치다가 학교에서 쫓겨나 공문서관리인으로 일하는 파벨 두브로프라는 이름을 가진 상상의 인물을 더해서 KGB 문서국이 행했던 암울한 시대의 어두운 면면들과 그 속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낯선 이름들과 익숙치 않은 시대 분위기에 책에 몰입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작품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사회, 문학의 순수성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색채를 띈 작품들과 작가들은 처단되는 어둠의 시대. 문학을 가르치다 문학을 불태워버리는 일을 맡게 된 한 남자의 비애가 그려진다. 모함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열차사고로 아내를 잃고, 어머니는 치매 증세가 날로 악화된다. 거기에다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를 가두고 그의 작품들을 소각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파벨의 말못할 고뇌와 급기야 양심에 자극받아 작가의 작품을 비밀 장소로 숨기게된다.

 



[사라진 원고]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스산하다. 회색빛 차가운 시대를 그려낸 표지그림이 그렇듯... 특별할 것 없이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야기는 리듬이나 강약이 없다. 자신과 관련된 일들과 그 시대의 어둠속에서 최선이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에 촛점이 맞춰진다. 어둠의 시대에 희망의 빛이 보일리 만무하지만 작가는 파벨의 작지만 용기있는 행동을 통해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그려내고 있다.

 

'시대는 그걸 요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든 숨겨야만 했다. 그렇게 지하실 벽이 파벨의 내면세계를 담는 그릇이 되었다.'  -  P. 376

 

루뱐카에서 파벨의 임무는 젊은 장교가 문서 보관소에서 아무렇게나 추려내는 파일을 폐기처분, 소각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걸 '잡초 뽑기'라로 쉽게 부른다. 잡초 뽑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은 쉽게 왜곡하고 없애는 그들의 행태가 바로 잡초 뽑기인 것이다. 다시 우리 시대로 돌아와본다. 소통이 사라진 사회에서 우리에게도 이런 잡초 뽑기가 자행되고 있지는 않은가? 얼마전 신종플루 홍보에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M모 방송국에 광고를 주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자들의 이메일을 압수하고 쉽게 공개하는 언론플레이가 횡횡하고, 협조적이지 않은 시민단체의 지원금을 중단한 정부... 잡초 뽑기는 이런 것이 아닐까?

 

역사는 언제나 멈추어 서있지 않는다. 책속에 그려진 시대는 아주 오래전 이데올로기가 상존한 시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속에 그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레드 컴플렉스가 부활하고, 7~80년대 독재권력의 모습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이 비단 몇몇 깨어있는 자들의 시선에 담긴것 뿐일까? 이 정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든 숨겨야만 했다'는 소설속 주인공 파벨의 모습이란 말인가?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를 가르친다.'라는 말이 다시한번 떠오른다. [사라진 원고] 조금은 낯설기도 했던 스탈린시대의 특별한 이야기가 우리가, 문학이 나아갈 미래의 길을 제시해주는 빛이 되어준다. 정치적 노리개와 선동의 도구가 아닌 문학이 가진 진정한 힘과 올바른 주장이 어둠속에 허우적대는 수많은 깨어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할거라 기대해본다. 잠시의 어둠때문에,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숨길것이 아니라 떳떳하고 당당하게 용기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사라진 원고]를 통해 문학이 가진 진정한 힘과 용기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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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를 리뷰해주세요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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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있다. 소설가 故박경리선생은 자기만 알고 편한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아무렇게나 사는 걸 반성하게 만드는 착한 소설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지영 신드롬, 극심한 개인화와 집단적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최근 들어 그녀가 던지는 화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어떤 '힘'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한 편의 소설이 그런 고개떨굼의 시간을 넌지시 건넨다. 

