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클리스 - 전예원 세계 문학선 325 셰익스피어 전집 325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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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야 말로 인간의 지배자다. 시간은 인간의 어버이도 되고, 무덤도 되고, 주고 싶은 사람에겐 마음대로 무엇이든 주지만, 이쪽에서 바라는 것은 전혀 주지도 않는다. -p65, 2막 3장, 페리클리스 

  셰익스피어의 후기 작품에 속하는 이 극은 1607년에서 1608년 사이에 쓰여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심벌린>, <겨울 이야기>, <템페스트>와 더불어 후기 낭만극 -로망스-로 불립니다. '로망스 극의 특징은, 첫째로 내용이 동화처럼 현실감이 떨어지며, 둘째로 전반은 비극적이고 후반은 희극적이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그래서 희비극(Tragi-comedy)라고도 함-, 셋째로 죽은 줄 알았던 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나 가족이나 연인가 재회하는 내용이 많다' -권오숙의 <그림으로 셰익스피어 읽기>, p415-고 합니다. 이 극도 이러한 낭만극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충실히 따르면서 페리클리스라는 인물의 기구한 운명과 그러한 운명의 반전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대부분이 원전을 가지고 있듯이, 이 작품도 중세 영국의 시인 가워의 <연인의 고백 (Confessio Amantis)>에 수록된 '타이어의 아폴로니어스 (Apollonius of Tyre)' 이야기를 극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어의 영주인 페리클리스는 출중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앤티어크의 공주에게 청혼하러 갔다가 앤티어크의 왕 앤타이어커스와 공주가 근친상간에 빠져있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순간부터 페리클리스는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깊이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비밀을 들킨 앤타이크 왕의 강력한 보복이 두려워 자신이 다스리던 타이어의 통치를 충신 헬리케이너스에게 맡기고 유랑의 길에 나섭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굶주림에 몰락해가는 타서스인데, 거기서 양식을 나눠주면 머물던 그의 일행은 다시 앤티어크 왕의 추격이 두려워 모험에 나서게 되지만, 도중에 폭풍을 만나 배가 파선하게 되고, 페리클리스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펜태폴리스 해안에 표류하게 됩니다. 여기서 가혹하던 운명이 그에게 잠시 따스한 손길을 베푸는 듯하여, 그는 펜태폴리스의 왕 시머니디스의 딸 타이사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내 운명의 따스한 손길은 더 가혹한 시련으로 그의 앞길을 내리쳐 버립니다. 헬리케이너스로부터 앤티어크 왕의 죽음과 왕을 요구하는 타이어 백성들의 급박한 소식을 접한 그는 임신한 타이사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지만, 운명은 다시 그의 배를 폭풍속에서 표류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딸 마리나를 출산하던 타이사가 죽어 -나중에 세리먼에 의해 회생하여 다이애나 신전의 여사제가 되지만-  수장하게 되고, 이전에 들렀던 타서스에 상륙하여 타서스의 왕과 왕비에게 어린 딸 마리나의 양육을 부탁하고 홀로 타이어로 귀국합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여기서도 가혹한 장난(?)을 멈추지 않고 타서스 왕비의 질투심을 부추겨 마리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실제로는 죽임을 당하기 전에 극적으로 해적들에게 구출(?)되어 미틸리니의 사창가에 팔려갑니다- 자신의 성장한 딸을 만나러 타서스에 온 페리클리스는 딸의 무덤을 보며 자신의 기구한 운명 앞에서 말을 잃고 맙니다. 살아있는 마리나 역시 운명의 장난 앞에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페리클리스와는 달리 미틸리니에서 현명하게 자신의 운명을 헤쳐가던 중, 미틸리니에 도착한 페리클리스와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운명의 반전이 시작됩니다. 이제까지 운명의 여신이 이런 기쁨을 위해서 페리클리스와 그 가족을 시련으로 몰아넣었다는 듯이 페리클리스와 마리나의 극적인 만남에 뒤이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부인 타이사까지 에페서스에서 찾게 되면서, 페리클리스의 기구한 운명에서 불행의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이 작품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지로 움직이는 세상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행복에 잠기게도 하고, 불행이 쌓여 행복이 되기도 하고, 행복이라고 생각한 것이 더 큰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는 운명-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한 그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이 감상의 한 축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의 운명을 견디며 고군분투하는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 속의 페리클리스는 햄릿이나 오셀로, 리어왕이나 맥베스와 같이 극의 중심을 형성하며 강렬한 의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사람이라기 보다는 운명에 등을 떠밀려 표류하게 되고 그 안에서 맞이하게 되는 고난을 수동적으로 견디는 중에 운명적으로 행복을 맞이하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패륜의 생활도 길들어지고 습관이 되어버리니 죄의식도 사라졌습니다. -p22, 1막 서사1, 가워 

