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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의 지붕' 티베트! 2008년 올림픽으로 전세계가 서서히 달아오를때 즈음 티베트에서는 무력충돌이 벌어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에게 잊혀졌던 서해대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는 티베트의 독립을 외쳤고, 티베트인들이 흘린 피에 대한 중국정부에 대한 성을 촉구했다. 하지만...그렇게 시간은 또 티베트라는 이름을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게 만들었다.
티베트는 중국의 자치구이다. 평균 해발 4000m 고원지대에 위치한 티베트는 많은 지하자원으로 경제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또한 인도와의 국경에 인접해 있어 군사적 완충지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고원지대에 위치해 군사 전략적으로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내 수많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요구에 비추어 티베트는 앞으로도 중국에 약이 될 지, 독이될지 모를 특별함을 간직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티베트라는 이름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왜곡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 그리고 서남공정... 2006년 하늘 길로 불리는 칭장철도의 개통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중화작업으로 지금 티베트는 예전의 티베트가 아니라고 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 조차 '이제 티베트에 티베트는 없다' 라고 한탄할만큼 중국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독립과 자유, 그들이 외치던 역사,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을 잠시 뒤로하고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는 티베트의 종교와 전통, 그리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중국인의 눈으로 담아보려한다.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에서는 오래전부터 티베트와 불교에 매료되었던 저자 쑨수윈이 영국 BBC의 의뢰로 티베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게되면서 촬영한 1년간의 티베트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티베트를 사랑하지만 중국과의 역사적, 정치적인 여러가지 상처를 앞에 둔 중국인으로써 바라본 티베트와 그들의 삶이 렌즈의 눈을 통해서 비쳐진다. [A Year in Tibet]이라는 이름의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서도 [영혼의 땅 티베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꼭 한번 만나봐야할 것같은 느낌이든다.

정치적인 티베트의 모습이 아닌 무당, 마을의사, 승려 등 평범한 티벳인들을 쫓아다니며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지극히 티베트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무당을 찾아가 병을 고치고, 그들만의 독특한 혼례식을 담아내기도 하고, 삼형제의 아내공유를 관찰하기도 하고, 중국어로 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건축업자, 해고당한 우박 방지사... 등 다양한 티베트인들의 모습과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오쩌둥 어록으로 우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티베트의 개혁! 등 티베트의 과거가 묻어난 현재의 모습이 렌즈를 통해 비춰진다.
'책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감정과 생각, 믿음과 과거에 대한 반성을 탐구하기에 훨씬 더 유용한 수단이다. 또한 책은 너무나 풍요로우면서도 복잡한, 그래서 다른 곳과는 동떨어진 사회인 티베트를 묘사하는데 특히나 중요한 수단이다.'
티베트는 샹그릴라일까? 마지막에 저자는 이런 질문을 내놓는다. 하지마 그는 티베트가 낙원이 아니라고 답한다. 너무 가난하고 낙후되고 긴장과 통제가 심한곳이라 말한다. 티베트에서 보낸 일년중 무엇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까? 단연 그녀는 사람과 장소라고 답한다. 세상 어느 곳과도 다른 특별한 티베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티베트가 향후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중국의 일원이 될지, 아니면 독립국가로서 새로운 모습이 되어 태어날지... 저자의 티베트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떠나는 발걸음 속에서도 묻어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올걸 생각한다는 쑨PD의 티베트 사랑이 향기처럼 피어난다.
티베트인들의 삶의 모습과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미개하고 부족해도 그들의 문화는 '티베트'라는 이름과 함께 일 때 더 빛나게 될 것이다. 역사와 전통, 문화는 한 순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실패했음을 우리는 안다. 나라마다의 특별한 가치, 오래된 역사의 토대 아래 간직된 문화가 정치적, 군사적인 이유로 외면당하고 짖밟혀서는 안될것이다. 10년후, 티베트는 어떻게 될까?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그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 변화의 압력을 그들은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티베트란 이름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