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의 의미 -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 카르페디엠 14
고사명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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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기타를 들고서, 마이크 앞에선 40줄을 훨씬 넘긴 가수의 노래 가사 한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책제목이었습니다. 중년의 그 가수는 눈을 지긋이 감고서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담아서 내뱉습니다 '..... 산다는 것의 깊고 깊은 의미를, 나는 아직은 몰라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말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물음이지요.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대답하기 전의 사색의 시간이 더 길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이 안에 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담아놓았으려니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제일동포 2세로 자란 자신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그러한 삶의 의미를 명쾌하게 말하고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나, 이 책은 저자가 산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아직은 다 모르지만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 겪었던 일들을 근거 삼아 그에게 의미를 준 '상냥함'에 대해서 더 성실히 탐구하며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저자 자신이 어머니도 없이 조선인 노동자인 아버지와 형과 함께 일본땅에서 자란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를 잃은 조선사람에게는 지난할 수 밖에 없었던 식민지 시대에, 일본땅에서 가난과 멸시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며,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이 되도록 교육받고 자란, 하지만 결코 일본인이 되지 못하고 자신의 뿌리를 자각하게 되는 조선인 2세로서의 자신의 이야기, 즉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두 나라사이에 끼인 독특한 위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각들에 대한 기록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실제 삶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소학교 5학년때 잠시 만났던 사카이 선생님과 같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린시절은 가난과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속에서 난폭함과 무절제 속에 지낼 수 밖에 없었던 힘겨운 소년의 생활속에서, 결국 저자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는 뿌리가 된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에 대한 깨달음은 자신의 삶이 모두 허물어진 암흑의 긴터널을 지난후에 다가온 걸 보면, 그의 삶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의 조국의 모습과 닮은 듯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저자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사람들과의 만남의 관계속에서 소통되는 상냥함으로 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상냥함이란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름입니다. 저자가 이리 삶의 의미를 상냥함에 부여하는 것은 자신의 힘겨운 삶을 지키고 바로 잡아 준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상냥함, 그리고 사카이 선생님의 상냥함과 같은 그가 경험한 인간의 상냥함에 의한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상냥함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진짜 힘이 되었음을 자신의 삶속에서 그리 체험한 것이지요. 그리고 저자는 이 지점이 끝이 아니라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삶과 그리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보며, 인간 각자에게는 각 개인 나름의 인생의 깊이와 무게라는 것이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무게가 같지도, 빛깔이 비슷하지도 않은 각자 나름의 독특한 삶을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삶 하나하나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더 세심히 귀기울여 들어 줄만한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고난에 절인 삶속에서 인간의 상냥함에 대한 소망을 발견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망의 빛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안식이 될 수 있음도 아울러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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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나님 - 속 좁은 종교를 떠나 드넓은 하나님 품으로 달려가다
짐 팔머 지음, 정성묵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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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안에, 신자들 안에 갇힌 하나님. 속좁은 종교에 대한 비판과 드넓은 하나님 품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책의 내용들을 보며, 많은 것들을 인정하지만, 또한 마음 한켠의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내게도 저자가 비판하는 그리스도인의 가식과 위선의 껍데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는 고백에 이르게 합니다. 내 안에, 내가 다니는 교회안에, 그리고 크게는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안에 계시는 하나님에 대한 애착과 고집이 교회밖의 사람들이나 교회에 나왔지만 자신의 문제들을 해결할 만한 여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하나님이 교회와 신앙인들 안에 갇혀 계신다는 생각을 충분히 갖게 만들수 있었을 테니까요. 적어도 교회나 그 안의 신자들이 자신들 안에 가두어 놓은 하나님을 자신들에게 뿐 아니라, 새로운 신자들이나 피전도인들에게도 그대로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다 보면 결과는 황소보다 자신이 크다고 허세를 부리다가 배가 터져버린 개구리 이야기와 비슷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그런 착각에 빠져있다면 말입니다.

 하나님 품안의 교회, 그리고 그 품안의 세상. 교회라는 공동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성도들이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곳-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건물이나 천막 등의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근원적인 의미는 성도들의 모임이라는 데 있을듯 합니다. 그런다면 교회가 하나님을 품은 것이 아닌 하나님이 교회를 품에 안으신 것이라고 해야겠지요. 교회가 하나님의 한 영역 -물론 가장 소중한 영역-이라면 거기에 속하지 않은 다른 영역이 있는 거고,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들은 바로 교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을 하나님의 사역과 영역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창세기 1장 1절은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교회와 교회밖의 세상 모든 것에, 그리고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에게 하나님이 고유한 특성을 부여하시고, 이 세상에 존재할 근거를 마련해 주셨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교회안에서 예배드리고, 기도드리고, 열심으로 봉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아직 교회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불신자들에게까지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이 미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되는건데, 저자가 비판하듯이 교회와 신자들은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되돌아 보아야겠습니다. 정직하게 돌아보고 나면, 지은이가 말한 타이어 판매인에게도, 동성애자에게도, 사창가의 소녀에게도, 힙합을 즐기는 이에게도, 그리고 십일조를 내지 않고 있는 정비공에게도, 나의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임을, 때로 그들과 더 깊은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기도 하시는 분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이시니까요.

