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1학년> 서현 작가의 작업실을 가다

2015년 1월의 어느 날, 서현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재미난 것들이 잔뜩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우아! 작업실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인형과 신기한 장난감들, 어디에 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몹시 귀여운 물건들이 자꾸 자꾸 나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제작 및 컨텐츠 제공 : 사계절출판사

 

 

#장난감 천국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그림책과 그 앞에 조르르 자리 잡은 장난감들. 장난감은 책상 위에도 있고 책 틈에도 구석구석 숨어 있었어요. 손톱만 한 피규어부터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작동완구까지, 장난감을 보여주는 서현 작가는 정말로 즐거워보였어요. 서현 작가에게 장난감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조그만 장난감 뮤지엄을 만들고 싶대요.

 

 

 

 

#구석구석 캐릭터들
장난감 다음으로 많은 것은 직접 꾸미고 만든 물건들이었어요. <눈물바다> 캐릭터를 붙인 욕실 타일, 여러 가지 소재로 만든 모빌, 바느질한 인형, 가면, 그림을 그린 컵과 접시, 알록달록 태피스트리……. 특히 눈에 띈 건 기계 같기도 하고 장난감 같기도 한 오토마타였답니다. 나무로 만든 완성품도 있고 구상 단계에서 종이로 만든 모형들도 있었는데요. 단순한 움직임인데도 서현 작가의 유쾌한 캐릭터가 더해지니 자꾸 자꾸 보고 싶은 엄청난 매력이!

 

 

 

 

 

 

 #책상 위도 한가득
무언가 조그만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건 책상 위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작업할 때 쓰는 도구들, 만들기 재료들, 귀여운 잉크병들, 마른 나뭇잎들, 물론 직접 만든 소품들도 구석구석 끼어 있었고요. 그 사이에 재료인 듯 아닌 듯 자리 잡고 있는 마늘 대들! 이건 어디에 쓰는 거냐고 물어보니, 어느 날 집에서 마늘을 까다가 마늘 대가 너무 귀여워서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거래요.

 

 

 

 

 

 

 

 

 

 #엉뚱한 취향
서현 작가는 요즘 요괴에 빠졌다고 해요. 요괴가 나오는 만화책도 보고 옛날 요괴 그림이 실린 화집도 보고, 요괴나 괴수 피규어도 모은답니다. 귀신은 무섭지만 요괴는 조금 더 생명체(?)에 가까운 느낌이라 괜찮다고요. 요괴에 관해 찾다 보니, 요괴가 어두운 곳을 좋아하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보통 때는 커튼을 쳐서 작업실을 어둡게 하고 지내는데, 혹시 여기에도 진짜 요괴가 있는 건 아닐까? 상상도 해 본 답니다. 서현 작가의 ‘요괴 그림책’,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죠?

 

 

 

한 사람이 머무는 공간만큼 그 사람을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서현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재미난 그림을 그렸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작업실을 다녀오니 알 것 같습니다. <눈물바다>와  <커졌다!>에서 보여 준 놀라운 상상력, <두근두근 1학년> 시리즈의 재기발랄함 모두 ‘100% 서현’ 그대로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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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난끼 가득한 얼굴의 작가님두 귀여우시구(이런...표현 실례가 되지않겠죠?) 작업실에 재미난 이야기가 막 피어날것 같은 공간입니다ㅎ 서현작가님의 글이 궁금해지네요 무척 재밌을거 같아요

anytime29 2015-01-1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현작가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업공간 재미난 이야기가 소올소올 나올듯해서요 마늘대갖다둔 사진에 빵터짐 저도 저희집에 장식장에 학창시절부터 모아둔 인형들 어제 다 목욕시키고 닦이고 했거든요 순진보다 순수한 마음이 예쁜 그림책 엄마가 되신거 같아요 서현작가님 그림책들 그림 글 모두 다 잘 봐요 감사해요~^^다음엔 요괴시리즈 기대해 볼께요 히힛

책방꽃방 2015-01-1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만큼 멋지고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작업실입니다. 찾아가고싶어지네요^^

민스토리 2015-01-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아늑한 공간이네여...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한번 보게됩니다.

canbecando 2019-11-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진공간이에요 아직 이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을까요^^저도 만들고싶네요ㅎ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서울의 동쪽>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현욱(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부장)

 

전우용 선생님과 함께 <서울의 동쪽> 여행을 떠나요!!