 왕에게 아첨하는 자는 오히려 왕에게 환난을 줍니다. 아첨은 죄악을 불러일으키는 풀무이며, 아첨 받은 자가 작은 죄악의 불꽃에 불과하다 해도 바람을 보내주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게 합니다. 그 대신 충절하고 올바른 간언은 왕에게 약이 됩니다. 왕도 인간인 이상 과오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시뇨르 아첨이 간언을 막고 평화를 선언할 땐 전하의 목숨을 노려 전쟁을 걸어오는 것입니다. -p33~34, 1막 2장, 헬리케이너스 

 불행은 단독으로 오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뒤따르는 자를 데리고 오는 법. -p43, 1막 4장, 클리언 

 성난 하늘의 별들이여! 바람이여, 비여, 천둥이여, 이 지상의 인간은 도저히 너희들을 꺾을 힘이 없다. 그러니까 나도 본성 그대로 너희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p52, 2막 1장 페리클리스 

 고래는 돈 많은 욕심쟁이와 같다고 할까. 뒹굴며 놀며 작은 물고기들을 장난조로 몰고 다니다가 결국엔 한입에 꿀컥 삼켜 버리거든. 그런 고래는 육지에도 있다구. 그놈은 마을의 교구든, 교회든, 뾰족탑이든, 종이든, 모두 통째로 삼켜 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아가릴 다물지 않는다구. -p53, 2막 1장, 어부1 

 복장의 겉모습으로 사람의 속을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p62, 2막 2장, 시머니디스 

 난 평소부터 미덕과 재능을 신분이나 재물보다 더 귀하다고 여겨왔소. 뒤의 두 가지는 그 계승자가 탕아라면 신분은 더럽혀지고, 재물은 낭비될지 모르지. 하지만 미덕과 재능은 불멸하는 것이며 그 둘을 몸에 지니면 인간을 신과도 같게 하지요. -p89, 3막 2장, 세리먼 

 당신은 믿음이 있는 척 하는 위선자예요. 파리를 죽여놓고도 겨울의 추위 때문에 죽었다고 신들에게 호소하는 사람 같아요. 아무리 그래봤자 당신은 반드시 내 뜻대로 할 사람이에요. -p116, 4막 3장, 다이어나이자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향기롭고 가장 멋진 한송이 꽃이 인생의 봄철에 시들어, 여기 잠들었도다. 타이어 왕의 공주는 슬프게도 죽음으로 행복스런 생의 막을 내렸도다. 이름은 마리나이며, 태어날 때는 바다의 여신 데티스가 오만하게도 지구 한쪽을 삼킬 듯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대지는 바다의 범람을 두려워했고 데티스가 낳은 아이를 하늘로 보냈도다. 그리하여 바다의 여신은 노하여 거친 파도를 보내며 해안의 바위를 내리치기만 하도다. -p118, 4막 4장 무언극 중 마리나의 묘비 비문 

