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의 섬 뒹굴며 읽는 책 5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송영인 옮김 / 다산기획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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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윌리엄 스타이그,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또는 아이들을 키우며 책 좀 보았다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이름입니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고,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멋진 뼈다귀' '당나귀 실베스타와 요술 조약돌' '부루퉁한 스핑키'등의 작품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여기 저기를 뒤져보고 영화 '슈렉'의 원작이 되는 '슈렉'이라는 그림책도 그렸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됩니다. 그의 그림책을 보면 다른 그림책들에 비해서 소박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화려한 원색보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고, 세밀하고 자세하게 표현한다기 보다는 간략하게 특징적인 부분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또한 멋진 동물들과 기발하거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그의 글속에 함께 실려, 보는 이에게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읽다보면 물씬 풍겨나오는 정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나만의 감정적 편견일까요..... 만화가로서의 삶을 더 많이 살았다는 그의 작품속에서 느끼는 그러한 편안함과 정감이 그의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까지 발전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손에 들게 되었지요.

 도회지의 부유한 집에서 자란 생쥐 아벨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랑입니다. 한데 예쁜 신부와 소풍을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겨우 동굴속에 피하게 되지만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주으려다 -순전히 아내에 대한 사랑(?)때문에- 폭풍우에 휩쓸리고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를 몇번하고 나서, 물에 잠긴 섬에서 솟은 자작나무 꼭대기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부지합니다. 폭풍이 지나고, 강물이 빠진 후에 남은 것은 황량해진 섬에 아벨 혼자뿐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도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저택도, 친구와 부모, 그리고 편리하던 도회지 생활도 모두 아득한 일이 되어버리고, 아벨은 몸에 걸친 옷가지와 구두 그리고 아만다의 스카프만 몸에 지닌채 외떨어진 섬에 표류하고 맙니다.- 어렸을 때 로빈슨 크루소우를 생각하면서 참  대단하다거나 나도 한번 그리 해볼까 하는 낭만적이지만 어리석은 생각을 한적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아벨의 입장이라면 로빈슨 크루소우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번의 탈출실패를 겪고 아벨은 추워지는 날씨속에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추위와 이따금 나타나는 올빼미의 공격을 이겨내며 겨울을 넘기는 아벨..... 중간에 운이 좋게 책과 회중시계를 얻어 나름의 위안도 얻지만 그래도 그 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고달픈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벨은 여전히 집으로 가리라는,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를 다시 보고, 그녀의 스카프를 돌려주리라는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섬에서 나갈 방법들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물어진 날씨에 낮아진 강물의 수위를 발견하고는 드디어 힘겨운 탈출에 성공을 합니다. 물론 집으로 오던 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어서 고양이에게 죽을 뻔도 하지만, 그러한 역경도 아벨의 의지를 꺽지는 못하네요. 하지만 멋진 마무리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벨, 나 같으면 무작정 집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아벨은 더 멋진 모습으로 아만다를 맞이하기 위해서 해학이 넘치는 약간의 거드름을 피우네요....... 멋지게 스카프를 돌려주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아만다와 포옹을 하는 아벨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내용을 따라 가다보면 생쥐의 무인도 표류와 몇가지 사건과 설정이 섞인 모험담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단순한 모험담이나 영웅담이 아닌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이유는 아마도 아벨이 표류하게 되고, 또한 섬에서 살아남고, 올빼미나 고양이의 습격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면에 있는 자신의 아내 아만다에 대한 사랑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풍우에 날리는 스카프를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고, 또한 외로움과 고통, 추위를 물리칠 수 있었으며, 몇번의 탈출실패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하게 다시 일어나 시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천적인 고양이와 올빼미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구요. 이러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에, 그리고 영웅이 아닌 평범한 생쥐로서의 아벨의 용기와 인내가 담겨 있기에 읽고 마음속에 묵힐 수록 이야기의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삶 뿐만이 아니라 현재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삶과 미래의 희망이 담긴 삶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작가는 바로 아벨이 자신의 어려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아만다와 멋진 재회를 이룬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들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 재회의 우아함을 통해서 그러한 삶의 아름답고 고상함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사랑한 아벨의 모습이 나와 우리 아이들 모두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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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궁금할 때 셰익스피어에게 물어봐 - 영어편 궁금할 때 물어봐
