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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
한상언 그림, 김장성 글 / 여우고개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판소리 흥부전을 그림책으로 옮긴 이야기입니다.
박타령은 흥부전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하네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인데
엄마의 해설을 곁들여서 읽어준다면 6~7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제 아이들과 서점에 오랜만에 갔다가 발견한 책이지요.
보통 전래동화에 나오는 흥부놀부전과는 느낌이 또 다른 재미난 책이었어요.
제법 글밥도 많아 읽어줄 생각하기 어려운 책이기는 한데...
이 책은 읽는 것보다 "듣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마치 "판소리"처럼 말입니다.
놀부가 박을 타서 거지떼가 나오는 장면에서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걸 운율에 맞춰서 읽어주지 않고서야
그 재미를 아이가 어찌 알겠습니까! ^^
다만... 어투가 진짜 판소리에서 튀어나온 듯한 토속적인 고어체가 있어서
읽어주면서 약간은 변형을 해야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요?
작가(김장성)가 옛이야기를 주고 써오신 분이던데
아직은 대가이신 서정오님의 아이들 귀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 솜씨에는
못미치는 듯 합니다.
예를 들면
"놀부가 그저 현기증이 나서 털썩 주저앉을 적에 거지 왕초 썩 나서서 하는 말을 들어봐라"는 구절은 저학년 아이들이 그냥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은 놀부가 흥부가 부자된 것에 쇼크를 받아 제비를 찾아 다니는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때는 이미 겨울이라 제비 볼 리 없건마는
놀부란 놈 제비에 눈이 단단히 뒤집혀
그저 날아다니는 건 죄다 제빈 줄로만 알고
까막까치를 봐도 "내 제비!", 참새 콩새를 봐도 "내 제비!" ...생략
끼니는 삼시 세때 수제비, 칼제비만 먹고
짐승을 말하자면 족제비만 사랑하고
꽃이라면 제비꽃, 재주라면 공중제비......생략"
잠자기 전에 운율에 맞춰서 읽어주다가
아이들이 졸린 눈을 부벼대면서 끝까지 읽어달라고 하는 통에
쉰 목소리의 압박이 들어오는 책이었답니다. ^^;;
그리고 뽀나스~
저 표지의 험상궂은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강남 제비의 '비'자 돌림 사촌 '장비'라네요.
이 말을 듣더니 작은 아들놈이 "그런데 유비는 왜 안 나왔을까?"합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