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공을 던지더라도
R. A. 디키, 웨인 코피 지음, 이재석 옮김, 박서연 그림 / 팝프레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류뚱 때문에 메이저리그를 다시 보게 되고, 신수까지 챙겨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저스의 커쇼와 그레인키, 젠슨 같은 선수들도 응원한다.

 

한 번은 너클볼 던지는 선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든 게 있다고 해서 봤는데, 재미있었다.

거기서 나온 두 투수가 팀 웨이크필드와 R.A. 디키.

웨이크필드는 은퇴를 했고, 디키도 올해 나이가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이렇게 늙은? 선수가 어떻게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를 하고 있을까 놀랐다가 MLB.com에서 선수정보를 찾아보고는 더 놀랐다.

 

http://mlb.mlb.com/team/player.jsp?player_id=285079#gameType='R'§ionType=career&statType=2&season=2013&level='ALL'

 

2012년 사이영상???

아니, 38살 너클볼러가 사이영이라니!!!

거기다 그 해에 삼진 1위, 완투,완봉 1위에 이닝 1위???

 

 

 

 

내처 디키의 자서전 번역본을 읽어보았다.

아아,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몰려 오는 폭풍 공감...

마이너리그에서 전전하는 못난 가장으로서 그의 좌절과 고뇌가 절절히 느껴졌다.

(악어가 사는) 골프장 연못에서 골프공 수거해서 팔았다는 얘기에 웃기면서도 안쓰럽고...

 

미주리 강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빠져 죽을 뻔한 이후로 디키는 자신이 변했음을 알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변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졌다. 또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는 일도 줄었다. 나는 다음달, 다음해 어느 팀에 가게 될지 걱정하기보다 바로 다음 투구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엄연한 진실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내가 매일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이다. (334-335)

 

 

 

자서전 중에는 마이너리그에서 푼돈 벌며 고생할 때 한국에서 입단 제의가 있었단 얘기도 나온다.

30만불이라는 안정된 수입이냐 메이저리거의 꿈이냐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던 삼십대 중반의 비애가 정말 나에게도 절실히 다가왔다.

 

사이영상 수상하자마자 뉴욕메츠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트레이드된 그는 올해는 목덜미 부상으로 작년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운동 선수로서는 매우 늦은 나이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그가 존경스럽다.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며, 나 또한 내 앞에 주어진 '다음 투구'에 에너지를 쏟아붓자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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