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지난 해 말 '기욤 뮈소'의 신간을 접했다. 연신 눈도장 찍기를 반복하던 끝에 드뎌 내 손에 들어왔다. 내침 걸음으로 달리듯, 손에 쥐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빠져들었다. 대략적인 줄거리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보통은 책에 담긴 대략적인 내용을 의례적으로 확인하지만, <당신 없는 나는?>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뭐~ '기욤 뮈소'니깐......

 

어디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기욤과 나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아키볼드를 쫓으며 끊임없이 되뇠던 마르탱처럼, 나역시, '내가 기욤 뮈소라면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까? 어떤 반전의 장치를 숨겨둘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와의 두뇌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오만함과 한차례 씨름을 하기도 하였다.

 

파리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주인공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사랑과 고독, 그리고 마르탱과 아키볼드의 쫓고 쫓기는 싸움,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아키볼드의 정체와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가브리엘, 그들을 둘러싼 운명의 끈이 하나하나 풀어내는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또한 기존과는 다른 흥미로움이 하나 더해졌다. 그것은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서 벌어지는 한 사건과 그 다양한 명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역시! 기욤 뮈소였다. 기존의 이야기의 틀이 유지되면서도, 끊임없이 호기심을 부채질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영상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함이 압도하면서도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 그리고 전혀 예상 밖의 반전들, 형식의 틀이 한 순간에 와장창 무너져내렸다. 기존의 형식은 하나의 장치일 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만의 스타일이라 여겨주면 조금만 마음을 열어도 그 뻔할 것 같은 사랑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빛으로 다가온다. '천국의 열쇠'가 지녔다는 오묘한 빛의 향연이 <당신 없는 나는?>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내 안의 두려움, 불안, 우울이 '가브리엘'속에 투용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진정한 사랑을 향해 용기의 첫 발을 내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어쩌면, 미숙한 스스로에게 용기의 기운을 북돋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발랑틴의 편지가 인상적이었다. 신뢰와 사랑을 위협하는 과거와 우리를 유혹하는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자면, 그 어떤 유혹의 가능성 속에서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았다.

또한, 발랑틴이 아키볼드에게 속삭였던 사랑의 고백, "당신은 언제나 나를 치유해주는 존재야" 라는 그 고백은 어쩌면 '기욤 뮈소'에게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가슴을 사랑으로 꽉꽉 채워주면, 용기과 희망을 잃지 말라 당부해주는 그의 이야기는 어느 새 얼어붙었던 감정들, 냉혹했던 시선들을 거둬주었다. 온몸으로 뜨거운 삶의 열기를 느끼게 해주는 마력이 책 속에 살아 움트고 있었다.

 그의 또다른 신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조선사 진검승부

조선사 진검승부 -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 500년의 진실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오랜만에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만났다. 이미 신문 연재로 검증받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부채질하였다.

 

다소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라고 할까? 역사와 사자성어의 만남! 사자성어 속에 이미 역사가 숨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자성어의 의미와 함께 역사의 일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흥미를 유발하였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속 다양한 인물들의 군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역사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5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간략하면서도 그동안 숨어있던 역사가 되살아나는 듯하였다. 또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였다.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역사의 얼개가 들어맞아가면서 역사가 더욱 명확해진다.

 

조선 역사 속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끊임없는 화두를 제시한다. 두 사건을 사이의 역사의 흐름, 관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역사에 눈을 돌리게 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병자호란을 축으로 역사 이야기에 유독 매력을 느낀다. 그 시작은 단연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역사 속 이야기들은 확대되고, 광해군으로 거슬러 오르기도 하고, 소현세자 이야기(요즘 열핏 보았던 추조에서도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을 다루고 있는 것 같던데)에 몰두하게 되기도 하면서 역사의 아이러니 속 아쉬움을 토로하게 된다.

이 번에도 마찬가지 였다. 특히 광해군 때의 인물들이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김응서'란 인물이 각인되었다. 조선으로 망명한 청나라 왕자 '귀영개' 이야기에서 '김응서'를 만났다가, 그를 주제로 한 이야기 '전쟁이 끝나면 장수는 필요 없다' 속 평양성 탈환의 영웅 '김응서'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김응서란 인물을 인식하고 역사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운의 장수라고 해야할까? 현 우리 역사 교육에서 조명받은 봐 없는 인물 '김응서'가 새롭게 다가왔다.