  나를 포함한 모두의 하나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내리는 결론입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곧 나의 하나님이시고, 우리 교회의 하나님이시고, 또한 모든 믿는 이들의 하나님이시며, 아직 믿지않는 모든 이와 천지만물의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그리고 하나님은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그들 모두와 인격적인 교제를 원하신다는 사실...... 내가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찾으셨고, 나를 찾으신 것처럼 그들 모두를 찾아나설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하나님 -또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저자의 가슴 아픈 비판에 나같은 신자들의 반응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며 스스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편에 서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당신들의 모습속에서 바리새인과 레위인의 모습을 보았소'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나는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답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깨어있는 모습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것은 시작이고 삶속에 온전히 나타나기까지는 성숙-행하지 못함에 대한 핑계같지만-의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또는 저자가 말한대로 내가 뭐를 하려고 하는 그것마저 내려놓고 잠잠히 기다릴 수 있는 과정-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겠지요.  

  우리는 모두 작은 예수, 그리고 믿음의 경주자들. 문득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했던  하나의 이유를 더 발견하였습니다. 저자가 말한  주인공 대부분은 아직 신앙의 경주를 마치지 않았고, 그들의 신앙안에서의 -교회안에서가 아니라-  열매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 가운데 생긴 일종의 거부감을 형성한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거부감은, 저자가 말한 사람들의 하나님에 대한 삶의 태도 또는 하나님의 그들에 대한 인도의 손길을 불신하는 잘못된 자세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아직은 온전히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성화된 모습의 성도의 모습에 다다르지 못했을지라도 -이러한 모습은 나도 마찬가지지요^^- 세상에 예수님의 마음을 밝히는 작은 예수들이고, 선한 싸움을 싸우는 믿음의 경주자들이라는 믿음의 눈으로 격려하는 자세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경주자는 상급을 바라고 앞만보고 경주하듯이, 나도 그리고 그들도 그런 경주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하나님이 어디에 계시냐고 투덜거리는 중에도, 하나님은 어디선가 낮고 천하고 무시당하는 곳을 찾아다니시며 당신의 나라를 일구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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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 같이 읽는 동화 책도령 이야기
김율희 지음, 이윤희 그림 / 예림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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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책을 무척 좋아하는 도령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이라면 책좋아 하는 아이를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하겠습니까? 하지만 조금을 넘어서 너무 과하게 책을 좋아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밥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편찮으신 어머니 봉양도 뒤로 한 채 오로지 책속에 빠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먹여주고 입혀주시며 돌보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우리 책도령님 그만 굶어 죽고 맙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 저승사자를 따라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까요? 저도 책만 읽은 죄밖에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 염라대왕님 앞에서 거론되는 죄가 수도 없이 많네요. 삽화에 보면 죄목을 적은 두루마리가 끝이 없어 보입니다. 책만 읽은 죄, 하지만 그러느라고 사람으로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추궁이 더 무서워 보입니다. 어머니를 봉양하지 않은 죄에서 부터 시작하여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저버린 죄, 게으른 죄, 혼인하지 않은 죄, 제 몸을 돌보지 않은 죄 등등등......책만 읽다가 지옥에 간 사람에게도 저리 많은 죄목이 있으니, 이런 저런 말썽을 일으키며 사는 우리들에겐 얼마나 많은 죄목들이 추가 되려나요.^^

