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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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은 매우 차분한 편에 속한다. 그의 소설에는 제임스 본드라든가 미키 스필레인의 과격한 액션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사이스의 해박함이 지나쳐 과시의 욕망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그래서 사실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고통일수도 있다.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쉽게 읽은 작품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였다. 그리고 번역되었던 <북 치는 작은 소녀>나 <러시안 하우스>는 솔직히 읽다 읽다를 반복하여 기억에도 희미하다. 그리고 영화로 보았던 <거울 나라의 전쟁>의 경우는 추운 겨울의 배경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르 카레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하나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개성의 개별화는 그의 소설이 주인공을 따라 흘러가는 소설의 형태라기 보다는 개성적인 인물의 혼합처럼 보이게 한다. 그래서일까, 르 카레의 소설을 읽다보면 곧잘 재자리 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초반부에 느끼는 지루함의 압박감을 벗어나지 못하면 쉽게 르 카레의 세계로 접근할 수 없다. 이런 느낌 때문일까.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이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사회성이란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과는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조지 스마일리라는 인물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의 이름 스마일리는 스파이 세계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스마일리는 웃음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 스마일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그 자체가 스파이 세계의 아이러니를 희극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 스파이들에게는 직업으로 연결된 유대감만이 존재한다. 그 유대감은 일종의 감정의 공유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성직자들이 성직자들과 교감하는 느낌처럼 말이다.

스파이 세계는 어찌보면 성직자의 세계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류의 구원이란 문제에 대한 접근의 방식이 다르지만 신념 혹은 신앙이 없다면 결코 수행할 수 없는 임무와 같은 것은 특히 그런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르 카레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신념과 이념을 수호하는 성직자의 이미지를 풍긴다. 이들 세계의 두더지들은 유다처럼 보이지 않는가?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자백과 고백은 구원의 사다리가 아니라 죽음의 조종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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