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를 통째로 삼킨 1학년 OX 퀴즈
박광철 구성, 오이랑 그림 / 재미북스(과학어린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가 즐거워지는 OX 퀴즈'(?)

 현직 교사가 교과서 핵심 내용을 가려 뽑아서 만든 OX 퀴즈, 그리고 똑같은 공부라도 OX 퀴즈를 통해 익히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이에게 공부라는 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즐기며 1학기때 배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으려니 하는 기대를 하며 손에 잡은 책입니다. 예전 텔리비젼에서 하던 박진감 넘치던 OX 퀴즈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니면 조금 형식은 다르지만 '골든벨'에서와 같은 감동(?)과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에 얻는 환희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공부가 즐거워질 수 있는 책일까?'하는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의 내용은 1학년 아이들의 책을 텍스트 삼아서 15단계의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단계마다 기초튼튼, 실력다지기, 한걸음 더,집중탐구, 쉬어가기, 정답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일한 형식이 반복됩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각 단계마다 별하나에서 별셋까지의 난이도로 구성된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단계가 나누어지는 구분점이나 주제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아이들 교과서에서 문제를 몽땅 만들어 놓고 별하나부터 셋까지 난이도 구분한 다음에 각각을 나누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느낌입니다. -이점은 저자나 편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책서문에 100% 활용하기 코너에는 OX 퀴즈라는 단순함속에 맞고 틀리는 것에 대한 '왜'라는 궁금증이 그것을 설명해주는 논술형 대답과 함께 어우러지면 아이들의 기억효과를 오랫동안 유지시켜주어 학습효과를 한층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현직 선생님이 뽑은 우수한(?) 문제-제 생각에는 교과서 내용을 모두 훑어버린 문제-와 OX 퀴즈를 통해 논술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이것은 산에 가서 산짐승도 잡고, 물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바다에 가서는 고래사냥도 하고 식의 욕심은 아닌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내 식견이 짧아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단순함이 따분함으로, 우수한 문제는 문제를 위한 문제로 보일수도

 첫부분 정리가 조금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버린게 사실이지만, 분명 이런 형식의 책읽기나 학습방법에서 재미를 느끼고, 놀이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학습효과를 높이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거라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책을 손에 드는 사람만큼이나 많은 부류의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여러가지 것들에 일견 수긍하고 싶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리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조금만 비틀어 생각하면 커다란 단점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림잡아 600개 정도의 문제로 이루어진 이 책이, 첫 단계부터 마지막 15단계까지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며 오로지 'OX 문제'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단순함이 한문제 한문제에 '왜'라는 호기심을 유발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을 따분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어떤 명확한 주제별로 나누었다거나,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간다거나, 사지선답형이나 단답식 문제등을 실어 변화를 꾀했다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핵심내용을 뽑아서 통째로 교과서를 학습한 효과를 가지게 한다고 했지만 문제를 읽다보면 문제를 위한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문항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리고 논술형 OX 퀴즈를 언급하면서 논술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너무 의욕이 넘친 과한 주장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사지선답형 교육은 곱하기 2나 4에 해당하는 논술적 교육방법에 평가방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논리적이라거나 논술적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각의 고리에 의해서 목표점에 도달하는 법을 알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문제를 서술하고 목표를 알려준 뒤에 옳고 그름만 고르기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논리가 아닌 문제 제출자의 논리를 이해했는가의 문제일뿐이겠지요......

 선생님 수준은 조금만 더하고, 그리고 문제수는 조금 덜고, 형식의 다양성은 더 추가한다면....

 물론 1학년이 아이가 이 책을 보며 한 말은 아닙니다. 학부모로서, 그리고 심심치 않게 아이의 학교숙제를 도우며, 그 아이가 한 학기를 마치는 모습을 본 부모로서 하는 말이지요.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모두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습서가 아닌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마저 그 교과서의 내용들을 그대로 반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가 않아서입니다. 차라리 교과서와 연관된 확대된 영역에서-물론 이렇게 기획하려면 몇갑절의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조금더 깊이있게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지, 그리고 문제를 굳이 OX 퀴즈로만 국한하지 말고 또 다른 형태의 질문 형태나, 각 단원의 구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는 것은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6학년까지 이런 단순한 형식의 시도를 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진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단순하게 생각하였던 한두가지를 이리 적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