 이런 책도령이 지옥에서도 제버릇 개 못준다고, 책달라며 아우성 쳐대니, 염라대왕을 비롯한 모든 지옥식구들이 손발들고 지옥에서 그를 제거할 궁리끝에 그에게 적합한 세가지 임무를 주는데, 책과는 아예 담쌓고 지내는 거울만 보는 처녀, 돈을 숭배해서 제사까지 드리는 부자, 밤낮 동네 아이들 쥐어패며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를 책에 빠지게 하라는 겁니다. 책도령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이 세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자기가 굶어죽도록 빠져살던 책읽기에 대한 의미를 드디어 깨닫게 되는 듯 합니다. 진정한 책읽기라는 것이, 물론 좋아서 가까이 하고 지식을 얻기도 하는 등의 목적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 안에 든 지식과 지혜로 나를 바로잡고, 내 주변, 우리사회와 공동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굶어 죽을 때까지 미처 알지 못한 책읽기의 가치를 그가 알게 된 듯 합니다. 그래서 그는 천국으로 자신을 축출하려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지옥식구들의 기대에 반하여, 천국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선언합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겠소!' 이리하여 우리의 책도령님은 지옥의 초대 도서관장이 되시나 봅니다. 이 세상의 어떤 도서관보다 멋지고 의미있는 도서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입니다. 여기저기 안식을 얻는 지옥의 영혼들의 모습이 담긴 삽화도 그런 책도령의 마음을 잘 표현한 듯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들에는 책을 대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책을 통한 지식의 습득과 간접 경험과 같은 일반적인 이유들에서 부터 시작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책도령이 살던 시대에는 책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보다는 좀 더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소유물이었을 것이고, 당시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한 지식습득이라는 측면 이상의 의미 즉, 자기 수양이라는 의미가 항상 따라 다니던 시대였으리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당시의 선비들은 크건 작건 자신의 서가에 의미를 새긴 이름을 걸고 그 속에서 자신을 채근하며 살았던 흔적들을 볼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는 물론 현대에도 여전히 바라지 않은 것들이겠습니다. 다만 현대에는 좀더 실용적인 면에서의 책의 가치가 많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가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고, 학문은 배우고,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속에서 얻어야 하는 중요한 가치는 그러한 실용적인 면 이상의 것들, 우리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책읽기에 대한 깨달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야기속에서 책도령이 도왔던 세명의 주인공이 변화되는 모습 - 즉 거울만 쳐다보던 공주가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나고, 돈에 제사를 지내던 최부자가 돈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를 찾고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말썽꾸러기 개똥이가 마음을 열고 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 속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읽기의 예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책도령 자신의 모습을 뺄수가 없겠습니다. 안락한 천국행을 포기하고 어렵고 힘든 지옥의 영혼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이것은 책을 읽고 깨달아 변화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테니까요. 나의 아이들도 저자가 들려주는 이런 모습속에서 책읽기의 귀하고 소중한 의미를 깨우치고, 그러한 가치를 삶속에서 나타내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살아있는 독서를 배워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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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내집마련
김은혜 외 지음, 주택도시연구원 엮음 / 지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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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하다'는 덕목이 서문에 말한대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바보 같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한 듯 합니다. 실제로 많은 부동산에 대한 서적들이 재테크의 관점에서, '몇년후에 몇배되는 부동산 찾기'식의 선정적인 문구로 독자들의 눈을 잡아끄는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분명 이 책은 바보같은 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자꾸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반가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된 이유였을까요? 저자들은 이렇게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살면서 내 집을 마련할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느냐고.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은 정직하다는 것을 바보같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순전하게 정직하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통해서 부를 쌓겠다는 욕심으로 마음이 어두워진 사람들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큰 걱정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기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정직한' 이란 단어가 여기에 붙어 이리도 깊은 울림을 마음속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한없이 솟구치는 부동산 가격에 한숨을 내쉬었을 사람들의 마음과 닿은 저자들의 간절함이 통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들이 밝힌 바대로 이 책이 재테크를 위한 것이 아니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목적으로 기획된 만큼 내용 전개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즉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나 용어의 이해에서부터 시작하여, 목돈을 마련하고 청약을 준비하고 신청하는 법, 매매와 세금 납부에 대한 설명 등에 이르기까지 꼭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조금더 구체적을 살펴보면, 1부에서는 '내집마련준비' 단계로 청약제도 및 새롭게 실시될 청약가점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 내집마련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설명,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5년쯤 뒤를 내다보고 장기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조언, 목돈마련을 위한 전략의 설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부는 '내집마련실전'편으로 아파트 청약 준비하기부터 각각의 청약 절차에 대한 설명이 담긴 청약실전,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고 연립주택이나 기존의 주택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것을 권하는 기존주택찾기,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이해 및 그러한 곳의 투자를 통한 내집마련방법, 부동산의 매매절차 및 챙겨야 할 서류, 세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최적의 대출을 위한 방법에 대한 설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담긴 여러 부동산 사이트, Q&A, 부동산 용어풀이, 2007-2008년에 걸친 주택공급계획에 대한 자료도 내집마련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지식과 방법을 몰라 손놓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중요하고 유용한 내용들인 듯 합니다.

