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춤토르 분위기 페터 춤토르
페터 춤토르 지음, 장택수 옮김, 박창현 감수 / 나무생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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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고 하는 스위스 건축가의 특별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예전에 <건축을 생각하다>를 꽤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건축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담겨 있었다.

건물은, 그 용도에 대해서 건축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을 구성하는 (의도와 관계가 있거나 없는) 모든 요소들이 한데 모여 그 건축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이루어 낸다는 거다.

어찌 보면 매우 사변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건축이 재료의 조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페터 춤토르의 말들은 건물과 공간, 장소를 바라보는 우리의 진부한 시각에 또 다른 관점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글을 읽으면서 내 첫 키스의 장소는 어디였던가를 떠올렸었다.

 

건물이 25년 후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작업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누군가가 첫사랑과 처음으로 키스했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나에게는 건물이 건축책에 나오는 것보다 35년 뒤에도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것은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내 작업의 범주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차원이다. 인간의 환경으로서의 건축.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사랑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63-65)

 

저자처럼 사람이 살아가고,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진 건축가라면 토건업자들이 지어대는 투기용 묻지마 아파트 따위는 짓지 않을 텐데... 짓는 사람 따로 돈내고 사는 사람 따로, 그리고 세들어 사는 사람 따로인 우리 시대 건물들은 페터 춤토르가 말하는 건축의 '용도'가 무시되고 배제된 '부동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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