 자 얘기해보렴. 네가 참아온 슬픔이 나의 슬픔의 천분의 일만 된다하여도 넌 훌륭한 대장부같이 참아 왔으며 난 한낱 아녀자 같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넌 왕들의 무덤을 지켜보는 참을성을 보이면서도 미소로서 이겨내고 있으니 모든 절망도 시들 것이다. -p142, 5막 1장 페리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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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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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후에 미국은 막대한 양의 공적자금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투입했습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필요하다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기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미국은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해 달러를 마구 뿌려댔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였다면 자국의 화폐를 남발하는 그러한 행위가 바로 파멸로 가는 길이었겠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를 소유한 미국은 그러한 파멸을 피해가면서 교묘하게(?) 자신들의 짐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이전시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외환보유고의 반 이상을 달러로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흔해빠진 달러는 결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기축통화의 잇점을 마음껏 누리는 쪽은 미국이고 그러한 불편부당함을 꾹참고 감당하게 되는 것은 그 이외의 다른 나라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의 세계 정세를 보면 아직까지는 미국이 최대의 강대국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으로-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근자에 미국에 도전할 만한 나라로 중국이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더 부각을 받는 나라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달러의 역할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의 위안이나 다른 통화로 대체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달러와 미국이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어떻게 얼마나 빨리 지평선으로 넘어갈지, 그리고 그 뒤는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전세계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했으며 현재는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버블이나 부동산버불이 한번 꺼진 후에는 이전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지 못한 것처럼 달러버불도 마침내 터져버리면 세계의 그 어떤 통화도 달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에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등을 고려할 때, 달러는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며 그러한 재난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박한 달러 붕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그러한 금융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빛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2부에서는 신뢰를 잃은 달러가 어떤 식으로 붕괴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부와 4부에서는 달러의 가치가 폭락할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과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달러가 붕괴하는 시대에 추천할 수 있는 투자의 기회를 크게 다음의 네 가지 분야에서 찾고 있습니다. 1) 진짜 돈 (금과 은), 2) 진짜 에너지 (원유), 3) 진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상품 (농산물과 원자재), 4) 경제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달러화의 가치 급락과 금리 상승). 금과 은은 역사상 변함없이 통용되어온 화폐 수단이었고, 원유는 가장 탁월한 형태의 에너지원이고 농산물 등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품입니다. 저자가 제안한 네 가지 분야는 모두 달러가 붕괴했을 때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고,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투자처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저자는 투자 분야만을 설명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분야들에 구체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내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의 내용자체가 달러를 통화로 상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달러 통화권에서 벗어난 입장에서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내용들도 담겨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대하는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가오는 달러 붕괴의 시대를 깨닫고 그러한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에 대한 현명한 조언을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좀더 발품을 팔 용의가 있다면, 우리 현실에서 저자가 말하는 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달러가 우리의 화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달러 평가 절하와 관련한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다. -  달러 패권에 대한 드골 대통령의 비판에 대한 미국 고위 관료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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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연발 - 전예원세계문학선 308 셰익스피어 전집 8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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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서로 다른 하인을 만난 거예요. 사람들도 쭉 우리들을 잘못 보았던 겁니다. 그래서 이런 실수연발이 된 게 아니겠습니까. -p113, 5막 1장, 앤티폴러스(동생)  

 이 작품은 1590년대 초반에 씌여진 셰익스피어의 초기작품으로 원전은 플라우투스의 <메내크미>로 알려져 있고, 장르는 상황 희극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상황 희극이라는 용어가 낯설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희극적인 성격은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나 대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쌍둥이 주인과 쌍둥이 하인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으로 인해서 나타나는데, 바로 등장 인물의 말이나 성격에서가 아니라 극을 꾸미는 상황이 이 희극의 웃음의 핵심이라는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두쌍의 '쌍둥이를 착각해서 형성되는 상황, 쉽게 말해서 쌍둥이들의 용모와 행동, 그리고 어투가 친부모까지도 구별하기 어렵도록 흡사하다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빚어내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관객들이 웃음짓게 된다는 면에서 셰익스피어의 후기 희극이나 위대한 비극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의 성격 표현이나 대사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면이 부족하다거나 필요성이 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이 작품 속의 대사들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중간중간에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섬세한 표현들이 담겨 있습니다.  

