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마녀 사냥을 위한 교본
야콥 슈프랭거.하인리히 크라머 지음, 이재필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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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백경,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이 책도 우리들이 오해하고 있는 책의 목록에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는 지금까지 완역된 적이 없고 발췌하거나 부분번역을 통해 알려졌다. 발췌나 부분번역은 항시 자신의 입맛에 맛는 부분을 취하는 것이기에 이를 읽고 책의 전체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이 책은 러시아판을 번역했음에도 전체를 파악하고자하는 분들께는 무척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점에서 중역이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조만간 이 책의 원본인 라틴어를 번역한 책이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책이 부분적으로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성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마녀를 심판할 때 옷을 벗기고 검사하는 방법이나 고문을 하는 방법이라든가 뭐 그런 기술적인 면을 기술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넘기면 첫장부터 신학적인 고찰이 튀어나온다.

이 책은 신학자인 성직자-신부-가 저술한 책이기에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상상하던 마녀를 색출할 때 어떻게 하는가하는 음란한 방법론적인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은 아주 적으며 분량도 짧다. 책의 대부분은 악마와 마녀에 대한 신학적인 고찰을 담고 있다. 그 고찰이라는 것이 주교법령집라든지 세비야의 이시도르, 교부들과 성경에 근거하고 있다. 또 이 책의 구성은 은근히 성 토마스의 신학대전 형식을 빌리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고 이 주제에 대한 반대의견을 나열한 뒤 마지막으로 그 반대를 쳐부수는 형식을 취하면서 저자들은 이 책의 권위가 가톨릭의 정통을 따르고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스콜라 철학의 정치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정교함과 치밀함은 왜 가톨릭이란 종교가 2천년의 세월을 무수한 이단과 도전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단지 중세의 무지함을 표현하는 책으로 봐서는 안된다. 오히려 중세의 가장 큰 두려움인 악의 문제가 인간의 삶에 침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삶을 경험이 아니라 신학이란 잣대로 판단했을 때 창조되지 않은 악, 다시 말해 선이 결핍된 현상인 악이 어떻게 확대해석되는지 알게된다.

 신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되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영어와 라틴어 원본을 참조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용어의 번역을 손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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