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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ㅣ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독특하고 감각적인 문체.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사회와 문명 비판이 가득하다.
가끔은 적응하기 힘든, 좀 지나친 시선도 없지 않았지만 그 꼬인 관점도 나름 존중해 줄만하다.
살아 움직이며 펄떡대는 문장들은 아마도 원서로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번역문보다 원문에서 더 명확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좀더 읽기가 수월해진 다음에 시도해 봐야겠다.
왜 레리 브래드버리 하는지 조금 알 거 같다.
아래는 화성에 매료된 탐험대원 스펜더가 탐험대장에게 한 말: SF 소설에서 누가 이런 문장을 기대했을까?
"순진한 것이 이롭게 작용할 때만 그랬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굴복시키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종교와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것도, 결국 과학이란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연구하는 일이고, 예술이란 그 기적을 해석하는 일이니까요. 화성인들은 과학이 미와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요. 지구인이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 그림에는 실제로 색깔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색깔이라는 것은 어떤 물질의 분자들이 빛을 반사하도록 배치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색깔은 내가 우연히 보게 된 물건들의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훨씬 더 영리한 화성인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것은 멋진 그림이다. 이 그림의 아이디어와 색깔은 삶에서 왔다. 이것은 좋은 그림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157-158)
만연체 사색이라면 탐험대장도 만만치는 않다.
'영리한 것 같지도 않고 영리하고 싶지도 않을 때 영리한 것, 난 그게 정말 싫어. 슬금슬금 돌아다니다가 어떤 계획을 하나 세우고는 그게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는 것.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 정말 싫어. 도대체 우리가 뭐야? 다수파? 그게 정답인가? 다수는 언제나 신성한 거야? 언제나, 언제나 신성하고 아주 작은 순간, 아주 사소한 경우에도 결코 틀리지 않는 거야? 그런 것이야? 천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아? 도대체 이 다수의 정체는 뭐고, 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해서 그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그 생각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 거야? 이 썩어빠진 다수에 내가 가담하다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나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아. 폐쇄 공포증인가? 군중을 무서워하는 공포증인가? 아니면 상식을 무서워하는 공포증? 온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 인간이 옳을 수도 있을까? 그래, 이제 이런 생각은 집어치우자. 배를 깔고 기어 다니다가 제멋대로 흥분해서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거야. 그래, 그거야. 바로 그거야!" (162-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