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근대사
퍼시벌 스피어 지음, 이옥순 옮김 / 신구문화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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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그 커다란 몸집에도 불구하고 거의 2백여 년 간을 영국의 식민지 지배하에 놓여 있었다. 사실 영국인은 인도라는 텐트에 살금살금 기어 들어온 낙타와 같은 존재였다. 맨 처음에는 머리를 그 다음에는 앞 다리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뒷다리를 텐트 속으로 집어 넣었고, 결국 주인은 텐트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영국이 통치는 했지만 지배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이 아니더라도 서구인들에게 인도는 깊은 문화적 이해보다는 경제적 낙후로 인해 경멸의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인도로 가는 길에서 죄없는 피해자 아지즈는 자신을 고발한 아델라에 대한 증오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된다. 그리고 그 분노와 증오감은 자신을 변호한 필딩을 향해서까지 연장된다. 그리고 아지즈는 필딩을 향해 '우리는 수천 년이 걸리더라도 당신들을 쫓아낼 것이다. 저주받은 영국인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바다로 몰아넣은 뒤에야 비로소 당신들과 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지즈의 외침은 식민지 지배의 부당함을 경험한 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되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한 백인 여성의 환각의 세계는 식민지 지배자인 백인들의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에 대한 상상은 하나의 가상 임신처럼 현실세계로 투영되는 것이었다. 이런 영국의 식민주의자들의 감수성은 초기 미국의 농장주들이 상상했던 흑인 노예에 의한 백인 여성의 강간과 동일한 선상에 놓여진 허구성이란 사실이다. 이런 허구성의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도나 미국에서 초기 백인 식민주의자들은 언제나 소수였다는 점이다. 이런 수적인 열세가 식민지 지배의 잔혹함으로 변질되게 되는 것이다.

인도는 서구학자들에 의해 카스트와 종교라는 걸림돌로 인해 민족주의가 발생할 수 없는 국가로 판정받기도 하였다. 이것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 졌고, 이런 가정하에서 인도는 백인들의 식민통치가 오히려 중세의 가혹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식으로 호도하였다. 사실 카스트에 의한 신분의 확고한 분할과 힌두, 이슬람, 불교로 이어지는 종교적 대립은 인도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시키는데 커다란 장애물이란 점을 인도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실 때문에 인도는 하나보다는 다양함을 견지하는 것을 선호하였다는 점 또한 사실이었다. 이런 인도의 약점을 파악한 식민주의자들은 이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서 실질적으로 분열된 인도를 기정사실화 하려 하였다. 영국인들이 인도에 들어와 무굴 제국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던 초기에  영국인들은 인도인들이 이를 자신들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호기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인들은 인도가 이렇게 사회적 종교적으로 분열상을 지속하게 된다면 자신들의 인도 지배가 수세기 동안은 아무런 근심없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인도인들이 식민지배자인 백인들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결집시키기에 인도의 종교와 카스트제도는 너무나 완고하고 무너질 수 없는 벽이었다. 이런 인도는 스스로 세속적인 의미의  민족주의를 창출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인도는 내부로부터의 자극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민족주의를 배웠던 것이다. 즉 외부의 자극을 통해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분열된 모습을 보았고,  이런 자각은 고클레, 틸락, 바르네지와 같은 선각자들에 의해 하나의 민족주의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선각자들의 민족주의에 대한 교육이 있게되면서 간디의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간디는 이들의 민족주의라는 토양에 국가라는 것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영국의 인도 지배는 인도의 발전에 있어서 지울 수 없는 외적인 흔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의회민주주의라는 이들의 정치체제는 종교와 계급으로 분열된 인도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이었다. 이 책은 식민지 통치라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인들이 영국의 통치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그 흔적을 지웠는가가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인도가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고대의 찬란한 문명으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인도다움을 견지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런 계속성의 관점은 역사를 단절성으로 보려는 우리의 시선을 좀더 넓혀주는 하나의 색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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