 

실록 속 역사를 만나는 유익한 시간이면서 기존의 지나쳤던 많은 역사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특히 경복궁을 설계한 천재 건축가 환관 '김사행' 그를 다시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드라마 "대왕세종"이었다. 경북궁을 들러싼 살인사건, 그리고 고려왕씨의 반란이 전개될 당시 열핏 '김사행'을 만났다. 경복궁을 몰래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의 환관이면서 태조 이성계의 신임을 받았던 '김사행'이 만든 비밀 통로였던 것으로 그려졌던 영상, 왕자의 난으로 죽음을 맞는 장면 등이 일순간 떠오르면서 역사 속 시간 여행을 떠나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김응서, 김사행 같은 인물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평에 당혹스럽기도 하였지만, 미쳐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역사인물들, 그들의 처세가 나름의 현재를 사는 지혜를 일러준다. 아니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500년의 진실이란 부제에 걸맞게 일인자(?)에 가려진 이인자(?)를 발굴하고, 또한 감쳐진 역사의 또다른 이야기를 들춰내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조선사 진검승부>였다. 그 어느때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기억의 편린을 재구성하다 <사소한 발견>

<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사소한 발견! 단연 눈에 띄는 책이다. 몇 번을 눈도장 찍다 쥐어진 책 <사소한 발견> 그지없이 반갑고 고마웠다. 
 

영화 <중경삼림> 속 표현을 빌려,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 아니, 활활 타오르게 하였다. 특히, 책의 성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문장을 통해 들썩들썩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물이 똑똑 흐르는 걸레를 보며)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걸레를 힘껏 짠 후) 좀 나아졌지?"

이것으로 어쩌면 충분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여지없이 <사소한 발견>을 끊임없이 탐하고 탐했다.

 

 

사물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사소한 발견 속 이야기처럼 훈훈한 감성이 살아나는가? 하면 그런 것 아니다. 그럼 점에서 '책'으로 엮인 그들의 이야기, 사소한 발견에 끌렸던 것이리라.

판에 박힌 일회성의 물건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기를 반복! 또 반복! 그리고 우리들은 무슨 의무인 양 끊임없이 소비에 소비를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우리의 손을 떠나는 순간 골칫덩어리 쓰레기로의 양상! 이 일련의 불쾌한 진실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나름의 해결책이 바로 사물에 대한 의무부여였다. 그리고 오래도록 내 곁을 머무는 사소한 물건 하나 하나에 정을 느끼고 더욱 애지중지! 그러한 다사로움이 책 속에 한 가득 담겨있다.

 

'장현웅 · 장희엽'의 눈을 빌려 엿본 사물들, 그 다양한 이야기 속 내 나름의 기억을 불러들이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특히, 책 말미에 덧붙인 사진들과 빈 공간이 더욱 배가시킨다. 

내 기억 속 몇 가지를 풀어볼까? 일단 2단 접이 노란 우산 하나가 떠올랐다. 우산을 돈 주고 사기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한 두 번 정도 사용하고 은행에 두고 온 우산, 그 길로 영영 이별해지만 우왕좌왕했던 그날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딸의 머리를 묶어주면서 방울 머리끈 이야기는 나의 토끼모양 머리끈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동안 객지에서 일하고 돌아오신 아빠가 내겐 선물로 사온신 머리끈이었다. 투명하고 작았던 토끼, 그 귀였던 머리끈, 언제나 자랑하듯 다녔던 머리끈, 끈이 떨어진 후에도 토끼는 한동안 보관했었는데 어느 틈에가 내 손을 슬그머니  떠나버렸다.

그러고 보니, <사소한 발견> 은 잃어버리고 사라져버린 나의 기억의 편린들이 하나하나 재구성되어, 그 실체를 드러내었다.

 

쉽게 소비하고 무감각하게 버려지는 많은 공산품들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감성'이란 두둑한 옷을 입고 다가온다. 그러면서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보냈던 저자의 작은 미소가 내 얼굴에도 여지없이 번진다. 그러면서 내 주변 공간을 채워주는 사물들에 왠지 모를 감사인사를 전해고프다.

'사소한' 글쎄, '대단한' 발견이 아닌가!  또한 그 속에서 감성을 깨워주고, 추억을 선물해주고, 훈훈함으로 빈 가슴을 채워주어 더없이 함께 나누고픈 책 <사소한 발견>이었다.

색다른 뱀파이어 소설에 빠지다.

