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시누는 미국에 삽니다.
미국으로 시집갔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시집살이하지요...
추석날 오후에 그 시누가 시댁으로 전화를 했었습니다.
엄마, 아빠, 동생.. 사람을 바꿔가면서 통화를 하더니만,
수화기가 어느샌가 내 귀에 붙었습니다.
'올케?
올해도 일 많이 했다며?
고마워...
고맙다는 말밖에는 없네... 나는 너무 많이 떨어져서...'
'무슨 말을 그리하세요? 아녜요, 아녜요...기타등등' 하고선 전화를 끊었지요.
끊고 나선 왠지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고마워?
왜 고맙지?
나도 이 집 식구인데... 결혼한지 10년도 훨씬 넘었는데...
왠지 시누는 이집 식구이고, 난 멀리서 일 도와주러 온 딴집 사람처럼 느껴지쟎어...
그냥 수고가 많지? 고생했네... 일이 줄어야 하는데 자꾸 많아져서 힘들겠다...류의 이야기였다면 좋았을텐데...
진짜 식구처럼 느껴지고 말이예요.
그냥 나만 느끼는 거겠지요.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은 느낌.
밥속의 콩알같이 혼자 굴러다니는 느낌말입니다.
할 일이 없는지 말 한마디하면 그냥 고마워하나부다...하면 될 것을
곱씹고, 곱씹고 하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걸고 넘어지는 걸 보니
나도 별 수 없는 며느리인가봅니다.
한식구된다는 느낌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시댁가서 부엌 싱크대를 점령하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이 기분나쁨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며느리 옹심이라 부르면 딱일것을....
난 나중에 시어머니되면 며느리를 정말 이뻐해주고 싶습니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내가 기르지 않았어도
그냥 주고 싶습니다. 나도 한번 그냥 퍼주는 엄니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의 부모라는 것으로 효심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사랑을 주어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