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루케이도 은혜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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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않은 채 그냥 하루 이틀을 흘려 보낼 때도 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

 틈만 나면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샘으로 가는 게 어떤가? 

 - 맥스 루케이도

 도시 생활을 하면서, 정말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빌딩숲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다보면, 정말로 머리위에 파란 하늘이 있다는 기억없이 며칠이 후딱 지나가버리곤 하였던 듯 합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 때는 분명 이러지 않았는데, 아직도 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나는 하얀 구름을 쳐다보며, 골똘히 소년의 상념에 잠겼던 그 시절이 어제같이 기억에 생생하기만 한데..... 위의 구절은 저자가 책의 처음을 시작하며, 독자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샘으로 함께 가자는 초대의 글입니다. 하늘이 항상 우리의 머리위에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갖지 못하듯이, 하나님의 은혜속에 푹 빠져 지내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늘 허덕이거나 불평을 늘어놓으며 사는 우리에게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고, 저자가 인도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는 샘물에 푹 젖어보자'고

 책의 내용은 우리 삶의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표현되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짧은 단상과 은혜로움을 표현하는 사진이나 그림 등의 이미지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단상들은 우리의 삶에 스며든 '놀라운 은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끝없는 은혜', 그리고 매순간 손길을 놓지 않으시는 '매일의 은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만으로도 결코 가볍지 않을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은혜의 손길이, 겸손하고 부드럽게, 하지만 한없는 울림을 담은 채 저자의 손끝을 통해 마음속에 울려퍼지곤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깊고 넓고 세밀한 하나님의 손길과 은혜속에 사는지, 그리고 얼마나 무디게 우리는 그 은혜의 순간들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지, 저자의 섬세한 목소리를 통해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나와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그분의 독생자를 포기하셨다', '하나님은 당신을 단 하나만 만드셨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를 먼저 찾아오셨다.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내셨다', '그 분은 우리의 죄때문에 십자가 위에 계신다', '천국은 당신의 마음을 안다', '예수님은 모두 이해하시는 분, 그런 분이니 맘 놓고 다가가도 좋다', ' 하나님은 적절한 순간에 우리에게 티켓을 건네신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손을 통해 일하신다', '하나님은 실패 하나까지도 십자가 앞에 내놓으라 하신다', ''하나님의 은혜는 결코 모자라는 법이 없다', '내게로 와서 마셔라', '예수님께 달려가라. 그분이 우리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신다', '당신과 하나님 사이에 있는 것은 열린 문 뿐이다', '당신이 그 안에 몸을 담그면, 당신은 자비 안에 흠뻑 빠진다', '자랑하고 싶다면 나를 위해 죽으신 그분을 자랑하라', '하나님이 매일 당신의 집 앞까지 바구니를 손수 배달하신다', '일터가 집이든 시장이든 하나님께는 당신의 일이 중요하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거기에 하나님이 계신다', '하나님 안에서는 하루하루가 중요하고 모든 사람이 귀중하다', '많이 가지고 있을 때는 기분이 좋고, 가진 것이 적을 때는 우울하다면 당신은 감옥 안에 있다', '당신의 할 일은 기도와 감사이다', '우리는 짐을 가져왔고, 그분은 우리에게 쉼을 주셨다', '우리가 친절하면 그리스도도 친절한 셈이다', '우리 자신을 비우면 하나님께서 쓰실만한 그릇이 생기는 셈이다', '하나님은 작은 씨앗에 깃들고, 작은 행위에 힘을 실어 주신다', '하나님은 실패한 사람들을 따라 다니신다'.......'우리의 삶은 매순간 은혜의 연속이다' 저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깨우치고 전하기 위해서 이야기하는 이 많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묵묵히 읽고 묵상하는 내내, 내 영혼의 굳은 껍질들을 자극하고 묵은 때를 씻어내곤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 말들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아는 순간의 기쁨과 위로를 어떤 다른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전쟁영화를 보면, 군인들이 지뢰를 밟고 죽어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파편이 튀고, 땅이 울리고, 몸이 '붕' 떴다가 땅으로 거꾸러집니다. 그리고 폭발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주변 모습이 필름을 통해 전해지곤 하지요. 전장에서 그러한 지뢰의 폭발음을 듣지 못하고 지나치는 군인은 없을겝니다. 문득 '우리의 삶은 매순간 은혜의 연속이다'라는 글을 보며, 그런 지뢰밭-은혜라는 지뢰가 묻힌 지뢰밭-을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지뢰밭에서 우리는 매번 곁에서 요란하게 지뢰가 터지곤 하지만 그것이 터진줄도 모르고 지나쳐 버립니다. 너무도 단단해진 세상살이의 두터운 껍질과 굳은 살 때문이지요. 내 영혼의 깊은 구석에까지 위로와 환희의 자국을 남길만한 폭발이건만 나의 영혼과 육체에는 아무런 느낌도 흔적도 남질 않았습니다. 가끔씩은 미세한 먼지가 날린 듯 하기도 하지만...... 매순간이 은혜의 연속이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내 삶은 하나님의 은혜의 지뢰밭속에 있습니다. 매순간 그 지뢰를 밟고서 영혼을 뒤흔드는 그 분의 손길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그분의 사랑을 품고서 말입니다. 이제는 내 영혼이 더 예민한 센서를 가져야할 때인듯 합니다.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습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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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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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듯합니다.