신경애 지음, 만밥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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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영어! 영어!...... 어딜가나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입니다. 아예 어려서부터 영어습득을 위한 해외유학이 일반화 되기도 하고, 학교수업을 마치고 영어학원으로 향하는 어린 아이들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고, 또한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는 사람에서부터 그럴려면 아예 미국의 52번째주가 되라고 비아냥대는 사람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반대 의견들이 나름의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또한 영어라는 언어장벽을 극복함으로써 더 넓고 큰 세상에 대한 경험을 제한받지 않으리라는 것도 사실이고, 갈수록 그러한 능력은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만큼 주위를 돌아보면 절박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겠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무리가 되더라도 학원을 보내기도 하고, 유학을 보내기도 하고, 그러한 열정이 기러기 아빠니, 펭귄 아빠니 하는 그냥 웃어 넘길수 없는 비극(?)을 낳기도 하는 모습이 지금의 우리사회가 영어를 대하는 일면이지요.

 이렇게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서 열정을 쏟아 부으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해서 그리고 영어를 배워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고, 또한 아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반성 비슷하게 드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중에 필요하니까, 아니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닥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나만의 편견일까요? 모두는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리 하였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들이 영어를 대하고 억지로 이끌려 배우게 된다면 아이들이 영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그러한 교육의 능률이 얼마나 형편없을지는 얼추 짐작이 가기도 하지요. 물론 모든 것을 아이의 자율에 맡길 수는 없지만, 요즘 유행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영어가 궁금할 때, 셰익스피어에게 물어봐>, 이 책은 영어에 대해서 우리나라 말로 이야기해 주는 책입니다. 영어로 이야기 하는 책이나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영어란 어떤 언어이고, 왜 배워야하고, 어떤 특징이 있고, 우리말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조기유학이 꼭 필요한 것인지, 영어공부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유익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조단조단 들려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그리고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영어책을 휙 집어 던지면서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생각들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영어에 억지로 이끌려 다니는 아이들이 읽어 본다면 나름대로 영어를 공부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고, 또한 다른 태도를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도 하지요. 모든 공부가 다 그렇겠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배우는 아이 나름의 이유와 목표가 있어 그것을 붙들고 공부하게 된다면 더이상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능동적인 배움이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처음 공부하게 되거나 이미 배우고는 있지만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등을 떠밀곤 하던 부모들에게 -여기에는 내 모습도 포함되는 듯^^- 이 책을 한번쯤 정독하고서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영어가 바로 트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서로가 영어에 대해서 이해하고, 아이는 나름의 이유와 목표를 발견할 수 있고, 부모는 억지가 아닌 합리적인 영어교육의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좀더 여유있게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켜보아 줄 수 있는 깨달음의 시간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서 아이에게 '영어 공부해라!', '영어 학원가라!'고 잔소리만 하는 부모가 아닌 비록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영어에 대해서 만큼은 아이와 함께 궁금증을 풀어가면서 동행하는 센스있는 부모들이 좀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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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神들도 모르는 문제해결의 기술
와타나베 겐스케 지음, 이수경 옮김 / 삼성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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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차피', '평론가', '열심히', 그리고 '문제해결 키드'.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나타내는 반응의 4가지 유형에 대한 이 책의 분류입니다. '어차피'는 말 그대로 '어차피 나는 안 될거야'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않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속된 말로 주둥이(?)만 살았다는 핀잔을 듣는 유형입니다. '열심히'는 글자 그대로 문제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지도에만 의존하려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을 보고 머리가 따르지 않으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문제해결 키드'란 이 책이 양성하기를 바라는 유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때로는 방향을 수정하기도 하는 주체적인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이러한 4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할 듯 합니다. 물론 완전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 면이 있더라도 대강은 말입니다. 