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진검승부

조선사 진검승부 -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 500년의 진실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오랜만에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만났다. 이미 신문 연재로 검증받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부채질하였다.

 

다소 독특한 형식의 이야기라고 할까? 역사와 사자성어의 만남! 사자성어 속에 이미 역사가 숨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자성어의 의미와 함께 역사의 일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흥미를 유발하였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속 다양한 인물들의 군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역사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5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간략하면서도 그동안 숨어있던 역사가 되살아나는 듯하였다. 또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였다.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역사의 얼개가 들어맞아가면서 역사가 더욱 명확해진다.

 

조선 역사 속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끊임없는 화두를 제시한다. 두 사건을 사이의 역사의 흐름, 관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역사에 눈을 돌리게 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병자호란을 축으로 역사 이야기에 유독 매력을 느낀다. 그 시작은 단연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역사 속 이야기들은 확대되고, 광해군으로 거슬러 오르기도 하고, 소현세자 이야기(요즘 열핏 보았던 추조에서도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을 다루고 있는 것 같던데)에 몰두하게 되기도 하면서 역사의 아이러니 속 아쉬움을 토로하게 된다.

이 번에도 마찬가지 였다. 특히 광해군 때의 인물들이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김응서'란 인물이 각인되었다. 조선으로 망명한 청나라 왕자 '귀영개' 이야기에서 '김응서'를 만났다가, 그를 주제로 한 이야기 '전쟁이 끝나면 장수는 필요 없다' 속 평양성 탈환의 영웅 '김응서'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김응서란 인물을 인식하고 역사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운의 장수라고 해야할까? 현 우리 역사 교육에서 조명받은 봐 없는 인물 '김응서'가 새롭게 다가왔다.

 

실록 속 역사를 만나는 유익한 시간이면서 기존의 지나쳤던 많은 역사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특히 경복궁을 설계한 천재 건축가 환관 '김사행' 그를 다시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드라마 "대왕세종"이었다. 경북궁을 들러싼 살인사건, 그리고 고려왕씨의 반란이 전개될 당시 열핏 '김사행'을 만났다. 경복궁을 몰래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의 환관이면서 태조 이성계의 신임을 받았던 '김사행'이 만든 비밀 통로였던 것으로 그려졌던 영상, 왕자의 난으로 죽음을 맞는 장면 등이 일순간 떠오르면서 역사 속 시간 여행을 떠나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김응서, 김사행 같은 인물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평에 당혹스럽기도 하였지만, 미쳐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역사인물들, 그들의 처세가 나름의 현재를 사는 지혜를 일러준다. 아니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500년의 진실이란 부제에 걸맞게 일인자(?)에 가려진 이인자(?)를 발굴하고, 또한 감쳐진 역사의 또다른 이야기를 들춰내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조선사 진검승부>였다. 그 어느때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