 책 내용의 처음을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내용의 핵심이겠지요. 책의 나머지는 여기에 대한 설명들일 거구요. 아직은 어리지만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 둘의 부모로서 이런 자녀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책들을 보면 쉽게 넘어가질 못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또는 내게 필요한 또다른 어떤 현명한 조언들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나 기대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부모들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아이를 바라보며 살다보면, 그리고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기를 원하다 보면 어느샌가 우리 아이만큼은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똑똑한 아이로, 그리고 남들보다 더 나은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마음속으로 기어들어와서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음을 수도 없이  느끼며 헛웃음을 짓고 하였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아니 아직도 그런 미련이 남아 있겠지요. 하지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결국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아이 앞에서 부모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앞길의 잡초를 모두 밟아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과학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정리된 책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전제하에 아이들을 관찰하고 미래를 기대하며 써내려간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방법, 즉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이 이 책의 근간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그에 대해 다음의 10가지 덕목을 말하고 있습니다.

 1. 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2. 가정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

 3. 만 3세 이전에는 주 양육자를 바꾸지 마라.

 4.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춤' 하라.

 5. 때려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칠 수 없다.

 6. 가정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라.

 7.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8. 과잉보호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9. 컴퓨터 하는 꼴은 봐야 한다.

 10.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위의 단문으로는 그 속깊은 의미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노라면 타당한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들을 실천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는 앞에서도 저자가 말했던, 부모의 인생이 아닌 아이의 인생을 아이가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아이를 자립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위의 열가지 대부분은 아마도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고 아이와 즐겁게 실천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가볍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배운 -새롭게 깨달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는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 저자가 몇번 언급했던 것인데, 잘한 것을 칭찬하도록 하고, 잘못한 것은 너무 강조하거나 혼내서 아이에게 심하게 각인 시키지 말라고 한 내용입니다. 즉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게 하려면, 동생과 다툴때마다 혼내며 다투지 말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동생과 사이좋게 지낼 때 일부러라도 칭찬을 많이 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체벌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보며, 아이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체벌만큼은 피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아무 교정의 효과도 없고, 오히려 공격성을 더 키우고, 다시 자신의 아이를 때리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내 자신이 아이들을 대했던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임아웃 방법의 적용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것도 지혜를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의자 등으로 아이를 추방(?)할 때는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상태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타임아웃을 끝낼수 있는 자발성을 부여하라는 것, 즉 아이를 타임아웃시키면서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오지마!'라는 식이 아닌 '너 스스로 생각해 보고 나와도 될거라고 생각하면 나와도 좋아! 그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줄께'라는 식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아이를 존중하며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다시금 내게 주었고, 앞으로 아이를 대할 때 내게 좋은 자산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김춘수 님의 시 '꽃'을 언급하며 모든 부모에게 자녀들이 '꽃'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합니다. 그의 의도를 따진다면 아마도 좋은 부모, 아이를 잘 키운 부모란 자신의 자녀들을 꽃처럼 대해주는 그런 부모라는 의미가 아닐는지....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과 사랑으로 꽃을 키운 다는 것이 아닐는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부모는 그 꽃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수정을 돕는 조력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의 가정에도 어여뿐 꽃 두송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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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경제사전 - 경제신문과 함께 읽는
