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의 의미 -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 카르페디엠 14
고사명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통기타를 들고서, 마이크 앞에선 40줄을 훨씬 넘긴 가수의 노래 가사 한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책제목이었습니다. 중년의 그 가수는 눈을 지긋이 감고서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담아서 내뱉습니다 '..... 산다는 것의 깊고 깊은 의미를, 나는 아직은 몰라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말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물음이지요.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대답하기 전의 사색의 시간이 더 길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이 안에 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담아놓았으려니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제일동포 2세로 자란 자신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그러한 삶의 의미를 명쾌하게 말하고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나, 이 책은 저자가 산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아직은 다 모르지만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 겪었던 일들을 근거 삼아 그에게 의미를 준 '상냥함'에 대해서 더 성실히 탐구하며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저자 자신이 어머니도 없이 조선인 노동자인 아버지와 형과 함께 일본땅에서 자란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를 잃은 조선사람에게는 지난할 수 밖에 없었던 식민지 시대에, 일본땅에서 가난과 멸시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며,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이 되도록 교육받고 자란, 하지만 결코 일본인이 되지 못하고 자신의 뿌리를 자각하게 되는 조선인 2세로서의 자신의 이야기, 즉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두 나라사이에 끼인 독특한 위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각들에 대한 기록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실제 삶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소학교 5학년때 잠시 만났던 사카이 선생님과 같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린시절은 가난과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속에서 난폭함과 무절제 속에 지낼 수 밖에 없었던 힘겨운 소년의 생활속에서, 결국 저자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는 뿌리가 된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희망에 대한 깨달음은 자신의 삶이 모두 허물어진 암흑의 긴터널을 지난후에 다가온 걸 보면, 그의 삶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의 조국의 모습과 닮은 듯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저자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사람들과의 만남의 관계속에서 소통되는 상냥함으로 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상냥함이란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름입니다. 저자가 이리 삶의 의미를 상냥함에 부여하는 것은 자신의 힘겨운 삶을 지키고 바로 잡아 준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상냥함, 그리고 사카이 선생님의 상냥함과 같은 그가 경험한 인간의 상냥함에 의한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상냥함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진짜 힘이 되었음을 자신의 삶속에서 그리 체험한 것이지요. 그리고 저자는 이 지점이 끝이 아니라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삶과 그리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보며, 인간 각자에게는 각 개인 나름의 인생의 깊이와 무게라는 것이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무게가 같지도, 빛깔이 비슷하지도 않은 각자 나름의 독특한 삶을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삶 하나하나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더 세심히 귀기울여 들어 줄만한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고난에 절인 삶속에서 인간의 상냥함에 대한 소망을 발견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망의 빛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안식이 될 수 있음도 아울러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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