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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처럼 써라 -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외 18인의 작법 분석
윌리엄 케인 지음, 김민수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읽는 거 참 오래 걸렸다. 여러 번 연장해서 겨우 마쳤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여러 작가와 작품들을 분석한 책이라 한숨에 다 읽게 되지는 않는다.
픽션을 어떻게 써야하는가,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은 왜 읽히며 왜 찬사를 받는가 알려준다.
나아가 픽션작가가 되려면 이들의 작품을 모방하여 쓰라고 말한다.
거장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문체와 이야기 전개방식, 복선, 상징,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등을 그대로 차용해서 내 작품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물론 소설을 쓰기 위한 참고서로도 훌륭하지만 그 소설들이 '왜' 재미있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을 읽어도 좀더 분석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 비평가나 비판적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겠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구입해서 두고두고 밑줄 치며 읽어야 할 것이며, 그저 독자로서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읽어보면 괜찮을 거 같다.
소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거 관심 없고 그저 감정이입되는 상태를 즐기는 사람한테까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몇 군데 책에서 옮겨 본다.
멜빌을 공부한 작가도 멜빌과 똑같은 문학적 장치를 시도해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기억하라, 권투선수들은 결코 "오, 나는 잽은 사용하지 않을 거야. 그건 무하마드 알리의 기술이거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67)
언젠가 몸은 젊은 작가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인생의 모든 우여곡절을 겪어 봐야 한다. 우여곡절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찾아라. 때로 정강이가 까질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언젠가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서른 편의 희곡을 포함하여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수많은 인생 경험과 매일매일의 규칙적인 글쓰기가 있었다.
몸은 명상에도 관심이 많았다. 여러 가지 명상법 중에서 몸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명상을 수행하는 방법을 글을 쓸 때 적용했다. 작가는 책상 앞에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쓴다. 생각에 잠길 때나 책을 읽을 때, 그리고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을 때 작가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글쓰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작가는 항상 자신이 받은 인상을 가슴 속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글쓰기와 연관시키는 습관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146-147)
요컨대 작가에겐 여과 시간이 필요하다. 여과 시간이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머릿속에서 충분한 리허설을 거치고 나면 실제 작품을 쓸 때 힘들이지 않고 더 빨리 쓸 수 있다. (375)
흥미진진한 소설을 쓰고 싶다면 (톰) 울프의 예를 따르라. 당신의 등장인물을 아기처럼 살살 다루지 마라. 특히 주인공을 부드럽게 다뤄서는 안 된다. 작가가 주인공(대개 작가 자신의 무의식적인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민을 품게 되면 울프가 찰리에게 그랬던 것과 달리 당신의 주인공을 고통에 빠트리는 데 망설이게 된다. 주인공이 수치심과 모욕, 불안과 동요, 추락을 경험케 하라. 그렇게 하면 독자의 관심은 주인공에게 쏠릴 수밖에 없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독자 자신이 처한 상황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효과를 거두려면, 즉 주인공을 갈수록 정신적으로 비참하게 만들고 사나운 운수가 목을 조여 오게 만들려면 주인공의 무의식 속으로 침투하여 내면 깊은 곳에서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일단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런 다음 주인공 옆에 바짝 붙어 다니며 그의 머릿속을 낱낱이 파헤칠 줄 알아야만 비로소 소설가나 작가로서 최고의 작품을 써낼 수 있다. 캐릭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본질이다. 이는 문학이 음악이나 영화, 연극보다 훌륭한 매체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은 글쓰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다. 울프는 이 명제를 가장 훌륭하게 증명하는 작가다. (395-396)
인용해 두고 싶은 글들이 매우 많지만 세세한 기교에 대한 설명들이라 너무 길고 번거롭다.
다만 책에 소개된 작가들 가운데 작품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 이들만 나열해 보자.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레이 브래드버리, 플래너리 오코너, 스티븐 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