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와 놀라운 사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샘이라는 열한 살 소년의 마지막 세달여의 삶에 대한 기록..... 물론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백혈병에 걸려 두번째 재발하고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주인공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에서의 의문점과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담담한(?) 시각이 담긴 글들의 모음.....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한편으로는 작년 우리에게 소개되었던 <정표 이야기>라는 책과 형식과 주제가 겹치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표 이야기의 내용은 실제로 그러한 병을 앓고 있는 소년이 직접 기록한 내용이기에 훨씬 현실감이 있고, 또한 직접적인 면이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사실감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그러한 병과 함께 투병하는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저만큼 떨어져서 관찰하고 있는 관조자의 감정이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현재의 삶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는 면에서는 읽는 이로 중요한 깨우침을 얻게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샘은 백혈병에 걸려 치료하였지만 완치되지 못하고 두차례 재발한 소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치의 희망을 덮고 죽음을 향해서 하루하루 삶을 지워가는 소년이지요. 이야기의 진행은 소년이 비슷한 처지의 친구 펠릭스 -친구는 소년보다 먼저 죽음의 안식을 얻습니다-와 함께 윌리스 선생님의 수업을 집에서 받는 중에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자신에 대한 책을 쓰기로 작정하면서, 그가 자신의 책에 기록하고 또한 겪은 이야기들의 순서와 동일합니다. 펠릭스나 소년 모두 자신들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았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삶에의 열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술집에서 술을 먹고, 담배를 피워보기도 하고, 유령을 보고, 세계기록을 깨고, 우주선을 타고 비행선을 타보고,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 보는 것 등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궁금하고 또한 영웅심에 또는 세상의 질서에 거슬려 보고자 하는 그러한 심정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자신들이 방식으로나마 하나씩 이루어 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가족들간의 갈등 - 소년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끝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를 고집하는 아버지와 그것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예처럼- 도 보이고, 소년과 부모와의 갈등 -펠릭스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겪는 서로 다른 세상을 향해 살고 있는 이로서의 정서적인 갈등- 도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은 삶의 한 과정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기 위한 과정이었겠지요.

 '나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 '나의 생김새에 대한 다섯가지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영원히 사는 방법들', '사람들이 죽었을 때의 여러가지 풍습', ''아빠에 관한 다섯 가지 사실', '비행선에 관한 멋진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죽은 다음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죽은 다음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 ..... 소년이 자신의 책에 기록한 열한가지 목록의 제목들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며 살고 있지만 그것에 담담한, 그리고 주어진 삶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은 내용들이지요. 소년의 기록을 읽다보면 아마도 소년은 죽음마저도 자신의 삶의 연장 또는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소년이 너무 어려서이거나 아니면 작가의 글솜씨가 탁월해서이겠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왜 하나님은 아이들을 병에 걸리게 할까?', '사실 진짜로 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산 채로 묻어 버리는 걸까?', '죽을 때는 고통스러울까?' , '죽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느낌은 어떨까?', '죽은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가고 난 후에도 세상은 그대로 일까?' 소년이 기록한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여덟가지 의문점들의 목록입니다. 모두 죽음과 연관된 내용들이지요. 이러한 의문들을 지닌 그의 영혼과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또한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생의 한 편에서는 삶을 누리며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일부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한가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소년에게는 자신의 삶만큼이나 죽음도 가까이 있어 알고 싶은 것들 투성이였나 봅니다. 살아있는 동안 소년은 어떤 의문점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이들의 답을 찾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알지 못하고 외로이 간직한 의문점들도 있습니다.

 샘이라는 소년의 삶을 통해서 작가는 사람이 세상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과 그것과 이어지는 살아남아 있는 자들의 삶에 대해서 소년이 기록한 책과 노트라는 형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라는  열한번째 목록을 통해서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전해지는 발랄하고 속깊은 소년의 글을 통해서- 죽음과 맞닿은 삶의 한고리를 소년은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다들 슬퍼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생각을 할 때마다 슬퍼진다면 어떻게 나를 좋은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겠는가?'.......죽는다는 건 특히나 소년처럼 아주 어려서 죽는 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만, 그래도 소년처럼 남은 가족들에게 사랑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나마 너무 슬픈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내 이야기가 아닌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된다면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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