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마뉴의 행적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노트케르 지음, 이경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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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마뉴의 행적은 중간적인 기록이다. 이 책은 역사와 야사野史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샤를마뉴 시대의 영향력 아래 살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수도자였던 노케르트는 이 책을 샤를마뉴의 증손자인 샤를 비만왕을 위해 저술하였다. 당시 프랑크 왕국은 거대한 제국이 아니었다. 다만 그 흔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샤를마뉴가 사망한 뒤에 제국은 경건왕 루드비히에게 상속되었고 루드비히 사후 제국은 베르덩 조약을 통해 서프랑크, 동프랑크, 로타링기아로 분할되었다. 노케르트는 바로 이 시기에 태어나 912년 사망하였다. 그가 사망하기 1년 전인 911년 동프랑크에서 카롤링거 왕조의 마지막 혈통인 루드비히 소아왕小兒王이 죽고 작센 공작 하인리히 1세가 독일왕으로 선출되었다. 이후 동프랑크에서는 카롤링거 왕조가 아니라 작센 왕조가 다스리게 된다. 

노케르트는 이 마지막 제국의 황혼녁에 가장 위대했던 샤를마뉴의 이야기를 저술하였던 것이다. 이 행적기는 많은 부분이 여백으로 채워져 있다. 자세한 역사적 상황은 생략된 채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정확한 맥락을 잡기 위해서는 카롤링거 왕조 전반의 역사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야기의 1부를 장식하는 성직자와 수도자의 사례는 당시 교회와 왕국과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실의 맥을 집을 수 있을 것이다. 2부의 전쟁 이야기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역사적 사실과 정확히 연결시켜 읽어보면 우리가 정통 역사에서 알고 있던 사실 외에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알게 해준다. 아직 교화되지 않은 프랑크 왕국의 왕족들과 교회와의 관계, 그리고 세련된 동로마제국과 거친 프랑크 왕국과의 외교적인 이야기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 얼마나 희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프랑크 왕국은 아직 완전히 교화되거나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상태가 아니었고 그 주변부는 아직도 거친 야만의 세계였다. 이를 교화해야 할 교회 역시 제도적인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세계의 지배자라고 자부하던 동로마 제국 역시 이슬람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 시기 서유럽에 강력하게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 카롤링거 왕조의 프랑크 왕국은 그리스도교와 동로마 제국에게는 이슬람의 확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강력한 세력으로 인식되었다. 그러한 간구와 희망이 이 행적의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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