 시러큐스의 상인 이지언과 이밀리어는 에피담넘에서 쌍둥이 앤티폴러스를 낳았고,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가난한 집안의 쌍둥이 형제 드로미오를 이들의 몸종으로 삼게 됩니다. 이밀리어가 고향으로 가서 자식들을 자랑하고 싶어해서 가족들이 귀향하던 중, 폭풍을 만나 이지언과 동생 앤티폴로스와 동생 드로미오, 그리고 어머니 이밀리어와 형 앤티폴로스와 형 드로미오가 각기 다른 배의 구조를 받아 헤어지게 되고, 이밀리어와 두 아이들은 코린스 어부들의 습격을 받아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런 비극적인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형을 찾아나선 동생 앤티폴러스가 동생 드로미오가 형이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에페서스에 나타나면서 한바탕의 소동이 벌어집니다. 작품 안에서 쌍둥이 앤티폴로스 형제와 쌍둥이 드로미오 형제는 어느 누구도 외모나 행동을 가지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판박이입니다. 이지언이나 이밀리어도 자신의 아들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앤티폴러스 형제는 누가 자신의 몸종인 드로미오인지 역으로 드로미오 형제는 누가 자신의 주인인 앤티폴러스인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또한 형 앤티폴로스의 부인인 애드리아너도 동생 앤티폴로스와 자신의 남편을 구분하지 못하고 헛갈립니다. 이렇게 극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두 쌍둥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고, 이 네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뒤엉키면서 갈등이 고조되는데, 이 극을 바라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갈등의 고조가 심각한 위험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웃음의 원천이 되는 느낌입니다. 극의 등장 인물 모두가 실수연발로 인해 종일 욕을 보지만, 그 모습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실수연발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그들의 모습이 유쾌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작품입니다.

  나야말로 이 광활한 세계에서 하나의 물방울이 망망한 큰 바다에 떨어져 그 동료들 중의 한 방울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동료를 찾기 위해 대해에 뛰어들었지만 눈에 뛰지 않는 것을 찾아 헤매다가 끝내는 내 자신마저 잃어버리구 말 거다. -p20, 1막 2장, 앤티폴러스(동생) 

 남자란 자유엔 주인이고 시간에 머슴인걸. 그러니 시간이 되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데 뭐. -p27, 2막 1장, 루시아너 

 자유를 지나치게 탐내다간 불행이란 난장을 맞게 돼요. 하늘 아래 있는 것들은 땅의 것이나 바다의 것이나 공중의 것이나 모두 제 분수에 알맞게 살고 있어요. -p27~28, 2막 1장, 루시아너 

 당신은 느릅나무고 전 덩굴이에요. 심약한 저도 강한 당신과 살을 섞는 부부니 당신의 힘을 받아 강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소중한 당신을 어느 누가 제게서 뺏어간다면 그 잔 인간의 허접쓰레기요, 도둑놈의 심보인 덩굴이요, 찔레요, 쓸모없는 이끼 같은 것들일 거예요. -p41, 2막 2장, 애드리아너 

 비방이란 놈은 자꾸 새끼를 치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주 자리잡고 누워버린답니다. -p64, 3막 1장, 밸더자 

 아아, 불쌍한 건 여자예요! 귀가 너무도 여리니까 말예요.  제발 입에 발린 빈말이라도 사랑한다고 곧이듣게 하세요..... 약간 허풍을 떠는 것은 신성한 유희가 되기도 하죠. 달콤한 아침의 숨길이 싸움을 수그러지게 하니까요. -p56, 3막 2장, 루시아너 