 

[도가니] 혐오스러움, 울분, 그리고 눈물이란 감정이 솟구친다. 서유진이 말하던 '이 무슨 미친..... 광란의 도가니야?' 라는 말이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미쳤어' 라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런 상황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고 소설속 내용과 결말이 우리 현실을 고스란이 담고 있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안개에 쌓인 버려진 도시를 관통하며 꿈틀거리는 징그러운 벌레 한마리가 연상된다. 안개에 가려져 그 실체가 벌레인지 인간인지 구분도 안될 정도로 자욱한 그도시의 혐오스런 기억이 시작된다.

 

무진시(霧津市)

안개가 삼켜버린 무진시(霧津市)라는 이정표 속으로로 한 남자가 들어선다. 강인호, 잘 나가던 무역회사도 운영했었지만 지금은 월급이나 꼬박꼬박 받아서 살아보자는 맘으로 아내의 친구의 삼촌이 운영하는 자애학원이란 장애인학교에 '학원발전기금'을 내면서까지 선생으로 일하려고 마음먹은 그다. '작은거 다섯장'을 외치는 교장과 행정실장 쌍둥이 형제, 기숙사 생활지도교사 박보현, 이사장의 수양딸 윤자애... 자애학원은 무거운 안개로 자욱하다.

 

무진(霧津), 이 낯선도시에서 만난 서유진, 그녀는 이혼과 기형을 가진 아이에 가난까지 여러가지 여려움속에서도 무진에서 인권운동센터를 운영하며 힘없는 이들이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강인호가 도착한 날 한 장애인 아이의 철도 사고, 지난달 자애학원 운동장 절벽 끝에서 떨어져 죽은 여자아이의 사건까지 자애학원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그 추악한 벌레들의 성범죄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여린 아이들의 손끝으로 생생하게 새어나온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폭행을 가하고 발설하지 못하도록 린치를 가하는 벌레들만도 못한 인간들의 모습....





어렵사리 법정에 세운 벌레같은 인간들의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뻔뻔함과 가증스러운 작태에 다시 한번 울분이 솟구치게 만든다. 권력과 돈의 힘 앞에 정의와 희망은 정녕 사라지는 것인가? 미성년 성폭행이라는 명백한 범죄를 앞에 두고, 교육청의 장학사, 교회의 목사, 시청, 그리고 경찰, 검찰의 전관예우.. 까지도 하나같이 힘있는 벌레들의 앞잡이 노릇에 혈안이다.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정도의 혼란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행정실장 이강복의 울부짖음이다. '이건 음모야! 빨갱이들이 하는 방송 하나만 보고 이러는 법이 어딨나. 응?' 영광제일교회 목사의 설교도 있다. '사춘기 가슴 빵빵한 아이들 보고.... 사탄의 유혹인 줄도 모르고, 그럴수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장학관마저도 시큰해진 눈가를 훔친다.' 미쳤다! 세상이 미쳐버렸다. 이런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에 더 안타깝고 더 분노하게된다. 정의가 썩어버려 시궁창보다 더 역한 냄새가 피어올라도 돈 냄새로 현혹된 우리의 코는 그것이 정의라는 이름표라고 죽어라 외쳐댄다.

 

