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 같이 읽는 동화 책도령 이야기
김율희 지음, 이윤희 그림 / 예림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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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책을 무척 좋아하는 도령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이라면 책좋아 하는 아이를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하겠습니까? 하지만 조금을 넘어서 너무 과하게 책을 좋아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밥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편찮으신 어머니 봉양도 뒤로 한 채 오로지 책속에 빠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먹여주고 입혀주시며 돌보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우리 책도령님 그만 굶어 죽고 맙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 저승사자를 따라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까요? 저도 책만 읽은 죄밖에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 염라대왕님 앞에서 거론되는 죄가 수도 없이 많네요. 삽화에 보면 죄목을 적은 두루마리가 끝이 없어 보입니다. 책만 읽은 죄, 하지만 그러느라고 사람으로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추궁이 더 무서워 보입니다. 어머니를 봉양하지 않은 죄에서 부터 시작하여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저버린 죄, 게으른 죄, 혼인하지 않은 죄, 제 몸을 돌보지 않은 죄 등등등......책만 읽다가 지옥에 간 사람에게도 저리 많은 죄목이 있으니, 이런 저런 말썽을 일으키며 사는 우리들에겐 얼마나 많은 죄목들이 추가 되려나요.^^

 이런 책도령이 지옥에서도 제버릇 개 못준다고, 책달라며 아우성 쳐대니, 염라대왕을 비롯한 모든 지옥식구들이 손발들고 지옥에서 그를 제거할 궁리끝에 그에게 적합한 세가지 임무를 주는데, 책과는 아예 담쌓고 지내는 거울만 보는 처녀, 돈을 숭배해서 제사까지 드리는 부자, 밤낮 동네 아이들 쥐어패며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를 책에 빠지게 하라는 겁니다. 책도령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이 세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자기가 굶어죽도록 빠져살던 책읽기에 대한 의미를 드디어 깨닫게 되는 듯 합니다. 진정한 책읽기라는 것이, 물론 좋아서 가까이 하고 지식을 얻기도 하는 등의 목적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 안에 든 지식과 지혜로 나를 바로잡고, 내 주변, 우리사회와 공동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굶어 죽을 때까지 미처 알지 못한 책읽기의 가치를 그가 알게 된 듯 합니다. 그래서 그는 천국으로 자신을 축출하려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지옥식구들의 기대에 반하여, 천국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선언합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겠소!' 이리하여 우리의 책도령님은 지옥의 초대 도서관장이 되시나 봅니다. 이 세상의 어떤 도서관보다 멋지고 의미있는 도서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입니다. 여기저기 안식을 얻는 지옥의 영혼들의 모습이 담긴 삽화도 그런 책도령의 마음을 잘 표현한 듯 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들에는 책을 대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책을 통한 지식의 습득과 간접 경험과 같은 일반적인 이유들에서 부터 시작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책도령이 살던 시대에는 책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보다는 좀 더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소유물이었을 것이고, 당시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한 지식습득이라는 측면 이상의 의미 즉, 자기 수양이라는 의미가 항상 따라 다니던 시대였으리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당시의 선비들은 크건 작건 자신의 서가에 의미를 새긴 이름을 걸고 그 속에서 자신을 채근하며 살았던 흔적들을 볼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는 물론 현대에도 여전히 바라지 않은 것들이겠습니다. 다만 현대에는 좀더 실용적인 면에서의 책의 가치가 많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가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고, 학문은 배우고,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속에서 얻어야 하는 중요한 가치는 그러한 실용적인 면 이상의 것들, 우리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책읽기에 대한 깨달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야기속에서 책도령이 도왔던 세명의 주인공이 변화되는 모습 - 즉 거울만 쳐다보던 공주가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나고, 돈에 제사를 지내던 최부자가 돈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를 찾고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말썽꾸러기 개똥이가 마음을 열고 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 속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읽기의 예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책도령 자신의 모습을 뺄수가 없겠습니다. 안락한 천국행을 포기하고 어렵고 힘든 지옥의 영혼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이것은 책을 읽고 깨달아 변화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테니까요. 나의 아이들도 저자가 들려주는 이런 모습속에서 책읽기의 귀하고 소중한 의미를 깨우치고, 그러한 가치를 삶속에서 나타내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살아있는 독서를 배워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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