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도를 넘은 과잉 수사 인정하지만, 이 모든 게 진영 논리로 귀결되며 정세 구조의 문제일 뿐 아직까지는 도덕성에 문제 없다고 쉴드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털고 또 털어봐야 겨우 양산집 처마밖에 안 나오는 문통급 청렴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란 심증 쯤은 주었어야 할 거 아닌가. 패션좌파들은 말뿐이었다는 배신감을 간신히 억누르며 마지못해 동조하고 있는데 우쭐대며 저급하게 입 털어서 환멸감마저 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할 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충고에 따르자면 여기 이렇게 경박하게 글 올리는 것도 삼가고 모른 척해야겠지만, 세상의 그 무엇에도 걱정하지 않는 무관심은 무지(無知)와 함께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또 다른 가르침에 용기를 얻어 기어이 한 마디 내뱉는다. 

아무리 털어도 나올 것 하나 없고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니면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을의 생각이므로 아랑곳하지 않는 건가.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면 나대지 말고 제발 그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같은 입 좀 다물어라. 그렇게 입 털고 똥 싸고 앉아 있으니 때는 이때다 싶어 분탕 세력들이 똥파리떼처럼 꼬이는 거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이 원래 이런 시궁창이었음을 나만 몰랐던 건가? 어쩌다 이런 감각 팔푼이가 됐는지 모르겠다. 감각의 역사를 다룬 책이 이번에 새로 나왔다던데, 그거나 파면서 내 지각과 감관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다. 아무튼 미학자의 입장에서 도덕적으로 선하지 못한, 다시 말해 아름답지 못한 자들을 지지하기란 몹시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진중하고 의연한 대처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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