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두근두근 1학년 세트 - 전2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은희(충남 아산 배방초등학교 교사)


가슴 뛰는 첫 통과의례에 대한 격려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교란?

“선생님, 학교는 너무너무 낭만적이에요.”

“낭만적? 뭐가 낭만적인데…?”

“그게 뭐냐면요…, 매일매일 신 나게 놀지요. 또 매일매일 친구를 보지요.”

 발갛게 물든 볼로 녀석은 창가 쪽에 앉은 여자애를 지긋이 보았다. 몇 년 전, 1학년 아이들과 생활할 때 일이다. 그 여자애도 <두근두근 1학년>에 나오는 윤하처럼 머리를 양 갈래로 꽁꽁 묶고 있었다. 앞니 빠진 입으로 연신 헤벌쭉거리며 웃는 녀석. ‘그래, 낭만적이기도 하겠다. 사랑에 빠졌으니….’ 혼자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어떤 날은 가슴이 막 뛴다며 제 가슴에 내 손을 갖다 대기까지 하였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야무진 모습의 윤하에게 빠진 도훈이처럼. 그러나 녀석의 일방적인 사랑은 처참하게 막을 내렸다. 여자애는 천방지축인 녀석에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여자애의 발랑거리는 심장은 불면 날아갈 듯 모성애를 자극하는, 얼굴이 뽀얀 다른 사내에게 꽂혔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은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사랑의 작대기가 어긋난 걸 안 바로 그 이튿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났으니….


시종일관 명랑, 쾌활, 발랄하게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

<두근두근 1학년>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윤하의 애정분투기인 <선생님 사로잡기>와 초등학교에 입학한 도훈이가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 윤하 때문에 겪는 좌충우돌 통과의례기인 <새 친구 사귀기>이다.


<두근두근 1학년>의 주인공 도훈이와 윤하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입학식을 하고 약 보름 정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담임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긴장감을 윤하의 만화 주인공 같은 눈에서 쏟아지는 별무리로 그려 놓았다. ‘샤방샤방~’ 별무리가 빛을 내며 부서지는 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운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도훈이와 윤하가 학교에 입학해서 경험하게 되는 설렘과 흥분의 드라마는 글과 그림이 서로의 자리를 넌지시 비껴주면서 시종일관 명랑, 쾌활, 발랄하게 펼쳐진다. 만화 특유의 형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그림 덕분에 독자는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독자가 몰입하는 까닭은 만화와 그림책의 경계를 경쾌한 몸짓으로 폴짝폴짝 뛰어 넘으며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직조해 나가는 덕분이다. 마치 역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예상치 못한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선생 밥을 수십 년 먹은 이들도 1학년을 맡으면 긴장을 하게 된다. 놀랍고도 신기한 일이 어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새롭게 벌어지는지, 1학년 담임에게 3~4월은 파김치의 달이다. 그렇지만 이튿날 아침이면, 아이들이나 선생 모두 어제 일은 까맣게 잊고 히히덕거리고 떽떽 소리 지르며 새로운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의 일상이 궁금한 이들은 <두근두근 1학년>을 펼쳐놓고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교실에 몰래 카메라라도 달아놓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많은 학부모에게는 더더욱 추천한다. 주인공 얼굴에 내 아이 얼굴만 살짝 바꿔 그리면 그림책 공간이 바로 내 아이의 교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생생한 현실감은 글 작가가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을 한 덕분일 게다. 거기에 발랄함의 정도가 아이들의 호기심과 막상막하를 이루는 그림 작가 특유의 화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글과 그림이 손뼉을 짝짝 마주치며 보내주는 격려

이 그림책의 미덕은 묵직하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음을 몸으로 즉각 드러내는 아이들의 세계처럼 맑고 가볍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과장된 행동, 극적인 장면 표현과 이야기 중간 중간에 만화처럼 칸과 칸을 이어 그린 그림 역시 인물의 역동성에 효과적인 구실을 한다. 덕분에 단순하고, 용감하고, 순박한 도훈이와 호기심은 많지만 소심한 윤하의 복잡한 내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자연인 송언을 쬐끔 알다 보니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도훈의 형상에 자주자주 꼬마 송언의 모습이 겹쳐져 실실 웃음이 나온다.


책을 읽다가 실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 까닭은 입말체로 쓴 글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고받는 말로 쓴 문장은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고 또래 아이들이 쓰는 말, 호랑이 선생님의 말투, 엄마가 하는 말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그대로이다. 덜렁대고 천방지축인 도훈이나 야무진 척, 깍쟁이처럼 보이는 윤하가 사실은 겁도 많고 다른 사람의 말에 꼴딱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아이 모습으로 표현된 것도 현실의 아이를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일 게다. 머릿속으로 창조한 아이가 아닌 현실의 아이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을 다층적으로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림책을 읽는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숱한 민원사항(교사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의 하소연을 표현하는 말이다)으로 선생을 곤혹스럽게 하는 현실의 목소리로 그림책의 공간은 와글와글 시끄럽다. ‘짝꿍 바꿔 달라, 누가 낙서했다, 짝꿍이 다른 애랑 떠든다’ 도훈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1학년 선생들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 말이다. ‘선생님, ~해도 돼요?’를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되묻는 윤하 역시 마찬가지 인물이다. 그렇지만 인물들의 내면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 더 많이 들린다. 글 작가는 때를 정확히 아는 도사처럼, 그림이 이야기를 걸어야 할 즈음이면 돌연 침묵한다. 그의 침묵은 아주 적절하다. 이처럼 글과 그림은 손뼉을 짝짝 치듯 서로 박자를 맞추며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도훈이와 윤하의 사랑을 생기발랄하게 펼쳐 나간다.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근두근 1학년 새 친구 사귀기> <두근두근 1학년 선생님 사로잡기>의 또 다른 미덕은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격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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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2015-01-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선물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