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일신서적 세계명작100선 35
보카치오 지음 / 일신서적 / 1992년 1월
평점 :
절판


데카메론의 이야기는 중세의 성인전이나 고백록같은 종류의 이야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인전이나 고백록이 신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줄거리가 전개되는 반면 데카메론은 순전히 인간 중심의 이야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카메론은 성인전이나 고백록과 같이 신을 향한 공동체의 공동체적 관심보다는 인간적인 관심사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데카메론에서는 중세의 고유한 신분질서인 성직자, 기사, 농민이라는 엄격한 구분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계층은 새로운 신흥계급인 부르조아지들이다. 이들은 성직자의 타락과 기사-귀족-계급의 무능, 농민들의 빈곤을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이것은 이 당시 이미 중세적 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신분질서Ordo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는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도 무리없이 이해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중세적 집단정신과는 사뭇 구별되는 개인적 인간형이다. 이 개인적 인간형들은 이전의 고대. 중세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란 점이다. 즉, 심리적인 인간이란 의미이다.  누군가는 중세를 '위조의 시대'라고 이야기하였다. 중세는 그 위조마저도 신앙의 준거로 변용시키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 하지만 데카메론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개별적인 인간들이다. 이들에게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제어하는 절대적 존재란 개념이 희미하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에 커다란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계급인 부르조아지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의미를 두면서 거기서 신의 가치를 찾으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눈에 무위도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직자와 귀족들은 조롱의 대상일 뿐인 것이다. 반면 너무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 역시 부르조아지들의 놀림감이 되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즉 데카메론에 드러나는 새로운 신흥계급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을 옭죄어왔던 계급적 질서를 의식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계급의식보다는 경제적 가치에 의해 사람을 새롭게 판별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신흥계급들은 수량화혁명을 통해 모든 가치를 통제할 수 있게되기를 희망하였다. 이런 이들의 희망은 경제적 확대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들 신흥 부르조아 계급들은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들의 자신감은 데카메론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데카메론에 묘사된 100가지의 이야기에는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라 100명의 개인이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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