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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병사들 - 평범했던 그들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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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남성들에게 군대는 하나의 허구이며 낭만이고 진실이다. 남자들은 군대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가정을 자신의 현재에 대입하여 열변을 토한다. 그러기에 세상의 절반을 담당하며 집안 일에 지친 여자들에게는 그것은 하나의 허구인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솔직한 군대란 수치심일 것이다. 복종과 이유없는 폭력은 자신들이 너무도 하찮고 나약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 나약함과 수치스러움을 희석시키기 위해 군 생활의 무용담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부상당하고 죽음을 옆에서 본 사람들의 대화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진실을 믿을 수 있는 동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한다. 그들이 행한 이야기는 절대로 낮선 타인에게 말해서는 안되는 사실이다. 그 사실은 자신들만이 알아야만 하고 타인은 그것을 신화 혹은 전설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이 신화와 전설로 희석될 때 범죄는 영웅의 행위가 되고 살인은 정의가 되는 것이다.
이 기록은 의학적 기록과 같은 것이다. 의사들이 무수한 발사체에 의한 광범위한 두부頭部 손상이라고 기록한 사망 진단서는 병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기관단총으로 적대적인 인간의 머리를 박살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부류와 이야기할때는 거친 단어를 사용하지만 타인에게 증언할 때는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그 거친 단어를 사용한 기록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방부 9급 공무원인 군인은 사실 무력한 존재이다. 그들은 명령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부의 명령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나치의 병사들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그랬듯이 자신이 행한 평범한 악의 의미를 명령이라는 단어로 치환시킨 것이다.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은 남성들 모두가 총을 분해하고 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제목을 두레박을 올려라로 한 것은 군 쫄다구 때 야전으로 훈련가면 고참이 항상 시골 마을의 우물가 두레박을 올리라고 가르쳐 줬는데 그것은 아주 탁월한 가르침이었다. 여름철 우물의 두레박을 올리면 김치통이 따라 올라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