 

흥인문 밖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적전의 농부 푸른 쟁기 잡고 있네
화양정은 빛나고 마장의 돌 울타리 오래되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푸른 초원에는 준마들이 달리고 있네
(이덕무의〈성시전도〉중에서)

 

1792년 북학파 실학자 이덕무가 바라본 흥인문 밖 서울의 동쪽 풍경입니다. 조선시대 서울은 한양도성을 경계로 하여 안과 밖을 구분하였으며, 특히 사대문을 기점으로 하여 도성 밖 10리를 ‘성저십리’라고 하였습니다. 서울의 동쪽은 바로 도성 동쪽에 있는 성저십리에 해당합니다. 드넓은 벌이 펼쳐져 나라에서 필요한 말을 기르던 마장, 사냥터나 군사훈련장 같은 국가 시설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 배추, 미나리 등 채소들이 많이 생산되어 도성 안으로 공급되었습니다. 도성 안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배후지 역할을 했던 곳이지요. 이곳에는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살았는데, 특히 흥인문 부근의 개천 하류지역은 ‘아랫대’라고 하여, 훈련원에 소속된 하급 군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습니다.

 

<서울은 깊다>를 통해 서울의 과거와 현재에서 다양한 의미와 사연들을 전한 전우용 선생님이 <서울의 동쪽>이라는 다큐멘터리 그림책을 냈습니다. 서울학 관련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저자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 말하는 역사학자입니다. 오늘의 문제에서 출발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과거를 탐사함이 역사학의 본령이라 말하지요.

 

이 책은 저자의 첫 어린이책입니다. 서울의 동쪽은 이제껏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곳이었습니다. 문헌기록도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지요. 그렇지만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들, 여기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기록들이 땅에 새겨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왜 동대문은 다른 성문과 달리 ‘之(갈 지)’자를 이름에 넣었을까요?, 마장과 관련된 동네 이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랫대에 살던 가난한 군인들은 어떻게 생활하였을까요? 배우개장에 싱싱한 채소가 많았던 것은 왜일까요?, 전차차고와 발전소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광장시장에서 판매한 서양에서 수입된 신기한 물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토막과 문화주택은 무엇일까요?, 경성운동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홈런을 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동대문 주변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요?, 평화시장이 한국 노동운동의 불꽃을 지핀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동대문 빼고 다 판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100년이 넘은 광장시장의 시작, 경성운동장· 서울운동장· 동대문운동장 그리고 DDP, 평화시장의 노동자들까지……. 이곳의 독특한 경관은 먼 조선시대 뿐 아니라 가까운 과거에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들로 이루어졌음을 촘촘히도 보여줍니다. 기억을 담은 땅, 장소에 새겨진 역사를 되살려내고 있지요. 그래서 ‘이제껏 그랬듯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역사가 될 것’이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역사를 만드는 주체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글과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그림은 한 편의 영상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합니다. 다양한 옛 그림과 고지도, 의궤, 사진 등 유물과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요. 책을 읽고 나서는 책 뒤에 실린 이 일대의 박물관을 찾아가면 더욱 좋겠지요.

 

자! 동대문 밖에 무엇이 있는지 전우용 선생님의 <서울의 동쪽>과 함께 여행을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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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수박(만화가)

 

진짜 아이들의 만화책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일까 상상해 보았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귀신일 터이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업인 나의 아내를 떠올려보니 맞아떨어지는구나 싶다. 귀신처럼 ‘무서운’ 선생님. 나 역시 아내가 무섭다. 아내가 선생님이어서 무서운 건지 아내여서 무서운 건지는 좀 헷갈리지만.^^ 책을 펼쳐보니 그 선생님의 이름이 ‘강귀신’이다. 이럴 수가! 내 아내도 ‘강’ 선생님인데! 게다가 책표지에서는 강귀신 선생님이 태풍 같은 방귀를 끼고 있다. 이럴 수가! 내 아내 강 선생님도 집에서 방귀를 잘 뀌는데(이 서평은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하자!). 그렇게 친근한 마음으로 남동윤 작가가 안내하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왜 ‘진짜 아이들’인지를 알아볼 차례이다.

 

우선 재미있고 꼼꼼한 그림에 화려하지만 잘 정돈된 색감을 보며 이 작가는 그림그리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나 역시 만화가이지만 어느 시기부터는 나의 직업으로서 필요한 그림 외에는 잘 그리지 않게 되었다. 직업이 만화가이다 보니 다른 시간에는 다른 행위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남동윤 작가의 손맛을 따라 가다보면 그림을 사랑하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초등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으며 다시 꺼내 읽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상상들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나?’

 

이미 일곱 살짜리 내 딸이 이 책을 보자마자 하루 종일 앉아서 즐기고는 - 내가 보기에 그저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즐기고 있었다. - 벌써 며칠 동안이나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는 것이다. 서평을 써야겠으니 잠시 빌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해야만 했다. 나는 오늘 하루 만에 이 글을 쓰고 돌아가서 내 딸에게 책을 돌려주어야 한다! 책에는 작가가 준비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 가득하다. 이야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숨은그림찾기들에서는 내 딸이 이미 동그라미를 다 쳐 두었다. 대신 나는 작가의 상상력이 폭발하듯 펼쳐진 하나하나의 재미있는 인물들과 외계인들을 키득대며 감상한다. 다시 한 번 상념에 잠긴다. 아,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나?

