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크는 인문학 2 : 아름다움 - 못생긴 백설공주도 왕자의 키스를 받았을까? 생각이 크는 인문학 2
한기호 지음, 이진아 그림 / 을파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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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사람이라면 아름다움이 지니는 힘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깊이 성찰할 수 있어야한다. 아름다움이란 객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주관적인 것인가. 시대와 장소와 무관한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있는가. 피타고라스가 말하듯 아름다움이란 ‘조화’와 ‘질서’ 같은 사물의 존재 방식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데이비드 흄이 말하듯 “아름다움은 사물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오로지 사물을 응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며, 모든 사람은 아름다움을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일까.

 

피타고라스-플라톤-아퀴나스 등이 아름다움을 유발하는 보편적(객관적)인 요소들에 대해 언급했다면, 인간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 학자들도 있다.

 

 

과학자 울리히 렌츠는 《아름다움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아름다움의 원리를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하나는 자연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으로 그 뿌리가 자연에 있는 것입니다. 비례가 맞는 몸매의 아름다움이나 황금 비율을 지킨 그림이나 조각 등의 조화와 균형을 갖춘 아름다움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문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으로 그 뿌리는 인간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문화는 인류가 만든 것이지만 인류 정신을 지배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연적인 조화와 비례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 심지어 기괴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71)

 

 

캐나다의 심리학자 주디 앤더슨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를 연구했는데, 날씬한 몸매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은 식량 걱정이 없는 지역이었으며 풍만한 몸매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곳은 식량이 부족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식량이 부족해 먹지 못한 사람들이 보기에 풍만한 몸매는 아름답고 동경하고 싶은 몸매였던 것이죠. 즉,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처지와 문화,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끌림의 과학》을 쓴 애드리언 펀햄과 바이런 스와미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8~19세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의 귀족과 왕족 여성들은 노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여성들의 피부는 유난히 백옥처럼 희었고 흰 피부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실내에서 일을 하며 보내야 했고, 햇빛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더 이상 하얀 피부는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난과 병약함의 상징이 되었죠.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 아름다움은 단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인간들에게만 존재하는 문화라는 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보는 또 다른 눈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문화를 가진 독특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인 입장이 바로 아름다움을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74-77)

 

 

아름다운 사람은 남다른 힘을 가지지만, 질투와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4장의 얘기는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부하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매력적이지 않은 부하 직원의 경우에는 단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부하 직원이 업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노력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93)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사람이 유리할 때도 있지만, 불리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에게는 선망이라는 감정도, 질투라는 감정도 있기 때문에.

 

 

1970년대에 미국에서 행해진 한 실험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여러 남녀 대학생이 방을 구하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결국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빼어난 미인들이었다고 합니다. (94)

 

 

5장 <예술 작품은 모두 아름다워야 하나요?> 에서는 피카소, 뒤샹, 존 케이지 등이 만들어낸 ‘아름답지 않은 예술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이제는 예술이 더 이상 옛날처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질되었다는 결론을 던져놓고 황급히 마무리되었다. 하기야 본격적으로 예술론을 논하는 책은 아니니까 일단 “과연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정도의 질문으로 끝내는 게 현명할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뭔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6장에서 동물들도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과, 아름다움은 좋은 유전자의 증거라는 논의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소개한다. 갓난쟁이도 예쁜 얼굴 모니터만 바라본다지 않아? 인간이 느끼는 아름다움이 남성적인 면보다는 여성적인 면에 더 치우쳐 있고, 이것은 인간의 생존과 진화와 직접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여성은 자녀를 오랜 기간 돌보아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남성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아름다운 외모는 남성의 도움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겉모습의 아름다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끝에서는 역시 모범적이고 무난한 결론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다양한 단어는 아름다움의 다양한 성질들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만일 아름다움이라는 성질이 한 가지라면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표현이 그렇게 다양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는 사물이 가진 여러 가지 종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어떤 것은 색깔이 진해서 아름답고 어떤 것은 색깔이 연해서 아름답죠. 어떤 것은 커서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작기 때문에 아름다워요. 선이 굵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고, 선이 가늘어서 아름다운 것도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성질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다양한 성질들이 결합해 만들어 낸 것이죠. 마치 훌륭한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맛’은 하나의 맛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쓰고, 맵고, 달고, 고소하고, 짠맛이 절묘하게 결합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처럼, 사물의 다양한 성질 중에서 어떤 사람은 색깔에 주목해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모양에 주목해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146)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미학 입문서로 보면 되겠다.

하지만 본격적인 미학 탐구서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함이 있다.

‘못생긴 백설공주도 왕자의 키스를 받았을까?’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청소년들이 관심이 많을)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한 논의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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