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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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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물고기야말로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개량할 수 없는, 세상에 남은 유일한 음식이다. 현재 우리가 먹는 물고기는 우리의 까마득한 조상들이 먹던 물고기보다 비타민이 손톱만큼도 첨가되지 않았으며 맛도 똑같다. 물고기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음식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더 이상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경까지 개량되고 말았다. -1994년 조셉 미첼의 <Old Mr. Flood> 중에서
저자가 책의 처음에 소개한 위의 문장은 아마도 자신이 다룬 물고기들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방식이 얼마만큼이나 극적으로 변한 것인지를 일깨우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미처 20여년이 되지 않은 1994년에는 물고기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무한정 공급될 수 있을 것 같은 훌륭한 음식으로 당연하게 생각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사료를 주며 인공적으로 양식된 물고기들이 넘치게 된 것이 그 20여년 사이의 일이고, 그물을 던지면 한없이 딸려 올 것 같은 많은 물고기들이 인간의 식탁을 채우기 위한 남획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 실색하게 된 것도 그 짧은 20여년 사이에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저자는 연어, 농어, 대구, 참치, 이 네가지 물고기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되고,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남획되거나 산업화의 과정에서 동반되는 환경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줄지 않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 양식 기술이 개발되어 인공적으로 생산된 양식 물고기들이 자연산 물고기의 빈자리를 상당부분 보충하게 되지만, 양식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게 되고, 인공적인 양식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비효율적으로 양식되는 물고기를 대체할 만한 적절한 양식 물고기들이 선택되어 부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음식으로서의 물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한 생명체로서의 물고기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연구하거나, 잡거나, 어부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물고기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 나머지 사람들은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매년 점점 더 많은 양을 먹어치우고 있다. 나는 그런 추세가 변할 거라는 간절한 희망을 품고 있다. 언젠가는 물고기 역시 그 나름의 완벽한 존재로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종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가 올거라는 희망 말이다.' -p269
저자는 기본적으로 물고기들이 인간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훌륭한 음식인 것을 인정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음식으로서의 물고기 보다는 이 지구상에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에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나름의 완벽한 존재로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종'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식탁에 올릴 음식으로 무작정 남획하여 심각하게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수요을 채우기 위해 다시 효율적이지 못한 양식을 실행하면서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음식으로서의 물고기를 지속적으로 식탁에 올리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연어, 농어, 대구, 참치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내리면서 지난 수십여년간 겪은 수난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물고기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기준이다. 인간은 자연산 물고기 공급량과 점점 더 늘어가는 인간의 수요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메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산업 규모의 사육에 적응할 수 있는 소수의 물고기 종을 과감하게 골라야 한다. 물론 전 세계 인구가 계속 줄지 않고 증가한다면 어떤 해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인구가 성장한다는 시나리오에서는 오직 하늘의 별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사실 육지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바다는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인간이 세계의 생물량과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은 인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다. 인간 성장의 미래는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p279
앞의 인용문은 바다의 물고기를 관리하는 방식이 앞으로의 인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자각이 담긴 말입니다. 자신이 언급한 연어, 농어, 대구, 참치가 밟아온 과거를 볼때, 사람들이 순수하게 바다 속에서 건져올린 자연산 물고기만으로는 결코 사람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물고기를 선택해서 기업적인 양식을 통해서 물고기에 대한 수요를 해결하고, 바다 속에서 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물고기는 우리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번식할 가치가 있는 야생생물로서 다루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인식의 전환이 있을 때, 어업량을 감소시키고, 바다 생태계의 많은 부분을 어업 금지 구역으로 전환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없는 종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하고, 무분별한 양식을 지양하고 먹이사슬의 근본을 지켜 바다를 효과적으로 되살리자는 저자의 제안이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으로서의 물고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식을 위해 선택되는 물고기는 효율적으로 자라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며, 양식을 허용하는 물고기 종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고, 선택된 물고기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여러 종을 함께 양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사람들에게 가치있게 받아들여 질 것입니다. 그런 면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인식의 전환에 다가서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고기도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체이다'라는 사실을 무조건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구이나 싱싱한 생선회를 보면서 그런 생각까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 준, 물고기들의 과거의 수난과 남획, 개체수의 감소로 인한 위기, 양식에 의한 대량 생산 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다만 맛깔스런 음식으로서 생선이 눈앞에 아른 거릴 뿐일 것입니다. 또한 건강에 좋은 식단이라며 일주일 또는 한달에 몇번 생선을 식탁에 올리라는 권위있는 기관의 권고문을 대할 때면, 사람들은 생선이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 세상 사람들 모두의 건강을 위해 공급되어야 하는 물고기가 충분할 것인가 따위의 질문은 결코 생각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껴 저자는 이 책을 썼을 것이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밝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 희생되고 있는 물고기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심있게 들여다 본다면 '자연산 물고기는 그저 우리의 음식이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개별적인 운명을 추구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사냥해서 먹는다면 조심스럽게 잡아서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연 식품을 먹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하는 저자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저자의 주장은 환경의 보존이라는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훌륭한 음식으로서의 물고기의 지속적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도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