 당신이 더 좋다구요. 오 인어 아가씨, 당신의 노래로 나를 꼬여서 언니의 눈물의 바다 속으로 유인하여 익사하지 않도록 가르쳐 바다의 요정이여, 당신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르세요. 그러면 내 그 속에 빠질 것이오. 은빛 물결 위에 당신의 황금빛 머리떨를 펼치세요. 난 그것을 침대삼아      눕겠습니다. 거기서 화려한 환상에 묻힌 채 그렇게 죽는다면 저는 여한이 없겠습니다. 사랑은 가벼운 것이라고 하지만 가라앉을 수만 있다면 날 빠져죽게 해주십시오! -p67, 3막 2장, 앤티폴러스(동생) 

 내 혀가 저주는 하지만 마음으로는 그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거야. -p74, 4막 2장, 애드리아너 

 상상에 짓눌려 가슴이 빠개지는 것 같다. 상상이란 위안도 주지만 고통을 주기도 하는구나. -p76, 4막 3장, 애드리아너 

 이러나 저러나 소인은 당나귀 팔자인 걸요-기다란 귀가 말해줍니다. 전 태어날 떄부터 이때까지 나리께 봉사해 왔지만 그 대가로 매만 맞아왔지 뭡니까. 추워할 때에는 덥게 해주었고, 더울 때에는 때려서 덜덜 떨게 해 주었습죠. -p83, 4막 4장, 드로미오(형) 

 시샘하는 여자의 독기 찬 푸념은 미친 개의 이빨보다도 더 무섭답니다. 부인의 앙칼진 푸념 때문에 남편께서는 잠을 편히 못 잤으니 자연히 머리가 혼미해질 수  밖에요. 식사 때 잔소리로 양념을 쳤다고 했는데, 식사란 불편한 마음으로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 법입니다. -p99, 5막 1장, 수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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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는 방식을 리디자인하다
데버러 L. 로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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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권리 옹호단체의 개혁 아젠다에서, 외모는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하나의 중요한 도전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한 때 우리 영혼의 상태를 향해 쏟아준 관심, 그런 종류의 관심을 이제 사람들은 육신의 상태를 향해 쏟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의 대부분 전혀 건설적이지 못하다. 아름다움은, 그래, 한낱 한 꺼풀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훨씬 더 두텁다. 외모라는 것의 금전적, 육체적, 심리적 대가는 우리에게 좀 더 지대한 관심을 쏟고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이 세상 모든 불의를 다 제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조금 더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는 외모를 단순히 심미적인 이슈로만 취급할 게 아니라 법적-정치적 이슈로도 취급해야 할 것이다. -p230~240   

 "'예쁘다'거나 '잘 생겼다' 혹은 '매력적이다'란 말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때, 각 개인이 지닌 주관적인 척도가 그 답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에 '아름다움은 보기 나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척도가 존재하는 것 같고, 사회적으로도 그러한 기준이 나름대로 통용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거짓은 아닐 것입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서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그러한 기준의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인간의 외모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합의하면 진실 (truth in consensus)' 이라는 방법론을 통해서 그러한 기준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듯 합니다.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동안', '꿀벅지', '베이글녀', '~의 종결자' 등의 용어를 통해서 외모에 대한 평가가 사회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현상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고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눈에 보기 좋은 음식이 또한 맛있어 보인다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주목을 받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도 자아 실현의 한 방편으로 생각한다면 결코 가치없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자연적이고 순수한 의도를 넘어선 아름다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정상적인 것으로 오해되고 있는 듯 하고, 저자는 바로 그 경계선에서 현대 사회가  아름다움에 집착하면서 발생하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치르는 대가와 결과, 일상화된 외모에 의한 차별 등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미의 추구는 수치심이나 사회적 강압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즐거움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는 것. 여자들이 머리카락의 염색이나 보톡스의 사용 여부를 마음대로 선택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든지 직업적 능력이 부족한 걸로 간주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여자라고해서 남자들보다 한층 더 높은 미의 기준을 적용받아서도 안되며, 그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허영이라고 조롱받아서도 안된다는 것. 남자들이 얼굴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도 늙어가면서 존경을 받을만하다면, 여자들 역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 -p34

