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구식 설교단과 같이 이것도 대단히 높은 것이어서, 만약 거기에 통상적인 계단을 마련한다면...좁은 이 교회당을 더욱 비좁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매이플 신부는 독특한 건조법을 이용한 것 같다. 말하자면 설교단에 계단을 붙이는 대신 보우트에서 큰 배로 옮겨 타려고 올라갈 때 사용하는 것 같은 줄사다리를 걸어 놓은 것이다..." -삼성세계문학전집, 모비 딕, 오국근역, 1984년, 58쪽 이하 참조-
오래 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설교단Pulpitum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만 포경선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회당이기에 교회의 내부를 배처럼 꾸며놨구나하는 식의 간단한 이해만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모비 딕에 나오는 교회의 모습은 해변가에 배처럼 꾸며놓은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허만 멜빌은 무엇때문에 교회의 모습을 배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것은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우연히 정교회에 관한 저서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정교회뿐만 아니라 교회는 오래 전부터 교회라는 건물을 단순한 구조물로 이해하지 않았다. 이 지상의 구조물은 천상세계를 구현하는 장소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원초적인 발상은 교회라는 구조물은 하나의 커다란 "배"라는 생각이었다. 이 "배"는 그냥 단순한 배가 아니라 노아가 인류를 구원한 "방주"라는 생각이었다. 즉 영혼의 구원을 위한 절대적인 "방주"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제는 선장인 셈이다. 그래서 선장은 설교를 하기 위해 교회 정면 한편에 높다랗게 위치한 강대에 올라가 설교를 하는 것이다. 이 강대는 배의 가장 높은 전망대처럼 보인다. 여기서 선장은 물에 감싸인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