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방법론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외 지음 / 서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기억으론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학계에 미술사 연구방법론 논의가 꽤 유행이었던 것 같다. 모대학에서는 미술사 방법론 연구회가 기치를 내걸고 진행되었고, 이즈음 이러한 연구 경향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나 나름 새로운 시각의 연구가 배출되기도 했다. 새롭게 시도되는 사회·경제적 연구(미술품 후원자), 문화적 연구(문학관련, 의례·의식 관련), 전기적 연구(작가 연구) 등은 기존의 양식사와 도상학(도상해석학)적 방법에다 더욱 폭넓은 시각을 더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론’은 결국 기존의 연구방법을 분석하고 정리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적용되는 예가 없이 방법론 자체로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천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이론이라는 말이다. 결국 실천하면서 이론을 적용하면 될 것을 굳이 그 이론을 규정하고 논의하는 것은 쓸모없는 시간낭비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예전에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방법론이란 건) 논문 쓰면서 그냥 하면 된다”는 얘기다.
나도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희의적으로 볼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싶다. 방법을 생각하면서 방법에 대한 성찰과 비판도 가능할 터.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새롭고 색다른 연구 방법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같은 작품을 참 여러 가지 시선과 해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형식과 도상, 사회맥락 연구, 전기적 방법까지는 그나마 익숙하고 실천도 많이 되고 있는 방법론들이지만 기호학과 정신분석은 내용도 매우 어려웠고, 내 전공 분야에서는 거의 적용하기 힘든 방법론인 듯하다. 다만 정신분석과 미술을 논한 부분에서 위니코트의 ‘전이 대상(transitinal object)’을 종교미술(장례미술)에 적용하여 해석한 부분은 꽤 참조가 되었다.

 

방법론은 결국 미술사 연구자들이 유물을 보고 해석하면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필요한 경우 새로이 계발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 책을 페미니즘 부분까지만 읽고 방치했던 이후 일종의 미련 같은 것이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다 읽었다. 이제 미련은 없으나 어려웠던 뒷부분은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2009년에 재판이 되었나 본데, 내가 읽은 것은 가지고 있던 초판이다.

5장 페미니즘 부분에서 소개된 그림 <Charlotte du Val d'Ognes>은 최근에 Marie-Denise Villers의 작품으로 밝혀졌다고 하니 이런 내용들이 수정되었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해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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