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의 섬 뒹굴며 읽는 책 5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송영인 옮김 / 다산기획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윌리엄 스타이그,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또는 아이들을 키우며 책 좀 보았다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이름입니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고,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멋진 뼈다귀' '당나귀 실베스타와 요술 조약돌' '부루퉁한 스핑키'등의 작품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여기 저기를 뒤져보고 영화 '슈렉'의 원작이 되는 '슈렉'이라는 그림책도 그렸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됩니다. 그의 그림책을 보면 다른 그림책들에 비해서 소박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화려한 원색보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고, 세밀하고 자세하게 표현한다기 보다는 간략하게 특징적인 부분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또한 멋진 동물들과 기발하거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그의 글속에 함께 실려, 보는 이에게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읽다보면 물씬 풍겨나오는 정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나만의 감정적 편견일까요..... 만화가로서의 삶을 더 많이 살았다는 그의 작품속에서 느끼는 그러한 편안함과 정감이 그의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까지 발전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손에 들게 되었지요.

 도회지의 부유한 집에서 자란 생쥐 아벨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랑입니다. 한데 예쁜 신부와 소풍을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겨우 동굴속에 피하게 되지만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주으려다 -순전히 아내에 대한 사랑(?)때문에- 폭풍우에 휩쓸리고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를 몇번하고 나서, 물에 잠긴 섬에서 솟은 자작나무 꼭대기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부지합니다. 폭풍이 지나고, 강물이 빠진 후에 남은 것은 황량해진 섬에 아벨 혼자뿐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도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저택도, 친구와 부모, 그리고 편리하던 도회지 생활도 모두 아득한 일이 되어버리고, 아벨은 몸에 걸친 옷가지와 구두 그리고 아만다의 스카프만 몸에 지닌채 외떨어진 섬에 표류하고 맙니다.- 어렸을 때 로빈슨 크루소우를 생각하면서 참  대단하다거나 나도 한번 그리 해볼까 하는 낭만적이지만 어리석은 생각을 한적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아벨의 입장이라면 로빈슨 크루소우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번의 탈출실패를 겪고 아벨은 추워지는 날씨속에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추위와 이따금 나타나는 올빼미의 공격을 이겨내며 겨울을 넘기는 아벨..... 중간에 운이 좋게 책과 회중시계를 얻어 나름의 위안도 얻지만 그래도 그 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고달픈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벨은 여전히 집으로 가리라는,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를 다시 보고, 그녀의 스카프를 돌려주리라는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섬에서 나갈 방법들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물어진 날씨에 낮아진 강물의 수위를 발견하고는 드디어 힘겨운 탈출에 성공을 합니다. 물론 집으로 오던 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어서 고양이에게 죽을 뻔도 하지만, 그러한 역경도 아벨의 의지를 꺽지는 못하네요. 하지만 멋진 마무리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벨, 나 같으면 무작정 집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아벨은 더 멋진 모습으로 아만다를 맞이하기 위해서 해학이 넘치는 약간의 거드름을 피우네요....... 멋지게 스카프를 돌려주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아만다와 포옹을 하는 아벨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내용을 따라 가다보면 생쥐의 무인도 표류와 몇가지 사건과 설정이 섞인 모험담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단순한 모험담이나 영웅담이 아닌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이유는 아마도 아벨이 표류하게 되고, 또한 섬에서 살아남고, 올빼미나 고양이의 습격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면에 있는 자신의 아내 아만다에 대한 사랑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풍우에 날리는 스카프를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고, 또한 외로움과 고통, 추위를 물리칠 수 있었으며, 몇번의 탈출실패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하게 다시 일어나 시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천적인 고양이와 올빼미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구요. 이러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에, 그리고 영웅이 아닌 평범한 생쥐로서의 아벨의 용기와 인내가 담겨 있기에 읽고 마음속에 묵힐 수록 이야기의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삶 뿐만이 아니라 현재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삶과 미래의 희망이 담긴 삶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작가는 바로 아벨이 자신의 어려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아만다와 멋진 재회를 이룬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들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 재회의 우아함을 통해서 그러한 삶의 아름답고 고상함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사랑한 아벨의 모습이 나와 우리 아이들 모두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