 저자가 다루는 주된 문제는 아름다움 자체라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해서 사람들을 차별하고 옥죄이는 도구로 변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이 한 사람의 취향이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노력 등으로 간주되지 않고, 하나의 권력이 되고 차별의 이유가 되는 현대 사회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외모에 대한 기준을 사회적 기준을 가진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거나 유지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 그런 사회적인 현상을 부추기면서 부당하게 돈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고 돈을 뜯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 외모에 의한 차별이 일상화되었지만 이 문제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미약하며 그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점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그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를 통한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 여러가지 요인들을 살펴보고, 고착화되어 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움이라는 간단치 않은 주제에 집중하여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노력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외모 지상주의에 취한 현대 사회의 추한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은연중에 외모에 대한 허영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할 수 있고, 또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혜는 매력적인 외모가 선사하는 이점들, 그런 매력을 추구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당함을 과소평가한다. 수많은 인간들이 시간이나 돈이나 육체의 건강이라는 형태로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물론 외모로 인한 차별대우가 결코 인간의 가장 심각한 편견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공평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모와 관련되는 노력의 긍정적인 측면을 -예컨대 자기표현에서 오는 즐거움 같은 것을- 깍아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섹스 어필의 생물학적 역할이라든지, 미적인 고려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가져오는 건강상의 혜택을 과소평가하즌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목적은 외모를 터무니없이 중요시하느라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를 밝히고, 이를 시정하게 우해 필요한 여러 가지 전략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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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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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이유가 있단다, 이유가 있단다 내 영혼아, 저 순결한 별들에게 밝히진 않겠지만 이건 이유가 있단다. 그래도 난 피를 흘리거나 눈보다 더 희고 설화 석고 묘상처럼 매끄러운 그 살결에 상처를 내진 않으리라. 그래도 그녀는 죽어야 해, 안 그러면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할 테니까. -5막 2장 1~7행, 오셀로   

  '온순한 데스데모나를 사랑만 않는다면 걸림 없는 내 자유를 속박하는 일 따위는 바닷속 보물을 다 준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던 오셀로가 5막에 이르러서는 이젠 그녀는 죽어야 하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되뇌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란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부관 카시오와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지만 거기에 대한 증거는 이야고의 끊임없는 꾀임과 그러한 속삭임에 대한 관심에서 의심으로, 의심에서 질투로 번져가는 오셀로 자신의 내적 변화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질투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것에 점령당해버린 오셀로는, 그 이유를 철썩같이 믿으며 그토록 사랑한다던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살해하고, 너무 사랑하였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혼란스러워져 버린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비극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순결한 사랑을 망쳐버린 허약한 남자의 질투심, 하지만 이 극이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근저에는 사랑이라는 울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스데모나의 사랑과 오셀로의 사랑...... 데스데모나의 사랑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모습의 순결한 모습이라면, 오셀로의 데스데모나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자유를 속박 당하기를 마다하지 않을 만큼 든든한 기반을 가진 듯 하면서도 질투심에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는 허약함 또한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오셀로의 사랑도 극의 시작에서부터 모든 음모의 배후가 밝혀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 순간까지 데스데모나를 향한 순전함으로 채워져 있다고 옹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질투심에 불타오르고 살인을 실행하는 이유의 근저에 깔린 감정은 그녀에 대한 오롯한 사랑이었기 때문이고, 그러한 사랑을 파고드는 이야고의 꾀임과 그로 인해 몰아치는 질투심의 폭풍을 적절히 다스리지 못한 것이 두 사람의 사랑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연유라고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데스데모나의 사랑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 결여되어 있다는 것, 상대방의 마음과 인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감정에만 의존하는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비극의 발생에 이야고라는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오셀로라는 인물의 성격에 근본적으로 그러한 비극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못지 않게 이 극에서 관심을 끄는 인물이 오셀로에게 간교한 속삭임을 지껄이는 이야고일 것입니다. 자신이 오셀로에게 부관으로 임명되지 못하고 카시오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다는 앙금과 오셀로와 자신의 부인이 부정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 시작되는 이야고의 음모는 흘러가는 듯한 속삭임에서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의심을 조장하는 말투 속에 질투심의 쓴 뿌리를 슬쩍 얹어놓고, 질투심의 덫에 걸린 마음이 살인의 달콤함으로 감정의 폭풍을 잠재우기를 마다하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를 않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치밀하고 천연덕스럽게 음모를 꾸미고 실행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악마의 사악함보다는 간교함을 더 느끼게 됩니다. 밀고 당기면서 세치 혀로 오셀로를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비록 그 배후에 사악함을 담고 있다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활해 보인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물론 간교함이나 사악함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아무런 죄의식이나 잘못하고 있다는 자의식이 없이 이야기 전체를 비극으로 몰고가는 이야고라는 인물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극의 내용 중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셀로와 마찬가지로 이야고도 자신의 아내 에밀리아가 오셀로나 카시오와 부정을 저질렀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의심을 가지고 있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그에 대해 별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데스데모나가 부정을 저질렀을지 모른다며 천연덕스럽게 오셀로를 꾀여 질투의 폭풍속으로 몰아가면서도 똑같이 의심스런 소문에 휩싸인 에밀리아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이야고의 모습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오셀로의 모습과 대비되는 야릇한 아이러니가 느껴집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17세기경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라이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는데, 상당한 재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확실히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첫째로는 양가의 규수들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고, 흑인하고 사랑의 도주를 하는 것이 끝내는 어떻게 되는가를 경고해 주고 있다. 둘째로는 모든 유부녀에게 손수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일깨우고 있다. 셋째로는 남편들은 비극을 빚어내는 질투심을 품기 전에 과학적인 증거를 잡으라고 일러주고 있다.'