한데, 뛰어난 '문제해결 키드'들을 보노라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분명 부럽기도 하고  자신의 삶도 그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긴 하지만 그러한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는 선입견에 미리 '어차피'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문제해결 키드'는 재능과 상관없는 것이고,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마스터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또한 여러분도 맨날 치이거나 구박받는 '어차피'나 '평론가' 또는 열심히 일하고도 얻는게 없어 허탈함에 사로잡히곤 하는 '열심히'가 아니라 각광받는(?) '문제해결  키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내적 외적 문제에 직면하여 그것들을 헤치고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문제들을 때로는 직감에 의해서 처리하거나, 때로는 무시하고 회피하여 시간이 해결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안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그러한 과정에서 좀더 논리정연한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을 찾아서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이 책이 말하는 '문제해결 키드'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반복에 반복을 하면서도 제자리를 맴돌때가 많은 듯 합니다. 아이들을 보더라도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떤 아이는 몇발짝 앞서서 발전해가지만 어떤 아이는 여전히 같은 문제들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기도 하구요.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또는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자신에게 주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여 소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가르침을 주는 책입니다. 무작정 달려 들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요리저리 뜯어보고 굵은 가지와 잔가지를 추려내어 그것들에 대한 하나하나의 해결책을 차분히 적고 다시 분석하여 멋진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책이 제시하는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두번 그러한 과정이 쌓이고 또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은 자명하겠지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1)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2)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3)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생각해낸 후, 4) 실행하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은 바로 이러한 각 단계에 어울리는 방법들을 사용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서는 그런 접근을 위한 방법론으로 몇가지 예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 이 책이 알려주고자 하는 핵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방법이란 '분해 나무', '예, 아니오 나무', '과제 분석 시트', '가설나무', '매트릭스', '평가기준*평가시트' 등 입니다. 말이 조금 거창해 보이기는 한데, 책에서 '중학생 버섯밴드의 성공적인 콘서트를 위한 문제 해결 과정'-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방법을 생각하는 법-과 '시원이의 컴퓨터를 사기 위한 문제 해결 과정'-목표를 설정하고 달성방법을 정하는 법-을 통하여 실질적인 설명과 적용사례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러한 방법을 현실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문제해결의 기술이 어떤 거창한 교육을 통해서, 또는 어떤 거창한 이론이나 도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은 어찌보면 방법론의 문제보다는 사람들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사람들이 문제를 접하게 될 때 당황하고 낙담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살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습관이 몸에 배지 못해서 그런다는 것이지요. 책에서 저자가 말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용하여 차분히 자신의 몸에 배게 그러한 방식들을 이용하다 보면 좀더 크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차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 키드'로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겠구요. 요즈음은 아이들의 학습에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봅니다. 한데 그 말도 뒤집어보면 아이를 '문제해결 키드' 즉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로 키우자는 의미에 포함되는 개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수학문제 하나, 어려운 영어단어 하나를 더 외우게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주제를 하나 가지고 이 책이 말하는 몇가지 tool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술적인 배움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의미있지는 않을는지..... 처음에는 어렵고 더디기도 하겠지만 밝은 미래는 아무래도 그런 쪽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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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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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와 놀라운 사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샘이라는 열한 살 소년의 마지막 세달여의 삶에 대한 기록..... 물론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백혈병에 걸려 두번째 재발하고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주인공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에서의 의문점과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담담한(?) 시각이 담긴 글들의 모음.....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한편으로는 작년 우리에게 소개되었던 <정표 이야기>라는 책과 형식과 주제가 겹치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표 이야기의 내용은 실제로 그러한 병을 앓고 있는 소년이 직접 기록한 내용이기에 훨씬 현실감이 있고, 또한 직접적인 면이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사실감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그러한 병과 함께 투병하는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저만큼 떨어져서 관찰하고 있는 관조자의 감정이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현재의 삶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는 면에서는 읽는 이로 중요한 깨우침을 얻게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샘은 백혈병에 걸려 치료하였지만 완치되지 못하고 두차례 재발한 소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치의 희망을 덮고 죽음을 향해서 하루하루 삶을 지워가는 소년이지요. 