자신의 양심을 기꺼이 속여버린 세상, 공지영은 그런 우리들의 허물을 그대로 들추어낸다. 잠시 메스꺼워도 그런 더러운 모습을 기끼어 토해낼 준비를 해야할 것같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공지영 소설에서는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느껴진다' 라고.. 현대사의 시간속에서 학생-노동 운동에 나서고, 남성중심주의에 저항하고, 종교적 관용과 화해에 관심을 갖던 그녀의 작품속 다양한 관점변화와 시도가 어쩌면 이번 작품속에 다양하게 녹아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우리 현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 아직도 취악한 우리의 피해자 관리와 배려의 문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범죄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데올로기논쟁으로, 종교논쟁으로, 정치적 이유로 왜곡하는 우리사회의 형편없는 모습들도 책속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정의와 희망을 위한 싸움이 쓸데없는 논쟁으로 끝나는 안타까움이 앞으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범죄가 없어야 겠지만... 죄 지은 사람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정의에게는 박수가 전해지는 건강한 우리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공지영의 펜끝에서 되살아난 현실, 또다시 고개를 떨구게 만드는 ...미친 광란의 도가니를 통해서 우리가 꿈꾸어 갈 정의와 희망의 미래, 건전하고 행복한 열광의 도가니를 조심스레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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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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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한 사람의 친구와 알게 되고,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옛 친구를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작은 아씨들>과의 만남, 그것은 나의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고전이 현대와 만나 예쁘고 새로운 이미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1868년, 지금으로부터 백사십년이란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그리고 이십여년전 어린 시절의 그 오랜 옛 친구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이렇게 우리 곁에 진한 추억으로 자리한다. 시간이 삼켜버린 백발의 할머니가 아닌, 어린시절 친구인 네 자매의 모습이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치 가문의 네딸들'이 있다. 가문의 장녀인 큰딸 메그, 고잽쟁이 아가씨 조, 예쁜 천사아가씨 베스, 그리고 귀여운 말괄량이 막내 에이미까지... 사랑스런 그녀들의 이야기가 예쁜 일러스트와 어울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어린시절에 만났던 그녀들이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진 만화적인 이미지 였다면 오은숙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이번 <작은 아씨들>은 조금은 더 성숙해진듯, 감성을 자극하는 느낌좋은 이미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손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에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가미된 정말 만나고 싶고 간직하고픈 명작으로 새롭게 태어난것이다.

 

아름다운 네 자매의 사랑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콧의 대표작 <작은 아씨들>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완역본' 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났던 이 네자매 이야기들이 아이들이 읽기 쉽게 요약되어 번역된 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빼어놓지 않고 내어놓은 완역본이기에 더욱 간직하고 싶게 만든다. 다시 만난 옛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작은 아씨들>의 내용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것이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전쟁에 참전한 아빠를 기다리는 마치가의 네딸들과 엄마, 다섯식구가 만들어가는 힘겹지만 따뜻한 가족애를 재미와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다. 로렌스가의 손자 로리, 로리의 가정교사 부룩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녀들과의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의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요즘들어 많이 눈에 띈다. 인디고의 고전명작세트가 특히 그렇다. <작은 아씨들>은  그 다섯가지 이야기 중 두번째이다. [어린 왕자]를 비롯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간머리 앤], [눈의 여왕]과 함께 다섯가지 새로운 색을 띄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재탄생 한것이다. 나이라는 시간의 흐름위에서 오래전 친구를 만난 느낌은 추억속의 시간과는 또 다른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린시절엔 이야기속에 담긴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 했다면, 지금은 '그랬었지' 하는 추억의 목소리가 흐른다. 그리고 그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상상과 또 다른 지혜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런 즐거운 추억과 감동이 이 책속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랑스런 이 네 자매중에서 굳이 마음에드는 한명을 꼽자면 고집쟁이 아가씨, 조 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 지망생이면서 활달하고 적극적이면서 개성강한 그녀의 성격이 마음에 든다. 남자에게도 인기있고, 자매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리더격인 그녀의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약간은 지적인 이미지의 일러스트도 가슴을 설레게 하기도 하지만... 아련했던 네 자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했었다.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었지? 전쟁이 끝나고 아빠는...? 누가 죽었던가? 기억조차 가물하던 이야기들이 새롭게 그 시절 추억들로 되살아난다.

 

네 자매가 만들어가는 순수하고 생동감 넘치는 재미와 감동, 사랑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어린시절 첫사랑을 만난 기분처럼, 조금은 들뜨고 설레이는 느낌을 담은 이 작은 책 한권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한다. 인디고의 고전명작세트 중 아직 만나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과도 꼭 만나봐야 할 것 같다. 그들과 아름다운 추억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도 그렇지만 이 예쁜 책들을 언제나 곁에 두고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억을 선물하고 재미와 감동, 그리고 꼭 간직하고 싶도록 만드는 그녀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렇게 그녀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안녕! 메그, 조, 베스, 에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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