  지금부터 애비들은 딸들의 마음을 걔들의 행동만 보고는 믿지 마오. -1막 1장 186~187행, 브라반시오 

  번쩍이는 칼들을 거두도록 하여라, 밤이슬에 녹슬지 않도록. 의원 어른, 무기보단 나이로 명령을 내리시면 더 나을 것입니다. -1막 2장 64~67행, 오셀로 

 전 이제 도리가 양분되었음을 압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생명과 교육을 주셨고 저는 그 생명과 교육을 받으면서 아버님을 존경하도록 배웠으며 아버님은 제 모든 도리의 주인이시고 지금까지 전 아버님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제 남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님이 외할아버지 앞에서 아버님을 택했을 때 보여주었던 도리, 바로 그만큼이 제 주인 무어인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밝히겠습니다. -1막 3장 194~204행, 데스데모나 

 내 앞에 선 당신을 여기서 보노라니 내 만족만큼이나 커다란 놀라움을 느끼오. 오, 내 영혼의 기쁨이여, 모든 폭풍 뒤에 이 같은 평온이 깃들인다면 바람은 죽음을 일깨울 때까지 불고 불어 고생하는 돛단배가 바다의 언덕을 저 높은 올림푸스 산까지 올랐다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듯 곤두박질치게 하라. 내 지금 죽더라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리, 왜냐하면 내 영혼은 절대 만족을 맛보았으므로 이 같은 안락이 미지의 운명 속에서도 계속될까 염려하기 때문이오. -2막 1장 188~199행, 오셀로 

 오, 보이지 않는 술귀신아, 너에게 알려진 이름이 없다면 악마라고 불러주마! -2막 3장 280~282행, 카시오 

 남자를 한두 해를 가지고는 몰라요. 그들은 다 뱃속이고 우리들은 다 음식인데, 허기진 듯 집어먹고 일단 배부르면 우릴 내뱉어요. -3막 4장 105~109행, 에밀리아 

 질투하는 이들에겐 그건 답이 아니에요. 그들은 원인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투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거라고요. 그건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한 마리 괴물이랍니다. -3막 4장 165~160행, 에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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