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도서관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소낙비가 내렸다.
급하게 도서관으로 뛰어가서 책을 빌려 나오는 길이었다. 나는 저만치 앞서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한 쌍의 키 큰 젊은 남녀를 보았다. 남자는 정장을 입었고 여자는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파란색 계열인 것으로 기억한다. 남자는 180 중반 정도 되는 큰 키였고 여자도 170 정도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여자의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다리가 길고 날씬했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몸매였다. 질끈 묶은 머리 모양은 또 얼마나 작고 예뻤는지 모른다. 가끔 이성을 보고 헉, 하고 숨이 멎을 때가 있는데 이 여자의 뒤태를 보고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도 한 때는 저렇게 애틋하게 여자의 손을 잡고 시내를 활보하던 때가 있었다. 그녀의 허리에 내 팔이 뱀처럼 휘감겨 있었었다.
그러나 이젠 허리를 감고 다닐 만한 나이는 아닌 듯하여 조금은 쓸슬해진다.
나는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뒤따르다가 이내 그들을 지나쳐서 내 갈길을 갔다. 그들을 지나칠 때 뒤를 돌아보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