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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만난 하나님 - 세상에 가득한 창조의 증거
리처드 A. 스웬슨 지음, 송형만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고3때 한참 동안 물리에 빠져 지냈다. 남들 다 입시 준비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물리책을 들여다보고 즐거워하곤 했다. 왜 그렇게 물리가 좋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엉뚱한 대답같지만 F=ma와 같은 단순한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자연 현상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조화로워보였다. 법칙이 없는 곳 같은 데서 발견되는 법칙을 통해 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비법같은 것을 깨닫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가 매트릭스 세상을 간파하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그런 조화 속에서 움직이는 세상이 경이롭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마치 멋진 음악이나 영화에 매료되듯이 나는 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시스템에 반했다. 내가 늘 보아오고 살아오던 세상이었지만, 물리는 나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었다.
스웬슨이 과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이제는 관심의 대상에서조차 벗어난 물리적 세계에 대해 새롭고 신선한 시선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통한 체험만으로 이 세상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별히 우리가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 몸에서 외부로 열린 창인 눈은 그 기능이 놀랍기도 하지만 너무 제한적이기도 한다. 우리의 눈은 물체에서 반사되서 나오는 가시광선만을 분별해낼 뿐이다. 세상은 분명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스웬슨은 우리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영역 이상에서 과학이 발견해 온 수많은 놀라운 정보를 통해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또한 그 너머에 존재하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스웬슨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의 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소립자 세계, 심장을 비롯해 우리 몸의 내부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기관들, 놀라울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 뇌와 감각 기관, 하나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무한한 정보의 DNA, 에너지와 네가지 힘, 고전 물리 법칙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불확정성의 원리, 초끈 이론에 이르는 현대 물리의 기본적인 개념, 시공간과 빛의 연관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학과 성경, 혹은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스웬슨은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세상에 대한 경이로운 정보들을 우리에게 풀어 놓는다. 그리고, 그는 이 놀라운 수많은 정보를 통해서 '하나님의 주권'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과학과 신앙은 상충하고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통해 하나님을 더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스웬슨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니 오히려 과학과 친구가 되십시오. 그 친구는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 줄 것입니다. " 외과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스웬슨의 이 권면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가 알고 있는 어떠한 과학의 세계와 영역에도 하나님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이해의 폭을 제공해준다. 과학은 단순하게 보이던 것의 내부에 존재하는 복잡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상에서 가장 단순한 법칙의 존재를 증명한다. 스웬슨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물리적 세계에 있어서도 우리는 모르는 것 투성이며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과학은 우리를 '단순히 그냥 살아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정보를 캐내도록 한다. 스웬슨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소개하는 이 과학이라는 녀석은 참으로 성가시면서도 고마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인이 과학을 하기에 더 적합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믿게 되면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닌 아주 확률이 낮은 가능성을 신봉하는 어리석은 종교가 되거나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억지를 부리거나 혹은 아주 상식적인 전제를 뒤집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고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세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겸허한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 그러한 마음가짐이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스웬슨은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또한 과학자로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쉽고 친절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과학은 신앙을 말살시킬만한 아무런 능력이 없다. 오히려 과학은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런 좋은 친구를 외면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을 더 알고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더 경이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한다면 과학을 놓쳐선 안된다. 그동안 과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스웬슨을 통해 그 오해를 풀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