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화혁명 - 유럽의 패권을 가져온 세계관의 탄생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 김병화 옮김 / 심산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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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3-14세기 유럽의 지적 혁명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적 혁명이란 시계, 원근법, 인쇄술로 대표되는 기술을 말한다. 이들 기술은 유럽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유럽인들은 이들 기술을 자신들의 삶에 맞게 재편함으로써 지적기술혁명의 토대를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유럽은 9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는 동안 아시아에 비해 뒤떨어진 지역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유럽인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유럽이 어떻게 16세기를 지나면서 순식간에 그때까지의 문화선진국인 아시아을 뛰어 넘어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가를 이 책은 3가지 지적혁명을 통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중세의 유럽인들은 시간과 공간의 보편적 측량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중세 유럽인들은 시간. 단단함. 온도와 같은 것들을 통제 가능한 수량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신의 창조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신의 창조질서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를 위해 중세의 스콜라철학은 그때까지 유럽에서 아무도 시행하지 않았던 지식의 분류작업을 수행하였다. 중세 유럽인들이 얼마나 분류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는가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보면 잘 드러난다. 중세 유럽인들은 자신들 주변의 모든 것을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시대를 구분하고, 연대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기원 체계를 찾아내게 되었다. 게다가 이들의 분류작업은 성서의 장과 절을 분류하고 이후 나오는 모든 책들은 이런 분류에 의해 저술되어야만 했다. 이렇게 유럽인들은 규격화와 통일화를 지향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간의 통일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사실 시간은 신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건드린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의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면 그 또한 창조 또한 불완전한 것이 된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세인들은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시계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시계가 만들어지게 되면서 유럽은 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격게된다. 그것은 바로 '시간은 돈'이라는 현금경제체제로의 급속한 편입이 그것이다. 즉 시간은 무한한 것으로 인식하였던 사람들이 시간을 수치화하는데 성공함으로서 모든 것에 대한 단일한 기준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통제하게 된 유럽인들은 곧이어 공간의 통제에 착수하게 되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미술의 원근법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공간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중세의 유럽인들은 미술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배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원근법은 항해지도에서 세계지도로 발전해 가면서 이들의 지리적 지식을 한껏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중세의 유럽인들이 공간의 시각화에서 또 하나 커다란 발전을 이룩한 부분은 음악부분이었다. 음악은 공간으로 흘러들어가는 하나의 소리였다. 이 소리를 어떻게 자신들이 통제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한 끝에 이들은 악보라는 개념을 창출하게 된다. 이것은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당시 중세 유럽인들은 몰랐지만 후세인들은 이를 토대로 물리학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 중세의 유럽인들은 르네상스에 도달하면서 사실적인 인간들로 변모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실적이란 실물과 똑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하학적으로 정확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 사실적인 의미는 당시 성장해가던 새로운 상인계급-부르조아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들은 기하학적으로 정확한 대칭적 의미를 회화적으로 자신들의 사업에 대입하였던 것이다. 즉 회계장부-부기-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차변과 대변의 균형잡힌 조형미(?)는 바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익의 추구를 설명하는 하나의 건조물이었던 셈이다. 이들 상인계급의 부기는 이후 인간들의 사고방식에 깊고 넓은 영향을 미쳤다. 즉 국가라는 거대한 활물체를 간단하게 수량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이제 중세 유럽인들은 수치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 가능한 그 무엇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지적발전은 인쇄술로 인해 확산될 수 있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지적 확산은 다른 분야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하였다. 인쇄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글을 읽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켰고, 이 결과 인간의 사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즉 중세 유럽에서 우연히 시작된 시간과 공간의 수량화 과정은 결국 한 사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변모시키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세 유럽의 종교적 통일성과 보편성이 그 시대의 인간들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쳐 자신들의 세계를 효율적이면서 보편적인 세계로 전환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유럽의 중세를 찬양하는 하나의 찬가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중세는 암흑시대였다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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