 

누군가 잃어버린 만원을 주운 ‘주인 찾기 대작전’의 주인공 아이는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과 대화를 하며 주인을 찾아간다. 아이가 ‘말을 하는 돈’에 깜짝 놀라자 돈이 말한다. ‘살다 보면 만화 같은 일이 많다고!’ 작가는 나와 이 책을 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는 만화 같은 일이 많고, 또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본다면 만화를 보는 것처럼 행복할 거라고. 그렇게 웃다가 꼬마 저승사자 편에서는 찡한 마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게 되고 내 아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진짜 아이들이 좋아할, 진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진짜 아이들’의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제목의 의미를 진하게 음미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책을 두고두고 간직하고 오래도록 다시 펴 볼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한 번만 보자고 진지하게 부탁하거나 몰래 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가 화내기 전에 이제 이 책을 아이에게 돌려주어야겠다. 난 네가 즐거운 게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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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 이름은 패딩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승숙(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은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온 책에 호기심을 갖는다. 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 때문에 때로 아이들의 호기심은 꿈이나 소망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꼬마 곰 패딩턴 이야기는 꽤나 친근하게 다가갈 듯하다.

 

영국 아동문학의 고전 가운데 하나인 패딩턴 이야기는 1958년에 출판되었다.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라 요즘 아이들이 조금은 구식으로 여기거나 식상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덧 주인공의 매력에 젖어들게 되고, 뒤에 벌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수많은 나라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 작품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느끼게 된다.

 

페루 깊은 숲 속에서 밀항선을 타고 영국으로 이민 온 꼬마 곰 패딩턴은 기차역에서 브라운 부부를 만나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페루에서 영국으로, 동물 세계에서 브라운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온 곰 패딩턴으로서는 목욕, 쇼핑, 음식을 먹는 일 같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해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다가와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브라운 가족은 끊임없이 일을 벌이는 실수투성이 꼬마 곰 패딩턴에게 더없이 친절하다. 갖가지 사건들을 적응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로 여기며 패딩턴을 이해하려고 한다. 또한 패딩턴이 지내 온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패딩턴의 기분에 관심을 갖거나 표정을 읽으려 한다. 동화지만 부모가 읽는다면 아이들이 하는 행동의 이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할 듯하다.

 

꼬마 곰 패딩턴 캐릭터도 은근히 흥미롭다. 시리즈라 2권, 3권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건 속에서 주인공의 풍부한 면모를 더 발견할 수 있겠지만, 한 권만 보더라도 주인공 패딩턴의 매력은 넉넉히 드러난다. 꼬마 곰 패딩턴은 당당하면서도 예의가 바르고 정의감이 있다. 밝고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안다. 이런 패딩턴을 보면서 어린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즐거워 할 것이다.

 

패딩턴 이야기는 아날로그적인 시대의 분위기를 풍겨서 그런지 남다르게 다가오는 면들이 많다. 무엇보다 복원해야 할 어른과 아이의 관계, 가족을 생각하게 만든다. 페루의 숲에서 온 어린 곰 패딩턴은 아직 어른이 만들어 놓은 문명 세계에 서툰, 야성을 가진 어린이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곰이 브라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보여 주는 가족의 모습은 특별하다. 브라운 가족은 패딩턴이 지닌 원시성, 자유분방함, 순진함을 잃지 않으면서 지내도록 돕는다.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다.

 

패딩턴 이야기가 영화로도 나온다고 한다. 덕분에 패딩턴 이름이 더 잘 알려질 듯하다. 영화를 계기로 이 책을 찾는 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이 장편이라 독서력 있는 중학년 이상의 친구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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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두근두근 1학년 세트 - 전2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은희(충남 아산 배방초등학교 교사)


가슴 뛰는 첫 통과의례에 대한 격려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교란?

“선생님, 학교는 너무너무 낭만적이에요.”

“낭만적? 뭐가 낭만적인데…?”

“그게 뭐냐면요…, 매일매일 신 나게 놀지요. 또 매일매일 친구를 보지요.”

 발갛게 물든 볼로 녀석은 창가 쪽에 앉은 여자애를 지긋이 보았다. 몇 년 전, 1학년 아이들과 생활할 때 일이다. 그 여자애도 <두근두근 1학년>에 나오는 윤하처럼 머리를 양 갈래로 꽁꽁 묶고 있었다. 앞니 빠진 입으로 연신 헤벌쭉거리며 웃는 녀석. ‘그래, 낭만적이기도 하겠다. 사랑에 빠졌으니….’ 혼자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어떤 날은 가슴이 막 뛴다며 제 가슴에 내 손을 갖다 대기까지 하였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야무진 모습의 윤하에게 빠진 도훈이처럼. 그러나 녀석의 일방적인 사랑은 처참하게 막을 내렸다. 여자애는 천방지축인 녀석에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여자애의 발랑거리는 심장은 불면 날아갈 듯 모성애를 자극하는, 얼굴이 뽀얀 다른 사내에게 꽂혔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은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사랑의 작대기가 어긋난 걸 안 바로 그 이튿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났으니….


