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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적 사유와 그리스적 사유의 비교
토를라이프 보만 지음 / 분도출판사 / 1975년 5월
평점 :
절판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두 축을 이루는 단단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 단단한 기둥은 왠만한 삼손이 나타나지 않는한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듯이 보인다. 이 두 사상은 유럽을 떠받치는 양대 축이면서도 결코 서로를 융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그리스적 사유가 인간이성을 강조한다면 유대적 사유는 신적 초월을 강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유럽의 역사를 이해할 때 반드시 선행되어야하는 것이 유대적인 사유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유럽의 정신적 토대가 된 그리스도교 역시 유대교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유럽의 그리스도교적인 사유는 유대전통에 그 맥이 닿아있는 셈이다.
그럼으로 우리들은 그리스적인 전통과 유대적인 전통은 아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두 사유의 공통점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유대적인 사유가 유럽인들에게 이해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유대적인 사고의 왜곡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닐런지.
이 책의 저자는 스웨덴 출신의 루터교 성직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신학적인 관점에서 그리스와 유대의 사유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신학적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약간 따분하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두 사유방식의 차이를 명료하게 구분하는 방법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어렵게 보이는 것은 보만이 두 사유의 근간이 되는 언어에 집중적인 조명을 비추므로서 언어를 통한 사유의 해석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쉴새없이 나오는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의 조각들을 따라가다보면 어지러운 느낌이 들지만 그 혼돈 속에서 두 민족의 사유에 대한 어떤 실마리가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다.
언어를 분석하면서 그리스적 사유를 정적인 사유로 유대적 사유를 동적인 사유로 분석하는 저자의 논리는 그동안 우리들이 이해하고 있던 두 사상을 전혀 반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듯이 보인다. 계속 이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분석에 이르러서도 보만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적 사유의 시,공성과 구약성경에 통해 드러나는 유대적인 시.공성을 통해 우리들이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러한 과정을 거처 저자는 우리들을 그리스인들은 논리학자로, 히브리인들은 심리학자로 파악하는 지점에 도달하게한다. 이 지점에 이르면 우리들은 그 어떤 명쾌함보다는 그동안 이해되어 왔던 두 사상이 아주 모순적인 정적논리와 동적심리로 재해석되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이 유럽의 중세를 통해 그리스도교 사회로 그대로 이전되어 있음을 알게되면서 두 사유방식이 왜 유럽 사유의 두 축이되었는가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