김은경 지음 / 황금나침반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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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에 대한 정의를 묻는다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돈벌이와 연관시켜 답하는 사람이 많을 듯 합니다. 먹고 입을 것을 위하여 돈을 벌고 쓰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피부에 와닫는 경제활동으로 이해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경제란 서양에서는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껴쓰면서 집안 살림을 잘 꾸려 가는 것을 의미하고, 동양에서는 통치자가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잘 다스린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어원상의 정의나 '오늘날에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분배, 소비하는 경제활동과 이러한 활동을 위한 모든 제도를 경제라고 한다'는 정의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낯설음이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재화, 서비스, 생산, 분배, 소비 등의 단어를 잘 아는 듯 했지만,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된 때문이지요.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에 대한 여러 용어들을 정의하고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중간중간에 용어와 관련된 신문기사들을 수록해서, 경제용어의 실례들을 직접 독자가 느낄수 있게 하고 있구요.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라, 아주 세부적인 내용이나 전문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어찌보면 상식선의 내용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난해한 부분이 있습니다-들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은 부, 재화, 서비스 등의 기본적인 경제용어에서 시작하여, 가계와 경제, 기업과 경제, 국가와 경제, 그리고 세계와 경제에 관련된 용어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400여개의 경제용어들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쉽고 꼼꼼한 설명을 담고 있으니, 경험이 없이 이제 막 경제라는 분야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시 강조하는 것이지만,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 기초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굳이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경제라는 분야가, 그리고 신문의 경제면을 보며 시시때때로 낯섬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너나 할것없이 누구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것이 사실이고 보면, 분명 우리가 사는 사회를 구조적인 면에서 더 잘 이해하고, 또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기초가 되는 실력을 쌓아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이해가 결국 우리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해주는 계기가 될거구요.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그런 면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앞의 목차에 각 주제에 연관된 용어들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기는 했지만, 경제사전이라고 표명했다면, 그리고 이 책이 경제용어정리를 주된 방법으로 삼은 것이라면 책뒤에 각각의 경제용어 및 그 용어들을 정의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한 다른 용어들까지 아울러서 사전식의 찾아보기나 색인을 첨부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랬다면 책을 읽고서 나중에라도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훨씬 수월하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경제성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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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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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분 후에도 나는 살고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까요. 아마도 삶의 극단에, 생과 사의 갈림길에 한발씩 걸치고 서서 죽음을 응시하는 고통에 노출되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번이라도 가져보지 못했을 소망일 듯 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분후의 삶이니, 소망이나 관심의 대상이 될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위기의 시간에 자신에게 허용해도 될 생각은 오직 하나, 다음 할 일은 무엇인가뿐이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의 일순간에 다가온 사고로 인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삶을 간절히 소원했던 사람들, 그리고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듯한 역경을 극복하고 삶의 편에 서게 된 12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각각이 일을 겪은 환경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나이는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건강하게 자신의 일에, 또는 생활에 열중하던 중에 사고를 당하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이들입니다. 어떤이는 수천미터의 설산과 빙벽을 오르다가 추락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배를 타고 있다가  폭발사고를 당하여 배가 침몰하여 바닷속에 내 팽겨쳐지기도 하고, 어떤이는 갑판에서 잠깐 방심하고 바람을 쐬다가 파도에 휩쓸려 드넓은 망망대해에 남겨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의 지하수가 흐르는 지하로 빨려들어가서 어둠속에서 생사의 투쟁을 벌여야 했고, 어떤이는 모르는 아이의 부탁으로 전선에 걸린 연을 내리다가 감전되어 생명은 겨우 건졌지만 자신의 삶과 꿈을 고스란히 접고 새로 시작해야 했고, 또 어떤이는 산사태에 묻히고 급류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지만 무너진 삶의 터전에서 사랑하던 한마리 애완견마저도 보살필 여력이 없어 남의 손에 넘겨줘야 했던 가슴아픈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12건의 이야기 모두가 이런 사고와 조난속에 있었고, 삶보다도 죽음이 더 가까이에 있었던 시간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생은 매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작가 서문의 제목입니다. 저자가 시간과 노고를 아끼지 않고 발품을 팔며, 12명의 사람들을 찾아다닌 후에 우리에게 간절히 하고 싶은 한마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고, 전설보다도 더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저자의 손끝에는 순간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에 대한 긍정의 염원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어진 많은 시간과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기 보다는 너무 쉽게 불평하고, 즐거워하기보다는 너무 자주 권태로움을 표현하는 나같은 이들에게 내가 그리 생각하는 한순간의 삶이 어떤이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찰라를 넘나든 말할 수 없이 귀하고 간절히 소망하던 그러한 삶의 한 순간이었다는 담담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기도 합니다. 매순간을 그리 자각하며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인생에 그러한 순간이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사는 이라면 아마도 조금은 달리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데 한 평생이 필요하다', 아마도 한평생으로도 부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배웠다고 말하기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이 책속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나면 분명 조금 더 지혜롭고, 조금 더 겸손한 삶을 살게 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한 평생 배워도 부족할 삶에 대한 깨달음에 한 걸음 더 내딛은 모습이 아닐는지요! 