이야기의 진행은 소년이 비슷한 처지의 친구 펠릭스 -친구는 소년보다 먼저 죽음의 안식을 얻습니다-와 함께 윌리스 선생님의 수업을 집에서 받는 중에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자신에 대한 책을 쓰기로 작정하면서, 그가 자신의 책에 기록하고 또한 겪은 이야기들의 순서와 동일합니다. 펠릭스나 소년 모두 자신들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삶에의 열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술집에서 술을 먹고, 담배를 피워보기도 하고, 유령을 보고, 세계기록을 깨고, 우주선을 타고 비행선을 타보고,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 보는 것 등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궁금하고 또한 영웅심에 또는 세상의 질서에 거슬려 보고자 하는 그러한 심정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자신들이 방식으로나마 하나씩 이루어 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가족들간의 갈등 - 소년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끝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를 고집하는 아버지와 그것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예처럼- 도 보이고, 소년과 부모와의 갈등 -펠릭스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겪는 서로 다른 세상을 향해 살고 있는 이로서의 정서적인 갈등- 도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은 삶의 한 과정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기 위한 과정이었겠지요.

 '나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 '나의 생김새에 대한 다섯가지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영원히 사는 방법들', '사람들이 죽었을 때의 여러가지 풍습', ''아빠에 관한 다섯 가지 사실', '비행선에 관한 멋진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죽은 다음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죽은 다음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 ..... 소년이 자신의 책에 기록한 열한가지 목록의 제목들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며 살고 있지만 그것에 담담한, 그리고 주어진 삶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은 내용들이지요. 소년의 기록을 읽다보면 아마도 소년은 죽음마저도 자신의 삶의 연장 또는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소년이 너무 어려서이거나 아니면 작가의 글솜씨가 탁월해서이겠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왜 하나님은 아이들을 병에 걸리게 할까?', '사실 진짜로 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산 채로 묻어 버리는 걸까?', '죽을 때는 고통스러울까?' , '죽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느낌은 어떨까?', '죽은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가고 난 후에도 세상은 그대로 일까?' 소년이 기록한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여덟가지 의문점들의 목록입니다. 모두 죽음과 연관된 내용들이지요. 이러한 의문들을 지닌 그의 영혼과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또한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생의 한 편에서는 삶을 누리며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일부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한가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소년에게는 자신의 삶만큼이나 죽음도 가까이 있어 알고 싶은 것들 투성이였나 봅니다. 살아있는 동안 소년은 어떤 의문점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이들의 답을 찾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알지 못하고 외로이 간직한 의문점들도 있습니다.

 샘이라는 소년의 삶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이 세상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과 그것과 이어지는 살아남아 있는 자들의 삶에 대해서 소년이 기록한 책과 노트라는 형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라는  열한번째 목록을 통해서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전해지는 발랄하고 속깊은 소년의 글을 통해서- 죽음과 맞닿은 삶의 한고리를 소년은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다들 슬퍼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을 할 때마다 슬퍼진다면 어떻게 나를 좋은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겠는가?'.......죽는다는 건 특히나 소년처럼 아주 어려서 죽는 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만, 그래도 소년처럼 남은 가족들에게 사랑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나마 너무 슬픈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내 이야기가 아닌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된다면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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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버락 H. 오바마 지음, 홍수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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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지금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작년 처음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낯설음을 지녔던 이름입니다. 이제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힐러리 클린턴과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고 있고, 갈수록 그가 말하는 변화와 희망이라는 외침이 힘을 얻고 있는 듯 -물론 그가 꼭 이길거라는 주장은 아닙니다-이 보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중 누가 이기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거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미국 역사상 진기하고 의미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기 위한 도전이기에 두 사람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만한 일이지요.

