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5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띄엄띄엄 읽어서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중세와 근현대로 올수록 흥미진진한 주제가 많았다. 세계사의 줄거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청소년 대상이라지만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집트 피라미드, 스파르타, 로마, 바이킹, 마녀사냥, 근대의 가정, 군사, 사랑, 음식, 술, 예술 등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을 역사의 맥락 속에서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꼭지가 끝날 때마다 소개된 글상자 내용은 충격적인 것도 많았다.

 

책에서 기억해 둘 만한 것들을 적어 본다.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채찍을 휘두르며 일을 시켰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농한기에만 나와서 일을 했으며 그것도 강제 노역이 아니라 식량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영세민 취로 사업'이라고 보아도 좋다. (40)

 

따라서 피라미드를 최악의 전제정치의 산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거다.

 

 

그밖에도 아래 내용들을 흥미있게 읽었다.

 

 

크레타섬의 신화인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 왕비가 암소 가죽을 덮어쓴 다음 수소와 교미해서 낳은 괴물이란다. 사람고기를 먹는다. 미노스왕은 너그럽기도 하지. 이런 괴물을 살려주는 것도 모자라 미궁 속에 가둬 놓고 먹이까지 공급해 준다.

스파르타는 헤일로타이 계층을 지배하였다. 일 년에 한 번 헤일로타이 마을을 습격하여 인간사냥을 했다네. 헉! 지배층(스파르타)보다 피지배층(헤일로타이)이 10배나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찍소리 못했단다.

바이킹은 이미 10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네? 원주민과 교역하다 쫓겨났다고 한다.

 

기독교의 시대라는 중세에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이런 사정이 있었다.

 

 

일반 민중들은 마술적 사고에 흠뻑 젖어 있었다. 말하자면 이들에게는 자연 세계와 초자연 세계의 경계가 흐릿해서 신과 악마가 끊임없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미신' 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된 '문화'였다. 그리고 사실 기독교 이전의 많은 민중 신앙이 가톨릭 교회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예컨대, 농사가 잘되라고 신부가 밭 둘레를 돌면서 밭에다가 성수를 뿌리는 행위는 기독교 교리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병에 걸렸을 때 특정 성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기독교 이전의 신앙과 관련이 있었다. 병이란 악마적인 힘이 일으킨 것이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힘을 다스릴 수 있는 무당이나 신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사고인데, 아마도 기독교 이전에 한참 '날리던' 지방의 신이 가톨릭 성인으로 변신해서 편입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또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어서 귀신들이 횡행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무지몽매한 일반 민중들만 이런 식의 사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1세는 마법의 메달을 달고 살았고 귀족들은 점성술에 빠져 있었다. (177)

 

 

그런가 하면 요즘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마녀사냥' 이야기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인간의 지성은 갈수록 발달하고 사회는 더욱 문명화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지금쯤 우리는 지상낙원에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을 것이며, 비참한 탄압과 야만적인 전쟁 같은 것은 아예 사라졌을 것이다. 마녀사냥과 같은 현상을 보노라면 우리 마음 속에 집단 광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마녀사냥은 그 모습 그대로는 근대 초 유럽의 특이한 현상이지만 유사한 현상은 언제나 있었다.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순한 세력! 그것은 히틀러에게는 유대인이고, 파시스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며, 남한 정권에게는 북한이 사주하는 불순 세력이고 북한 정권에게는 '남한과 미제의 스파이들'이다. 때로 권력은 일부러 그런 위험 세력을 조작해 내서 사람들을 선동하려 한다. 그런 조작이 너무나도 쉽게 먹혀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내면에 '마녀사냥'식의 충동이 잠재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194-195)

 

 

근대의 가정집 구조에서 확실하게 부부만의 침실 공간을 나누게 된 이후에 사랑도 변했다는 얘기도 재미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꿔버린 기차 얘기도 나왔다.

노예는 노동착취만 당한 것이 아니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와 같이 백인들을 가르치기도 했다는 거다.

독일 나치에 대항한 청소년 집단, '에델바이스해적단'과 '스윙클럽'은 이름부터 남다르지 않은가. 단순한 동네 깡패들만은 아니었을 거다. 아이들은 어쨌든 본능적으로 파쇼에 저항했던 거다.

마지막 디즈니 만화에 대한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논리였다. 암 생각 없이 좋다꼬 디즈니 애니매이션 보던 내가 다 한심해진다.

 

 

한 호흡으로 순식간에 읽을 책은 아니다.

서른 다섯 꼭지마다 많은 생각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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