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해자통론
육종달 지음, 김근 옮김 / 계명대학교출판부 / 198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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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자는 정말로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문자라 할 수 있다. 인쇄체와 필기체만 있는 여타의 문자에 비해 무려 5가지의 서체가 존재한다. 그 서체 각각은 또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는 하나의 글자에 무려 5가지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자는 그 글자의 회화성으로 인해 그림과도 연결되어 있다. 전각이나 서예를 조금만 관심있게 살펴보면 글자와 그림의 세계가 어떻게 통교할 수 있는지를 알게된다.

이 책은 說文과 解字에 관한 책이다. 설문해자는 여러가지 설에서 하나를 구하는 것由多求一이면서 하나로부터 많은 것을 찾아내는以一御多 전통적인 경학의 정신을 구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저자-역자가 아닌-는 설문해자를 고대 한어와 현대 한어소통하게하는 계단으로 보고있다. 왜냐하면 설문은 중국 언어학사상 字形을 분석하고 字義를 해설하고 聲讀을 가려 놓은 최초의 字典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글과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 문명권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용하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때 문화의 이해는 한층 깊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설문해자를 이해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젠가 한. 중. 일 삼국의 전각을 본 적이 있다. 그 세 나라는 한자라는 공통의 재료를 가지고 각기 다른 의미의 우주를 방촌의 세계에 창조하였다. 그 차이는 민족의 기질만큼이나 판이하게 달랐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중국은 60년대부터 간자화를 행함으로서 스스로 한자의 유려한 매력을 포기하였다. 그 이유는 정자가 배우기 힘들고 복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그들이 택한 간자는 매우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 간자 자체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문의 草書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중국은 해서를 포기하고 초서를 선택하였다는 결론인 셈이다. 그럼에도 해서와 초서 사이에 징검다리는 없다는 점이다. 하나의 같은 글씨가 서체를 지나오면서 별개의 형태로 변해가는 모습은 중국 문명과 역사의 모습처럼 변화무쌍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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