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아이들 학교에 갔었드랬지요..
학부모 총회때 학급문고를 기증하겠다고 말해놓고 그냥 뭉개버릴 수가 없어서요.
팔아먹으려고 닦아뒀던 전집 두질을 가지고
애들 교실에 가서 기증도 하고..
애들 담임선생님도 만나서 상담도 했습니다.
작은애 선생님은
일단 학부모랑 만나는 것 자체를 너무 어려워하시더군요..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인데.. 너무 어색해 하셔서...ㅎㅎㅎ)
학부모회가 없어서 선생님께서 힘드시겠어요~하니
"괜찮아유~"하고 웃으시더군요. ㅎㅎ
그리고 "아이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애들이 너무 좋아하겠어유~"하시고 말입니다.
(탈무드 동화 기증했습니다...
에이, 촌지 가지고 가면 돈도 많이 드는데..하고 그냥 들고 갔던 책..)
작은애는 별 문제 없나 봅니다.
제게 해 주실 말씀도 별로 없었나봐요.
그래서 그냥 머리 긁적이면서 퇴장... ㅎㅎ
큰애 수업이 끝나는 걸 기다렸다가 3학년 교실로 갔습니다.
마침 과학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큰 애가 교실에 있더군요.
연구실에 계시는 선생님을 찾아서 아이랑 함께 선생님을 뵜습니다.
집에서는 찬밥 신세를 못면하던 "자연의 신비"를 가지고 갔는데
학습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선생님 취향에 맞나 보더군요.
도시 애들이어서 이런 책이 정말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아이 성적을 보여주십디다.
@.@
사회, 과학은 꽤 잘했더구만,
국어, 수학은 황망,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공부 많이 해야 한다고..
특히 수학은 지금 떨어지면 4학년 이상이 되면 못따라 간다고..-_-
큰애에게 "동현아~ 이제부터 집에서 수학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하시더군요.
애는...
당연히 "네~"합디다.
그렇게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요.
"난 네 수학성적을 보고, 그래도 학교 시험이 어려워서 애들이 죄다 시험을 못본 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진짜 놀랬다."
울데요..
울라고 말한 건 아닌데..
하여튼 선생님이랑 약속도 하고해서 열심히 하겠다더군요.
여기까지는 잘 넘어갔습니다.
소리도 안지르고, 화도 안내고, 약속도 받아내었으니...
그런데 문제는 제 마음이더군요.
일요일에 학교 숙제라고 해온 걸 보면서(책 광고문이었어요..)
마치 서류 결재해주듯이 여기 저기 고치라고 명령하고 있습디다....
그것도 아주 까탈스럽게 말입니다....
다시 이리이리 해봐라~ 해놓고
부엌에서 아침준비를 하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 아이를 닥달하면 안되는 것 같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주둥이가 닷발이 나와있는 아이에게 가서
책 광고가 뭘까를 다시 얘기해보고(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서 많이 읽게 만들게끔 글을 써보자~하고.)
이 책에 대해서는 엄마보다 네가 더 잘 알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봐라~ 넌 글을 잘 쓰니까 잘 할 수 있을거야..
엄마 신경쓰지 말고, 네가 이 책을 광고한다고 생각하고 써봐~하고 왔습니다.
나중에 애가 써온 걸 보니.. 잘했더군요..제 눈엔.. 그만하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걸..
한큐에 애를 우등생으로 갑자기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합니다.
이걸 버려야 하는데..
욕심이나 강박증을 벗어내기가 쉽지 않네요...
차근차근하다보면 길이 보이겠지요... 허허
설사 못한다 하더라도 최후의 보루가 되어줘야지... 다짐해 봅니다.
모님이 보내주신 결론은 독서다~하는 책을 보니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이랑 같이 상담을 하니까 좋은 점도 있더군요.
엄마한테 선생님이 직접 자기 칭찬을 하는 걸 듣게 되니
선생님이 자기를 잘 알고 계셨구나.. 나를 좋아하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나보데요.
선생님이랑 친해지게 된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하데요.
자기는 선생님이 좋다고...
뒷 칠판에 있는 스티커도 몇개 더 붙여주셨거든요.
"이렇게 좋은 책도 가지고 왔는데, 동현이 스티커 좀 더 붙여야겠구나~"하면서요..
에휴..
꼴랑 붙은 게.. 청소 잘했다고 붙어있는 겁디다....
속으로
'야, 이놈아, 그 스티커 내꺼다~'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