 연임을 성공한 대통령의 부인, 르윈스키 사건을 이겨내고 가정을 지켜낸 현명한 여인, 그리고 상원의원으로서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여인.... 힐러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미국인이 아닌 내게도 당연스레 연상되는 생각들입니다. 바다건너 한반도에 사는 촌부에게까지 그녀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관록과 경력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실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언급되고는 하던 대세론의 대세에 해당되었지요. 하지만 그러한 대세를 막아선 것이 지금 이 책을 집필한 젊은 흑인 후보 오바마입니다. 그의 첫번째 책을 통해서 그가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 이혼하는 바람에 나중에 커서야 겨우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의 나라를 방문하였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 그 전에는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기도 하였고, 교육은 주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계시는 하와이에서 받았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사회사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그리 자라기까지 백인과 흑인의 혈통을 물려받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또다른 혼돈스럽고 반항적인 시기를 보내기도 하였다는 사실 정도가 내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담긴 진솔함과  삶에 대한 자세가 많은 부분 감동을 전해주고, 한 인간으로서의 가슴 아픈 성장사가 오바마라는 인물의 내면 깊은 곳까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공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으로서의 오바마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에게 그가 호소하고 있는 변화와 희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드디어 이 책을 통해서 그가 말하는 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와 희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강을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은 9가지 주제 -공화당과 민주당, 가치 체계, 헌법, 정치, 기회, 신앙, 국경너머의 세계, 가족-에 대한 오바마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물론 추상적인 생각들만 적어놓은 것은 아니고 그가 그러한 가치관과 태도하에 행했던 여러가지 실천이나 정책적인 결정,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 때로는 방송 인터뷰나 신문 기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자신이 오해 받거나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세심한 설명들도 담겨 있습니다. 그의 미국의 희망에 대한 생각의 근저에는 미합중국국이라는 기초를 놓고 헌법을 만든 건국자들에 대한 통찰력있는 이해-대화와 타협이라는-가 깔려 있고, 링컨 대통령이 보인 결단-남북전쟁이라는- 과 타협 또는 관용 - 이 부분은 실제 책의 내용을  읽지 않거나 그의 세밀한 정책을 알지 못한다면 알기 어려운 부분인데, 노예제에 대해서는 단호했지만 미합중국의 통합을 위해 작은 부분에서는 남부의 여러주에 양보를 주저하지 않았던 실용적인 면을 가르키는 듯 합니다- 의 정신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가 아홉가지 주제를 풀어가는 근저에도 자신이 미합중국의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대화와 타협이라는 틀안에서의 통합이라는 정신이 깔려 있습니다. 즉 이라크 전쟁, 낙태문제, 동성애 문제, 감세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 등 상대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붙들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 상태의 대안으로,  서로 대화하고 그 가운데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대립이 아닌 해결책을 찾아가자는 말이지요. 그래서 그는 이라크 전쟁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리더로서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하고, 그의 말에 충분히 귀기울이고 동의할 것은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는 그가 말하는 모든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에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어찌보면 그의 자세가 뚜렷한 자기주장없이 주변의 의견에 휘둘리는 듯하게 보일수도,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가 삶을 통해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길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일 것이고, 그렇기에 그의 목소리가 많은 이들에게 분열되어있는 미국을 통합할 수 있으리라는 담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아마 이 책에는 그가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로 경선을 하면서 말하고 있을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젼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식으로 하면 경제성장률은 목표가 얼마이고, 운하를 건설하니 마니 등의 구체적인 정책목표보다는 가치 지향적인 내용이 가득하다고 해야겠습니다.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느니,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등의 구호들이 주는 공허함을 품고 있지 않은 이유는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런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가 삶에서 배운 희망과 절망, 분노와 고통, 기쁨과 슬픔 등을 잊지 않고 진심어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과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자세가 아니라 더디지만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게 있는 공통의 가치를 찾아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그 안에서 잃어버렸던 미국적인 전통의 회복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열매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있기에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에게서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그의 삶과 그의 정치적 행로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자세는 지난 수년과 갈기갈기 찢기고 나뉘었다는 분열된 우리 사회에도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 사회가 희망을 품고 또한 그것을 이루어 가는 담대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있는 물음과 답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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