시종일관 명랑, 쾌활, 발랄하게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

<두근두근 1학년>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윤하의 애정분투기인 <선생님 사로잡기>와 초등학교에 입학한 도훈이가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 윤하 때문에 겪는 좌충우돌 통과의례기인 <새 친구 사귀기>이다.


<두근두근 1학년>의 주인공 도훈이와 윤하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입학식을 하고 약 보름 정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담임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긴장감을 윤하의 만화 주인공 같은 눈에서 쏟아지는 별무리로 그려 놓았다. ‘샤방샤방~’ 별무리가 빛을 내며 부서지는 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운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도훈이와 윤하가 학교에 입학해서 경험하게 되는 설렘과 흥분의 드라마는 글과 그림이 서로의 자리를 넌지시 비껴주면서 시종일관 명랑, 쾌활, 발랄하게 펼쳐진다. 만화 특유의 형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그림 덕분에 독자는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독자가 몰입하는 까닭은 만화와 그림책의 경계를 경쾌한 몸짓으로 폴짝폴짝 뛰어 넘으며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직조해 나가는 덕분이다. 마치 역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예상치 못한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선생 밥을 수십 년 먹은 이들도 1학년을 맡으면 긴장을 하게 된다.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 어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새롭게 벌어지는지, 1학년 담임에게 3~4월은 파김치의 달이다. 그렇지만 이튿날 아침이면, 아이들이나 선생 모두 어제 일은 까맣게 잊고 히히덕거리고 떽떽 소리 지르며 새로운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의 일상이 궁금한 이들은 <두근두근 1학년>을 펼쳐놓고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교실에 몰래 카메라라도 달아놓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많은 학부모에게는 더더욱 추천한다. 주인공 얼굴에 내 아이 얼굴만 살짝 바꿔 그리면 그림책 공간이 바로 내 아이의 교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생생한 현실감은 글 작가가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을 한 덕분일 게다. 거기에 발랄함의 정도가 아이들의 호기심과 막상막하를 이루는 그림 작가 특유의 화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글과 그림이 손뼉을 짝짝 마주치며 보내주는 격려

이 그림책의 미덕은 묵직하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음을 몸으로 즉각 드러내는 아이들의 세계처럼 맑고 가볍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과장된 행동, 극적인 장면 표현과 이야기 중간 중간에 만화처럼 칸과 칸을 이어 그린 그림 역시 인물의 역동성에 효과적인 구실을 한다. 덕분에 단순하고, 용감하고, 순박한 도훈이와 호기심은 많지만 소심한 윤하의 복잡한 내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자연인 송언을 쬐끔 알다 보니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도훈의 형상에 자주자주 꼬마 송언의 모습이 겹쳐져 실실 웃음이 나온다.


책을 읽다가 실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 까닭은 입말체로 쓴 글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고받는 말로 쓴 문장은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고 또래 아이들이 쓰는 말, 호랑이 선생님의 말투, 엄마가 하는 말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그대로이다. 덜렁대고 천방지축인 도훈이나 야무진 척, 깍쟁이처럼 보이는 윤하가 사실은 겁도 많고 다른 사람의 말에 꼴딱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아이 모습으로 표현된 것도 현실의 아이를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일 게다. 머릿속으로 창조한 아이가 아닌 현실의 아이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을 다층적으로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림책을 읽는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숱한 민원사항(교사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의 하소연을 표현하는 말이다)으로 선생을 곤혹스럽게 하는 현실의 목소리로 그림책의 공간은 와글와글 시끄럽다. ‘짝꿍 바꿔 달라, 누가 낙서했다, 짝꿍이 다른 애랑 떠든다’ 도훈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1학년 선생들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 말이다. ‘선생님, ~해도 돼요?’를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되묻는 윤하 역시 마찬가지 인물이다. 그렇지만 인물들의 내면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 더 많이 들린다. 글 작가는 때를 정확히 아는 도사처럼, 그림이 이야기를 걸어야 할 즈음이면 돌연 침묵한다. 그의 침묵은 아주 적절하다. 이처럼 글과 그림은 손뼉을 짝짝 치듯 서로 박자를 맞추며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도훈이와 윤하의 사랑을 생기발랄하게 펼쳐 나간다.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근두근 1학년 새 친구 사귀기> <두근두근 1학년 선생님 사로잡기>의 또 다른 미덕은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격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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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2015-01-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선물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