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야기들
쥘 르나르 지음, 박명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홍당무의 저자인 쥘 르나르의 서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각각의 동물들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뿜어내는 촌철살인의 평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한다. 그의 동물에 대한 해석은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상당히 전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그는 정확한 관찰을 통해 자신의 심상으로 동물들을 그려내었던 것이다. 그가 취급하는 동물은 거대한 짐승도 아니다. 아주 흔하게 우리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짐승들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읽는 순간 그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만큼 그가 선택한 짐승들은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사실 우리들은 바쁜 일상을 부딛치며 살아가면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변모해 간다. 즉 공동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주변에도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속성상 급격한 실패를 맛보았을 경우에 한해서 우리에게 신이 내려주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은 생물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주 작은 3자처럼 생긴 개미로부터 꼬리로 작은 횃불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람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자신 이외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학창시절 학교 뒤편의 산책로를 거닐다가 길가로 나와 도토리를 주워먹던 다람쥐와 눈길이 마주친 기억이 난다. 그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용해 지면서 다람쥐가 놀래지 않도록 하고 있던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쥘 르나르의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묘사한 그 수많은 진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내 곁에 함께 있다는 그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세상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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