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의 수수께끼 - 제3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9
안소정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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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세한도> 얘길 조금 끄적였는데, 마침 도서관에 들어왔길래 재빨리 읽었다.
몇 년 전에 완당 세한도에 숨겨진 수학적 비례에 대해 나온 논문(이수미, <세한도>에 내재된 조형 의식과 장황 구성의 변화, 2007)을 읽고 정말 유물을 옆에 두고 보고 또 보면서 분석하고 연구하면 이런 글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유물을 보고, 분석하는 것에 시간과 정성을 쏟고도 잘된 논문을 쓰지 못한다면, 결론이 나올 수가 없는 논증에 집착했거나 아니면 재능이 없는 거라고 봐야겠지.

 

책 제목을 봤을 때 그 논문에서 나온 얘기들을 참고해서 쓴 책이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세한도>의 경물들이 1:√2의 금강비에 입각하여 배치되었다는 결론은 무척 재미있었다. 그 이후 다른 연구글을 본 적은 없으니 이것이 수학을 전공한 저자가 직접 내린 결론인지 아니면 다른 논문이나 책에서 참고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추리소설처럼 주인공들(미술 좋아하는 학생과 수학 샘)이 박물관에서 은밀하게 없어진 유물들과 <세한도>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어제중화척과 도량형, 구고현의 정리와 피타고라스의 정리, 근의 공식, 마방진 등 문화유산과 수학에 관한 지식들이 퍼즐처럼 펼쳐진다.


내가 수학 컴플렉스가 있어서 그런지 『주비산경』에 나온다는 저 그림은 신기하기만 하다. 구고현의 정리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5백 년 먼저 나왔다고 하는데,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걸 학교에서는 배운 적(기억?)이 없는 것일까.

 

줄거리는 처음부터 아주 강렬한 시작은 아니지만 중반 이후로는 매우 긴박하게 진행된다. 수학 지식들이 정말 정교하게 미스테리에 짜맞추어져 있는 게 조금 부자연스러운 감이 있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아주 잘 쓴 수학 소설이다. 이차방정식과 근의 공식 정도는 알고 수학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책에서 마방진 만드는 법을 배웠으니 애들한테 잘난 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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