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사(神社) 살림지식총서 193
박규태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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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민족의 심성을 알기 위해서는 종교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왜냐하면 종교는 그 민족의 영혼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인들의 심성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들의 종교인 신토神道를 알아야만 한다. 신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종교와도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구별되는 것이 신의 특성이다. 일본인들은 신을 인간과 질적으로 다른 절대 타자로서의 창조신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이 말은 신토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죽어서 혹은 살아있는 동안에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로 신토에서는 절대 초월적이며 추상적인 신이 숭배되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의 신토가 숭배하는 신은 인간에게 친숙하고 현실적인 신이란 사실이다. 세번째로 신토의 신은 인간과 주고 받는 관계 속에서 숭배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고 받는 관계가 수월하지 못할 때 인간은 과감하게 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신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숭배되는 신은 조상신이란 점이다. 

이상이 신토가 그리스도교나 유교와 다른 점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일본인들의 신에 대한 관념은 매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 예로 일본에 가톨릭이 처음 전래되었을 때 많은 일본인들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녀 선교사들을 놀라게 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쿠가와 체제하에서 박해가 심해지자 그들은 아무런 미련 없이 종교를 포기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믿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종교관의 자유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종교인 신토는 매우 유연성이 강한 종교이기도 하다. 불교가 들어왔을 때 신토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불교의 좋은 점을 흡수하여 몸집을 불린 다음-이론적 토대를 강화한다는 의미-대등하게 되었을 때 불교를 공격한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즉 신토는 관용성과 함께 변신의 종교라 할 수 있다. 이런 신토를 수행하는 곳이 바로 신사神社라는 장소이다. 신사는 숲과 오도리鳥居에 둘러싸인 신성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인 것이다. 이런 신사가 일본에 대략 8만곳이 있다고 하니 일본인들은 적어도 8만 이상의 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 통계는 분사分社의 수자까지 합치면 14만개소로 늘어난다.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한 정치인이 '일본의 신의 나라'라고 한 것은 결코 거짓은 아닌듯 싶다.   

일본의 신사에 모셔진 신의 종류는 다양하다. 신토가 일본의 고래로부터 전해저온 고유의 종교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일본 고대에 선진문물을 전래해준 신라와 백제 그리고 고구려의 신들과 메이지 유신 이래 군국주의시대에 첨가된 새로운 신들까지 합해지면 일본의 신사에 있는 신들의 다양성은 엄청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많은 신들이 메이지 유신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반도로부터 전래된 백제, 신라, 고구려, 가야계 신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군국주의시대의 인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때 세워진 신사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도 포함되는데 이곳에는 주로 메이지 이후 천황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사람들을 모시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신사는 일본 고래의 신들이 아니라 근대의 신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 근대는 침략의 역사였고 그 침략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 신으로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신사는 일본인들의 종교관을 신사라는 것과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이해를 통해서 일본인들이 이해하는 세계의 모습과 우리들이 이해하는 세계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일본인을 가장 많이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이 일본과 일본인이란 점이다. 바로 그것은 그 각각의 다른 세계관을 제대로 꾀뚫어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신사를 통해서 일본인들이 이해하는 세계의 한 면을 바라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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