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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그림형제 동화전집 - 완역합본
그림 형제 지음,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아라비안 나이트'를 통해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나 신드밧드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책의 전체 모습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버튼의 아라비안 나이트 전집을 읽었을 때 놀라움은 엄청났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는 정말로 천 하루 동안의 이야기 가운데 100일도 안되는 분량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전집 속에는 알리바바나 신드밧드보다 더 재미있고 이색적이며 에로틱한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에게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알려진 이야기가 많이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도 섬의 모험이 끝난 뒤에 피레네를 넘는 여행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걸리버 여행기에서 브롭딕냉이나 야후의 나라가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백경으로 알려진 모비 딕은 더욱더 놀라움을 줄지도 모른다. 단순히 고래잡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4대 희극을 소설체가 아니라 대본체로 읽어본 적은 있을까?
그림 동화의 세계는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같은 세계였는지 모른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그림 동화의 세계는 헨델과 그레텔의 세계로 한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순히 그림 동화를 童話 이상의 세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림 동화의 세계는 '금자씨의 세계'와 유사하다. 영화 금자씨에서 우리는 남자 주인공이 해외로 입양된 금자씨 딸의 말을 번역해 주는 장면이 있다. 잔인하고 비참한 이야기가 번역되어 들려질 때 얼마나 건조해 질 수 있는가를 경험했다. 사실 그림 동화의 세계는 아동을 대상으로 이런 과정이 세계 각국에서 반복되었던 것이다. 화덕의 아궁이 속으로 마녀를 밀어 넣거나-아우슈비츠의 화덕이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입식구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산 속에 유기하거나-세3세계의 아동 착취는?-하는 이야기를 자는 아이에게 귀에 익숙한 부모의 목소리로 재생한 세계는 금자씨의 세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동화의 세계는 원초적인 세계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동화의 세계를 깊이 연구하였다. 그래서 동화는 단순히 어린이들의 이야기에서 심리학이 되고, 사회학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이 그림 동화의 전체를 동해 인간 심성의 원형을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사실 그림 동화의 세계는 인간적인 것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이 어떻했는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인간의 모든 모습이 총체적으로 삽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 다양한 내용과 세계는 전체를 조망하면서 하나의 윤곽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완역본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이해할 때 한권의 역사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과 다양한 책을 수십권 읽고 이해하는 역사의 깊이나 이해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것처럼 그림 동화 역시 발췌된 몇 편의 동화를 읽고 이해하는 세계와 전체를 읽고 이해하는 세상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