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의 슬픈 노래


꽃게는 사람들에게 잡혀
시장으로 가
찰깍찰깍 철꺽철꺽
슬픈 노래를 부르네

 

우리 엄마에게 끌려와
냉동실에서
찰깍철꺽
슬픈 노래를 부르네

 

냄비에 들어가니
온몸이 주황으로 변하고
입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꽃게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네 철꺽 철꺽 철꺽


(2015년 8월 24일 초등 2학년 딸내미 동시)


이 시를 아내가 읽어주었다. 딸내미 감성이 남다르다는 걸 전부터 느꼈지만 이건 거의 시인이 아닌가.

냄비에 꽃게가 들어간 모습을 보면서 딸내미는 꽃게가 되었던 거 같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 생각나기도 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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