 두툼한 책 대부분에는 이러한 내집마련을 위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느 책들처럼 돈벌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자신의 집을 가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내용이라고 말하고 싶을만큼 차분하게 여러가지 정보와 대안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이 책제목에 붙은 '정직한'이라는 단어의 울림을 더 깊고 크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내집 한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성실한 이들에게 여느 책보다도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들의 용기와 노고, 그리고 순전함이 박수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내 집 마련에 왕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사에 정도는 있는 법입니다. 내 집 마련에 있어서 정도는 바로 정직입니다. 저희 필진이 마지막으로 드리는 내 집 마련의 비법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서문 p7-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들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5조 1,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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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ilyelim 2007-08-01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민들의 내집마련 책이라니 관심이 가네요.
사실 요즈음 내집마련하기가 쉽지않잖아요.그리고 이런저런 제도들을 아는 것도 주부인 저로선 쉬운일이 아니고요.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교과서를 통째로 삼킨 1학년 OX 퀴즈
박광철 구성, 오이랑 그림 / 재미북스(과학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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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가 즐거워지는 OX 퀴즈'(?)

 현직 교사가 교과서 핵심 내용을 가려 뽑아서 만든 OX 퀴즈, 그리고 똑같은 공부라도 OX 퀴즈를 통해 익히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이에게 공부라는 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즐기며 1학기때 배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으려니 하는 기대를 하며 손에 잡은 책입니다. 예전 텔리비젼에서 하던 박진감 넘치던 OX 퀴즈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니면 조금 형식은 다르지만 '골든벨'에서와 같은 감동(?)과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에 얻는 환희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공부가 즐거워질 수 있는 책일까?'하는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의 내용은 1학년 아이들의 책을 텍스트 삼아서 15단계의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단계마다 기초튼튼, 실력다지기, 한걸음 더,집중탐구, 쉬어가기, 정답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일한 형식이 반복됩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각 단계마다 별하나에서 별셋까지의 난이도로 구성된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단계가 나누어지는 구분점이나 주제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아이들 교과서에서 문제를 몽땅 만들어 놓고 별하나부터 셋까지 난이도 구분한 다음에 각각을 나누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느낌입니다. -이점은 저자나 편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책서문에 100% 활용하기 코너에는 OX 퀴즈라는 단순함속에 맞고 틀리는 것에 대한 '왜'라는 궁금증이 그것을 설명해주는 논술형 대답과 함께 어우러지면 아이들의 기억효과를 오랫동안 유지시켜주어 학습효과를 한층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현직 선생님이 뽑은 우수한(?) 문제-제 생각에는 교과서 내용을 모두 훑어버린 문제-와 OX 퀴즈를 통해 논술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이것은 산에 가서 산짐승도 잡고, 물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바다에 가서는 고래사냥도 하고 식의 욕심은 아닌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내 식견이 짧아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단순함이 따분함으로, 우수한 문제는 문제를 위한 문제로 보일수도

 첫부분 정리가 조금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버린게 사실이지만, 분명 이런 형식의 책읽기나 학습방법에서 재미를 느끼고, 놀이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학습효과를 높이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거라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책을 손에 드는 사람만큼이나 많은 부류의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여러가지 것들에 일견 수긍하고 싶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리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조금만 비틀어 생각하면 커다란 단점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림잡아 600개 정도의 문제로 이루어진 이 책이, 첫 단계부터 마지막 15단계까지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며 오로지 'OX 문제'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단순함이 한문제 한문제에 '왜'라는 호기심을 유발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을 따분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어떤 명확한 주제별로 나누었다거나,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간다거나, 사지선답형이나 단답식 문제등을 실어 변화를 꾀했다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핵심내용을 뽑아서 통째로 교과서를 학습한 효과를 가지게 한다고 했지만 문제를 읽다보면 문제를 위한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문항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리고 논술형 OX 퀴즈를 언급하면서 논술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너무 의욕이 넘친 과한 주장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사지선답형 교육은 곱하기 2나 4에 해당하는 논술적 교육방법에 평가방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논리적이라거나 논술적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각의 고리에 의해서 목표점에 도달하는 법을 알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문제를 서술하고 목표를 알려준 뒤에 옳고 그름만 고르기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논리가 아닌 문제 제출자의 논리를 이해했는가의 문제일뿐이겠지요......

 선생님 수준은 조금만 더하고, 그리고 문제수는 조금 덜고, 형식의 다양성은 더 추가한다면....

 물론 1학년이 아이가 이 책을 보며 한 말은 아닙니다. 학부모로서, 그리고 심심치 않게 아이의 학교숙제를 도우며, 그 아이가 한 학기를 마치는 모습을 본 부모로서 하는 말이지요.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모두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습서가 아닌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마저 그 교과서의 내용들을 그대로 반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가 않아서입니다. 차라리 교과서와 연관된 확대된 영역에서-물론 이렇게 기획하려면 몇갑절의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조금더 깊이있게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지, 그리고 문제를 굳이 OX 퀴즈로만 국한하지 말고 또 다른 형태의 질문 형태나, 각 단원의 구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는 것은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6학년까지 이런 단순한 형식의 시도를 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진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단순하게 생각하였던 한두가지를 이리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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