<뱀파이어아카데미>, <새드일루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소에는 거들더보지 않는 책 중에 하나가 판타지소설류일 것이다. 그것도 뱀파이어라면! 얼마전에 영화 예고편에서 뱀파이어 관련 영화를 접했다. 영화이름조차 기억에 남지 않지만, 뱀파이어로 인한 인간 멸종의 위기, 뱀파이어는 대체피를 개발하면서, 인간의 마지막 혈투 어쩌고 어쩌고 하고 영화! 잠깐의 예고편이지만 왠지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뱀파이어하면 그렇게 인간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인간과 적대적으로 그려지니, 그런 공상물(?)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선입견이 이 책을 처음 손에 쥐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과 뱀파이어의 공존 그리고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댐퍼족의 설정 등은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리면서 더욱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얼마전에 읽었던 <유정천 가족>이란 이야기에서처럼 공상 속 이야기가 현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흥미로웠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5권의 시리즈 중 1권에 해당한다. 많은 비밀 등, 관계가 설정되는 가정에서 낯선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학원물처럼 학생들과 선생님, 친구들과의 질투와 갈등 등은 학창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였다. 또한 <뱀파이어 아카데미>만의 독특함이라하면, 단연 모로이 수호인 '댐퍼족'일 것이다. 특히 댐퍼족인 소녀 '로즈' 그리고 '리사'의 우정과 그들의 과거, 숨겨진 비밀(카프 선생님과 어둠을 경험한 애나 등) 등이 파헤쳐지는 과정, 그리고 모로이와 스트리고이와의 갈등(스트리고이를 두고 모로이 사회 내 온건파와 강경파의 내제된 갈등) 등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뱀파이어란 소재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특히 빅토르의 음모가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는 과정은 흔히 정치계의 일면을 보는 듯하였다. 특히, 리사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동물들의 괴사체사건의 진실이 들어나고, 나탈리의 죽음 등은 얼마 전에 읽은 <한 낮의 시선> 속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전 선거 논란 등 여러 사건을 뉴스를 통해 접하는 기회가 많게 되다보니, 인간의 끈질긴 권력욕, 그 속 비인간성을 보는 듯해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체면마법과 치유능력, 그리고 실체를 드러낸 삼촌 빅토르의 음모 등이 다음 권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여주었다. 또한 빅토르의 음모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니, <새드 일루전>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기대치나 사전 정보가 전무한 가운데 접하는 낯선 이야기였기에 그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였다. 생소함만큼 굉장한 흡입력으로 압도하였다. 기존의 편독 습관이 꽤나 마음에 걸리면서 또다른 뱀파이어 이야기들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간만에 만난 무시무시한 이야기! <4월의 물고기>

<4월의 물고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4월의 물고기 참으로 흡입력 강한 이야기다. 4월의 물고기와 표지의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책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책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뭐~ 두 남녀의 연애이야기! 30대 초반의 주인공 서인과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책에 몰두하였다. 그러면서도 괜시리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추리, 스릴러가 결합되어있다는 책소개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스릴러가 된다는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어, 끊임없이 궁금증이 이어졌다. 또한 서인의 기억, 그녀의 아픈 기억의 실체가 무엇인지 자뭇 궁금해졌다. 두문두문 던지는 암시들이 섣불리 예측하지 말라는 하성란의 추천평에 발목이 잡혀, 이야기를 속단하기보다는 무작정 이야기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절대 밤에 책을 손에 쥐지 말라 당부한다. 서인과 선우의 연애, 사랑의 이야기, 그리고 아픈 상처들 그리고 서서히 들어나는 실종 사건의 실체, 그리고 기억의 왜곡이란 것이 너무도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숨가쁘게 만들어, 어느 한 순간도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물론 나는 그랬다. 꼴닥 밤을 새워 책에 빠졌고, 그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과연 사랑이란? 인간의 본성 그리고 그 실체는? 마음 속 휘몰아치는 의문들과도 싸워야했다.

 

<4월의 물고기> 속 충격적 이야기는 실제 살인 사건들과 결합되면서 더욱 무시무시해지도 하였다. 하지만 <4월의 물고기>그 자체로도 정말 무서운 이야기였다. 사랑에 대한 믿음, 불안 등등 인간 내면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의 짜임새가 빈틈없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그 이야기의 마력만큼은 진짜 무섭다. 섬뜩하다. 신뢰에 대한 흔들림, 그 잔인함, 불안감을 너무도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강렬함만큼 머릿속이 하애졌다. 몇 번을 읽고 또 읽고 싶은데, 또한 두렵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란 책이 불현듯 생각났다. 여러 면에서 분명 다른 이야기지만, 마음 속에 일으키는 파동의 크기가 엇비슷한 것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인 듯, 다시 먼지 쌓인 책들을 꺼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권지예'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쩜 이리도 섬세함 속 강렬함이 압도할 수 있는지,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