부디 전설보다도 더 신비롭고, 소설보다도 더 극적인 삶의 관문을 통과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같은 범부들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이들, 지독한 죽음의 병고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정신적인 또는 정서적인 면에서 인간으로서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격려를 받고 주어진 순간의 삶들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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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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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이제는 힐러리 클린턴과 자웅을 겨루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더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물론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런 인연에서 입니다. 그가 유력한 후보가 되고 나면서 그 이름이 우리의 매스컴에도 오르내리기 시작하였으니까요. 이번에 그에 대한 책 <내 아버지로부의 꿈>과 <담대한 희망>이라는 자서전이 함께 우리에게 소개된 것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두 책은 아마도 시기적으로나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더라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담대한 희망>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의 위치에서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와 위선들에 대해서 질타를 가하며, 바람직하고 성숙한 민주사회에 대한 저자의 비젼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한다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그가 아직 유력한 대선후보도 아니고 흑인 상원의원도 아닌 시절에, 자신의 근원과 삶에 대한 그리고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긴 터널을 뚫고 나왔을 때 저술한 책이고, 지금의 그가 있게한 근본들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흑인이었지만 온전한 흑인도 아닌 혼혈이었고, 미국인이었지만 온전한 미국인이 아닌 아프리카인을 아버지로 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방황,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가감없는 이야기이기에 읽는 이로서는, 대선은 겨냥한 것 아닌가 하는 값싼(?)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마음 편하게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의 전부를 듣고 나면 결코 간단치 않고, 편안하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이 안에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이야기가 있고, 이혼과 재혼으로 낯선 이를 아버지로 받아들여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가 있고, 방황속에서 마약과 술에 절었던 어두운 청춘의 이야기가 있고, 젊은 흑인 청년들의 삶이 자의에 의해서 또는 타의에 의해서 파괴되어 가는 절망도 담겨 있습니다. 또한 흑인과 백인 사이의 혼혈이라는 이방인의 혼돈이 있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는 가슴 뿌듯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또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할지라도, 이 책은 오바마 자신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대단한 업적을 이룬 후에 저술한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힘겨운 삶의 투쟁을 되돌아보며 남긴 회고록이나 가슴 아픈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가족사 또는 개인사 정도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부 뿌리, 혼란과 두려움의 시작'에서 시작하여 '2부 시카고, 구원을 찾아 나서다'를 거쳐 '3부 케냐, 화해의 땅'에 이르는 7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책이 자서전이든, 회고록이든 그리고 단순한 가족사의 기록이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굳이 자서전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에서 대단해 보이는 업적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오바마는 하와이로 유학 온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내 그의 곁을 떠나 하버드 대학을 거쳐 케냐로 돌아가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하와이에 남게 되는데, 그런 환경은 유년시절의 시작일 뿐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로 옮기게 되고, 다시 공부를 위해 어머니와 떨어져 하와이의 외가에 보내집니다. 거기서 잠시 자신의 친아버지와 재회를 하지만, 그의 근본에 대한 어떤 답도 얻지 못하고 헤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흑인으로서 또는 혼혈인으로서의 방황과 방탕이 대학생활로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과 시카고로 이어지는 곳에서 아마도 인생의 긴 암흑의 터널의 끝에 도달하는 듯 합니다. 시카고의 빈민가에서의 조직활동을 통한 실패와 성공속에서 공동체를 통한 자신에게 비친 삶의 빛을 깨닫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변화 이상을 꿈꾸어야 함을 알고 다시 비상하게 되는 것이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하는 부분이고 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케냐 방문과 친족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큰 원이 완성되어 닫히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는데,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방황의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책의 내용에는 현재의 정치인 오바마로서의 대단한 업적들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시카고에서의 빈민가에서 행한 조직활동의 성공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하고 하버드의 법학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 사회의 꿈을 위한 담대한 희망을 품은 선택이었지만, 자신의 선택을 동료들에게 알리는 모습에서는 동료들이 적당한 성공 후에 세상의 유혹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시선이 혹여 있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부를 마치고 다시 시카고로 돌아갔더구요. 자신과 가족에게 약속된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과감히 그가 약속한 곳으로 돌아간 그 순간이 아마도 이 책의 끝이 되고 또한 새로운 시작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유력한 정치인, 신망받는 정치인으로서의 오바마는 아마 그 지점에서 탄생한 것이리라는 생각때문입니다. 물론 그가 시카고를 떠난 그때도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에게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이 책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바마의 그런 사람됨의 과정과 깊이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바마의 이야기를 보며, 그가 아직은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이 다른 이들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인 듯 하지만, 많은 미국민들에게 희망과 열광의 이유가 되는 이유의 처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이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삶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 바랐던 세상에 대한 꿈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은 우리도 '박수만 치고 말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떠한 연유에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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