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덕분에 치통에 시달리고 있다보니,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럽습니다요, 제가...
아까 저녁을 먹기위해서 상을 차리고 있는데,
두 녀석이 몽땅 나와서 저를 거들더라구요...
일주일전쯤에 "눈썹에 맞초일 때까지 앉아 있다가 상을 받아먹는다!!"며 야단을 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큰 녀석이 물병을 들고 가다 놓쳐서 밥상위에 물병이 내동그라졌답니다.
물병을 맞은 국그릇이 엎어져서 밥상뿐 아니라 카페트위에 건더기랑 국물이 흥건해졌구요...

보통때 같으면 의도적으로라도 "안다쳤니?"가 먼저 나왔을터인데...
오늘은 벼락같은 목소리로 "지금 뭐하는거야? 거기가 국을 쏟으면 어떻게 해!!! 브라브라브라!!!!"가 나왔지 뭡니까!! ㅜ.ㅜ
순간 제가 완전히 이성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밥 먹겠다고 밥상앞에 앉아있던 두 놈들은 할 말을 잃고 벌벌떨고 있었고,
저 역시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카페트위에 흩어져있던 국건더기를 훔쳐내고 있었답니다.
"아이, 짜증나!!"를 연발하면서요....

그러면 안되는데...
울지도 못하고 질려있는 아이를 보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미안하다, 소리질러서... 엄마가 이가 너무 아파서 짜증이 많이 났었나봐... 미안하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때서야 큰놈은 엉엉 울면서 "손에서 물병이 미끌어졌어요"하더군요.

정말 미안하다 했답니다.
아파서 짜증이 났다니까, 아프지 말라고 약을 가지고 오데요.

제가 "너도 실수하고, 엄마도 실수했다, 미안하다"고 하니까
"없던 일로 해요~"라고 말합디다.

정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이리 여리디 여린 아이들에게 화풀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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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1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쩝니까, 엄마도 사람인걸요. 아프면-거기다 제일 고통스러운 치통이시라면서요- 누구나 짜증부터 나고 만사가 귀찮은 법이잖아요. 약까지 갖다 주는 걸 보니 아이가 엄마가 많이 아파서 그런 거란 걸 받아 들였을 듯 합니다. 얼른 치료하시고 나으시길 바래요.

이등 2004-10-1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사랑니를 뽑았답니다.
큰 아이 학교에 다녀오더니 첫마디가 "엄마, 치과 다녀오셨어요?"더군요.
어제 낮엔 엄마가 아파서 속상하다고 웁디다.
참 마음이 곱고 여린 아이랍니다. 쌈도 잘하지만... -_-

. 2004-10-1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운 아이같아요. 흐흐..이등님 저런 이야기 읽는거 무지 좋아요...^^

이등 2004-10-1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현이 마음은 비단결이지요.
마음씀씀이는 유전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요. 저랑 완전 반대!! ㅠ.ㅠ
작은 놈은 정말 가만히 있더군요. 생존의 법칙을 잘 알고 있는 듯!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